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송재혁·이혁재, 삼성 반도체 위기 ‘구원등판’…이재용 등기임원 복귀 또 불발

시간 입력 2025-02-18 17:52:36 시간 수정 2025-02-18 17: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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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사외이사에 이혁재 서울대 교수 내정
전영현 부회장·송재혁 CTO 사내이사 선임
이사회 공석 세 자리 모두 ‘반도체 전문가’
사법 리스크 연장, 이재용 이사 선임 무산
이찬희 “이 회장 전면에 나서서 지휘해야”

삼성전자가 이사회에 반도체 기술 전문가를 대거 보강하며 첨단 칩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 사내·외이사 중 테크 전문가보다 경제 관료 출신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사진을 대폭 교체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서 3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경쟁사에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내주며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리스크, 중국 AI(인공지능) 쇼크에 따른 충격파 등 글로벌 복합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를 타개할 반도체가 전문가 영입이 요구돼 왔다.

삼성전자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정기 주주 총회(주총) 소집일, 사내·외이사 후보 추천안, 재무제표 승인 등을 비롯한 주총 안건을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한조 전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김준성 싱가포르국립대 기금 CIO(최고투자책임자) 등 두명의 사외이사중에 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 이사장이 물러났다. 상법상 사외이사 임기가 6년이기 때문이다. 김 CIO는 재선임됐다. 

또한 사내이사 중에선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 사장과 이정배 전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노 사장은 재선임됐다.

또 CFO(최고재무책임자)였던 박학규 사업지원TF담당 사장이 지난해 말 사업지원TF로 이동하며 사내이사를 사임했다. 이에 삼성은 사외이사 1명, 사내이사 2명 등 총 3명의 신임 이사를 선임해야 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이날 삼성전자는 과거 경제 전문가를 주로 뽑았던 행보와 달리 반도체 기술 전문가를 이사진으로 전격 기용하며, 차세대 칩 역량 제고를 공식화 했다.

우선, 신규 사외이사진으로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내정됐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미국 퍼듀대에서 공학 박사를 받았고, 미 루이지애나공대 조교수와 인텔 선임 엔지니어를 거쳐 200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3년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을 지낸 그는 현재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 서울대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신규 사내이사의 경우 전영현 DS 부문장 부회장과 송재혁 DS 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이 내정됐다. 전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한 그는 D램·낸드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았다. 2017년 삼성SDI로 자리를 옮긴 전 부회장은 5년 간 삼성SDI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2023년 말 인사에서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며 삼성전자로 귀환했다. 이어 지난해 5월엔 DS 부문장에 파격 등용됐고, 같은해 말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도 겸임하게 됐다.

삼성 반도체의 기술 초격차 전략을 진두지휘할 지휘관인 만큼 전 부회장의 신임 이사 선임은 사실상 확정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또한 송 사장은 D램과 플래시 메모리 공정 개발부터 양산까지 반도체 전 과정에 대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메모리 사업 글로벌 1위 달성에 기여한 베테랑이다. 1996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한 그는 2017년 플래시PA팀장, 2020년 플래시개발실장을 거쳐 2022년 말 인사에서 DS 부문 CTO에 올랐다. 아울러 반도체연구소장도 겸임하고 있다.

삼성 반도체 CTO로서 반도체 전 제품의 선단 공정 개발을 선도해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중책을 맡은 송 사장은 이번에 이사회에 합류하게 됐다. 이에 공석이었던 이사회 세 자리는 모두 반도체 기술 전문가로 채워졌다.

삼성전자는 이들 반도체 전문가를 중심으로 첨단 칩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초일류 기업으로의 재도약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삼성 반도체는 HBM(고대역폭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핵심 분야의 경쟁력 약화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해 4분기 3조원에도 못 미치는 영업익을 기록하며, 경쟁사인 SK하이닉스(8조828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대외 경영 환경도 녹록치 않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야욕을 드러내며 통상 질서를 뒤흔들고 있고, 반도체 지원법(CSA)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딥시크가 촉발한 저비용 구조의 중국발 AI 쇼크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수의 칩 베테랑들을 이사회에 합류시킨 삼성전자는 눈앞에 닥친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할 타개책을 마련하고, 반도체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려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허은녕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사외이사 재선임을 확정했다. 감사위원으로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유 전 본부장을 선임했다. 

또한 삼성전자 정기 주총은 내달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키로 했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는 또 다시 무산됐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만큼 사내이사로 복귀할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다시금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게 됐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이 회장은 과거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책임 경영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사법 리스크 때문에 이 회장이 장기간 경영공백을 겪고 있는 점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 회장이)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들과 직접 자주 소통하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등기임원 복귀를 통한 책임 경영을 조언하는 것이다”며 “많은 분들이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지휘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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