17~21일 미국 새너제이서 AI 콘퍼런스 ‘GTC 2025’ 개최
삼성·SK, 최신 HBM 신제품 등 AI 메모리·솔루션 전시
젠슨 황, 차세대 AI 칩 ‘루빈’ 공개하나…업계 관심 집중
HBM4 수요 폭발 전망…K-반도체, HBM4 빅매치 예고
LG도 구광모 관심 속 ‘엑사원 딥’ 출격…오픈AI·구글에 도전장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로 급부상한 HBM(고대역폭메모리) 패권을 놓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시 격돌한다. 양사는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가 개최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최신 AI 메모리 및 솔루션을 공개하고, 자존심을 건 기술 대결을 벌인다.
또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AI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해 온 LG도 국내 첫 추론 AI 모델을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엔비디아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AI 콘퍼런스인 ‘GTC 2025’의 막을 성대하게 올렸다. 매년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GTC는 AI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한자리에 모여, 물리 AI, 에이전틱(Agentic) AI, 로봇, 컴퓨팅,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기술을 소개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 행사에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마이크론, ARM, TSMC, 폭스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 등 국내외 반도체·IT 업체 400여 개사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또한 2000명의 연사가 참여하는 1000개 이상의 세션도 마련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GTC 2025 행사와 관련해 “AI는 가능성의 한계를 뛰어 넘어 어제의 꿈을 오늘의 현실로 만들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GTC는 최고의 과학자, 엔지니어, 개발자,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모여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자리다”며 “이번 콘퍼런스에서 새롭게 진화한 엔비디아 컴퓨팅을 비롯해 산업과 사회를 변화시킬 AI, 로보틱스, 과학, 예술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들을 가장 먼저 만나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K-반도체는 이번 GTC에서 각각 전시 부스를 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들과 혁신 스타트업 등에 AI 메모리 및 솔루션을 소개했다.
특히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최신 HBM 신제품을 포함해 저전력 D램, 그래픽용 D램,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최첨단 제품을 대거 전시했다.

이와 함께 삼성·SK는 AI 메모리 HBM을 주제로 발표도 진행해 각자 메모리 기술력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김인동 삼성전자 D램제품기획 및 사업담당 부사장은 ‘엔비디아와 삼성의 AI 메모리: 고성능 컴퓨팅 및 게임 발전’에 대해 발표한다. 엔비디아가 사용 중인 삼성 그래픽용 D램 ‘GDDR7’을 토대로, AI 메모리 기술이 GPU(그래픽처리장치)에 미치는 영향을 알린다. 또 고성능 컴퓨팅에 최적화하기 위한 양사 간 AI 협력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박정수 SK하이닉스 HBM상품기획 TL은 ‘HBM: 고성능 컴퓨팅 및 AI의 중추’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SK의 HBM 발전 방향을 비롯해 AI 시대 속 증가하는 데이터 양과 성능 대응 방안, 데이터 비트당 전력 효율 개선책 등 강점을 소개한다.
이렇듯 GTC 2025에서 국내 업체들이 선보인 혁신적인 AI 메모리 및 솔루션은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 CEO의 기조 연설에서 차세대 AI 반도체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앞서 엔비디아는 차세대 GPU ‘루빈(Rubin)’을 올 하반기 출시해 AI 반도체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다만 아직 루빈은 베일에 싸여 있는 상태다.
올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당시, 루빈에 대한 정보가 최초로 공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레이스 블랙웰 NV링크72’, ‘RTX 블랙웰’ 등 다른 AI 칩 제품들만 첫 선을 보였을 뿐, 루빈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GTC 행사에서 황 CEO가 첨단 AI 칩이나 솔루션을 공개할 것이란 관측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황 CEO는 지난해 GTC에서 새로운 GPU ‘블랙웰’을 발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에 루빈이 공개된다면 K-반도체는 또한번 큰 기회를 잡게 될 공산이 크다. 최신 AI 반도체일수록 더 많고 고도화된 HBM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빈에는 고용량·고성능 HBM이 대거 적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T 전문 매체 등을 통해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루빈에는 6세대 HBM인 ‘HBM4’ 8개가 탑재된다.

엔비디아발 차세대 AI 칩 발표에 큰 기대를 걸고 곳은 ‘HBM 1등’ SK하이닉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점한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에도 가장 앞서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중 HBM4 개발과 양산 준비를 마무리하고, 연내 공급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4는 기술 안정성과 양산성이 입증된 1b(10나노급 5세대) 기술을 적용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며 “HBM4는 12단 제품을 먼저 양산하고, 이후 16단 제품은 고객 요구 시점에 맞춰 공급할 예정으로, 내년 하반기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오랜 기간 엔비디아와 끈끈한 밀월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HBM4 납품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CES 당시 황 CEO와 만나 나눈 대화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내 SK 공동 전시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황 CEO와 만나 사업 관련해 여러 논의를 했다”며 “(기존에는) 엔비디아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을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헤드 투 헤드로 서로 빨리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SK에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내준 삼성전자는 HBM 역량 제고에 사활을 건 상태다.
그간 삼성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아 왔다. 황 CEO는 여러 공식 석상에서 삼성전자의 HBM 공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발언을 내놓긴 했지만, 실제 엔비디아로의 ‘HBM3E’ 공급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춰 성능을 더욱 높인 HBM3E 8단 개선 제품 개발·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삼성은 HBM4를 서둘러 양산해 SK를 단숨에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현재 삼성 반도체는 HBM4 개발에 적극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c(10나노급 6세대) 기반 HBM4는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SK 간 HBM4 패권 다툼이 본격화한 가운데, 엔비디아의 루빈에 장착될 HBM 물량을 누가 확보할지 여부가 향후 AI 메모리 패권 경쟁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GTC 행사에는 LG가 세계 최고 수준의 추론 AI ‘엑사원 딥(EXAONE Deep)’을 공개하며, 미국 오픈AI와 구글 등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LG AI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엑사원 딥은 국내 첫 추론 AI로,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길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추론을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동적인 AI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기존 ‘지식 AI’를 넘어서는 ‘추론 AI’ 개발이 필수적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오픈AI와 구글, 중국의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한 소수 기업만이 자체 추론 AI를 개발 중이다. LG는 엑사원 딥이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첫 모델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LG가 혁신적인 추론 AI 모델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구 회장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 의지 덕분이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많은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LG가 됐다”며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소중한 시간을 보다 즐겁고 의미 있는 일에 쓰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갈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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