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 대처”…위기의 삼성, ‘독한 삼성인’ 주문

시간 입력 2025-03-17 10:37:01 시간 수정 2025-03-17 10: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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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 2000명 대상 교육 세미나…이 회장 메시지 공유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 문제…경영진 반성해야” 질책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에 닥친 복합적인 위기와 관련해 임원들에게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에서는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이 상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이재용 회장의 기존 발언들과 함께 올해 초 신년 메시지로 내놓으려고 준비했던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다만 영상에 이 회장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영상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또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선 이어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삼성의 위기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는 “실력을 키우기보다 ‘남들보다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함에 빠진 게 아니냐”, “상대적인 등수에 집착하다 보니 질적 향상을 못 이루고 있는 것 아니냐” 등의 지적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내부 리더십 교육 등에 이어 세부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위기 대처와 리더십 강화 방안 등을 모색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주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사즉생’을 언급하며 임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에 대해 최근 삼성에 닥친 위기 상황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2심 공판 최후진술에서도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범용(레거시) 메모리의 부진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납품 지연 등으로 지난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한편,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 및 조직 관리 역할 강화를 목표로 경기 용인에 위치한 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다음 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열린다.

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삼성은 앞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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