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에 치이고 中 SMIC에 추격 허용”…삼성, 위기의 파운드리 돌파구는

시간 입력 2025-03-12 17:07:31 시간 수정 2025-03-12 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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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TSMC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67.1%
삼성은 8.1%…TSMC와 점유율 간극 무려 59.0%p
TSMC, 전 세계에 공장 건설…파운드리 1위 굳히기
3위 SMIC 약진…삼성과 점유율 격차 2.6%p 불과
삼성, 파운드리 살리기 속도…한진만 구원투수 등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전 세계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잠식했다. 사실상 ‘TSMC 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TSMC를 따라 잡겠다고 공언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중국 SMIC의 약진도 큰 위협이다. 3위 SMIC와 2위 삼성전자 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2.6%p에 불과하다. 당장 삼성 파운드리는 TSMC 쫓기보다 SMIC의 맹추격을 따돌리는 게 더 급선무인 상황에 처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 상위 10개사의 매출 합산액은 384억8200만달러(약 55조8797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3분기 350억100만달러 대비 9.9%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가장 큰 수혜주는 TSMC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TSMC의 매출은 268억5400만달러(약 38조9947억원)로, 3분기 대비 무려 14.1% 증가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도 3분기 64.7%에서 4분기 67.1%로, 2.4%p 상승했다.

트렌드포스는 “AI(인공지능) 서버, 플래그십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새로운 PC 플랫폼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TSMC의 웨이퍼 출하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TSMC가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동안 삼성전자는 역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매출은 3분기보다 1.4% 떨어진 32억6000만달러(약 4조7319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9.1%에서 8.1%로 1.0%p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신규 첨단 노드 고객사들의 매출이 기존 주요 고객사의 주문 손실을 완전히 만회하지 못하면서 수익이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결국 삼성전자와 TSMC 간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3분기 55.6%p에서 4분기 59.0%p로 확대됐다. 글로벌 파운드리 2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삼성이 TSMC와의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TSMC 간 점유율 격차는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2023년 1분기 50.3%p였던 점유율 격차는 2분기 44.7%p로 크게 줄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3분기에 45.5%p로 다시 늘기 시작했고, 4분기엔 49.9%p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지난해 들어 결국 50.0%p대에 진입했고, 4분기엔 60.0%p에 육박했다.

문제는 앞으로 삼성전자와 TSMC 간 점유율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TSMC는 세계 곳곳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TSMC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유럽 첫 칩 생산 공장 착공에 나섰다. TSMC가 주도해 설립한 합작 회사 ESMC가 건립하는 해당 공장에서는 AI 칩을 비롯해 유럽 제조업의 핵심인 차량·산업용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다.

2027년 말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는 드레스덴공장은 2029년 전면 가동 시 연간 48만개의 실리콘 웨이퍼를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착공식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독일의 새 반도체공장에서는 그간 유럽의 다른 어떤 시설에서도 생산되지 않은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며 “지정학적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TSMC는 물론 유럽에도 윈-윈이다”고 말했다.

유럽 뿐만이 아니다. TSMC는 본거지인 대만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해외에도 칩 생산 시설을 적극 구축하고 있다.

2020년부터 미 현지에 650억달러를 순차 투입해 반도체공장을 건설키로 한 TSMC는 최근 미 애리조나주 1공장(P1)에서 4나노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2공장(P2)은 올해 상량식 등을 완료하고, 2027년 3분기부터 3나노 칩을 제조할 계획이다. 올해 기공식에 들어가는 3공장(P3)은 2027년 말까지 반도체 생산 설비를 설치하는 등 첨단 반도체 양산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키로 했다.

여기에 이달 3일엔 미국에 10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키로 했다. 이번 신규 투자는 미 애리조나주에 5개의 반도체공장을 더 짓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2024년 8월 열린 TSMC의 유럽 첫 반도체 생산 공장인 독일 드레스덴공장 착공식. <사진=연합뉴스>

TSMC가 일본에 건립한 구마모토 1공장에서는 12·16·22·28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양산한다. 생산 능력은 300mm 웨이퍼 환산 기준 한달에 약 5만5000장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와 반도체 동맹을 맺은 TSMC는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추가로 더 짓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TSMC는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구마모토 2공장을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오사카 지역에 3나노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TSMC가 대만을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입지는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TSMC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사이 삼성전자는 또 다른 위협과 마주하게 됐다. SMIC가 빠른 속도로 삼성의 뒤를 추격해 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SMIC 매출은 3분기보다 1.7% 오른 22억700만달러(약 3조2004억원)를 기록했다. 새로운 12인치 용량 확대와 제품 믹스 최적화로 평균판매단가(ASP)를 올린 것이 수익 확대에 주효했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설명이다.

다만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6.0%에서 5.5%로, 0.5%p 하락했다.

삼성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SMIC를 앞서지만, 눈여겨볼 점은 삼성전자와 SMIC 간 점유율 격차 추이다. 지난해 3분기 삼성과 SMIC 간 점유율 격차는 3.1%p였다. 그러나 1개 분기 만에 2.6%p로, 0.5%p 축소됐다.

SMIC가 파운드리 경쟁력을 제고하며 삼성전자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덕분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SMIC에 2억7000만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이에 더해 정부가 대주주로 직접 나서 대규모 투자 및 연구개발(R&D)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SMIC 본사. <사진=SMIC>

TSMC 따라잡기에 실패하고, SMIC의 추격까지 허용한 삼성 파운드리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글로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려 위기를 맞은 삼성 반도체는 실적 회복이 시급한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큰 부침을 겪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2조9000억원에 머물렀다. 같은해 2분기 6조450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의 신호탄를 쏘는 듯했던 DS 부문은 3분기 3조8600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4분기엔 3조원선 아래로 추락하며 큰 충격을 안겼다.

삼성은 눈앞에 닥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서둘러 해법 마련에 나섰다.

특히 AI 시대를 주도할 파운드리 전략 구체화에 적극 힘쓰고 있다. 해당 전략의 설계자는 삼성 파운드리의 구원 투수로 낙점된 한진만 DS 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다. 한 사장은 지난해 연말 임원 인사에서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 승진됐다.

한 사장은 D램/플래시설계팀을 거쳐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말 DSA총괄로 부임해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주도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DS 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12월 한 사장은 2나노 공정 수율을 개선해 내년 가시적인 실적 반등을 달성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는 실적 개선 방안 중 하나로, 2나노의 빠른 램프업(ramp-up)에 방점을 찍었다. 램프업은 반도체 제조 장비 설치 이후 양산에 들어가기까지 생산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뜻한다.

한 사장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 기반의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 많다”며 “기회의 창이 닫혀 다음 노드에서 또다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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