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멕시코에 관세 25% 부과 예고
멕시코서 TV 만드는 삼성·LG, 관세 직격탄
중국, 정부 차원 지원책으로 관세 리스크 타개
저가 중국산 제품, 미 시장서 K-TV 위상 위협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세계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TV, 가전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의 위협에 빠르게 노출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TV 분야의 타격이 상당히 클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가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LG를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에 추월을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운 K-TV와 달리 중국 TV 업체들이 저가 전략을 앞세워 미국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 폭탄 조치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및 중국산 TV 가격을 크게 인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직후 캐나다,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도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멕시코에 TV 생산 시설을 구축한 삼성·LG와 중국 TCL, 하이센스 등은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 직면했다.
미국 TV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지난해 1~3분기 매출 기준 우리나라의 북미 TV 시장 점유율은 48%에 달한다. 중국은 27%로 집계됐다. 미국에 판매된 TV 4대 중 3대는 한국 및 중국산 제품인 셈이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와 중국에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중국은 물론 K-TV의 가격 역시 크게 오르게 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한국이 중국보다 관세 리스크에 따른 피해를 더 많이 받을 것이라고 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미국이)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 영향으로 멕시코에서 생산한 TV도 무관세에서 25% 관세로 영향권에 놓인다”며 “미국 TV 시장 내 매출 비중이 더 높은 한국이 멕시코 관세 부과 영향으로 중국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Neo QLED 8K TV. <사진=삼성전자>
다만 하루 전인 이달 4일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달 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당장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시름 덜게 됐다.
그러나 대(對)중국 추가 관세 부과는 예정대로 이날 시행됐다. 이에 중국 업체들의 수출 부담은 큰 폭으로 확대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되는 디스플레이 관련 중국산 완제품의 80%가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정부는 무려 1조3000억위안(약257조829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이 중 일부를 TV 등 소비재에 대한 보상 판매 보조금으로 활용키로 했다.
이에 중국 업체들은 미국의 고강도 관세 부과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존 TV 판매 전략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간 미국 TV 시장에서 전개해 온 저가 공세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소식은 K-TV에 적잖은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화질·대형 프리미엄 TV 위주의 판매 전략을 통해 미국 TV 시장에서 매출을 올려 왔다. 판매 가격이 높은 대신 프리미엄 제품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략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K-TV는 북미 시장에서 상당한 위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2.0 시대, 상황이 달라졌다. 당장은 유예를 받았으나 한달 후 멕시코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 삼성·LG의 TV는 북미 시장에서 훨씬 비싼 값에 판매될 수밖에 없다. 이는 K-TV 대신 저렴한 중국산 TV 수요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당장 삼성·LG의 북미 TV 사업 전략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를 우려한 LG전자는 다양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생산지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창태 LG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수립 중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제품은 한 제품을 여러 생산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스윙 생산’ 체제를 확대하고,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최적 생산지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필요 시에는 선행 생산으로 물량을 분산시키고, 유통 업체들과 협업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관세 인상 수준이 본질적인 공급망 변화를 필요로 하는 경우, 생산 시설 이전 및 생산 능력 조절 등 적극적인 생산지 변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LG가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 미국 테네시공장에서 TV 등을 함께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LG와 함께 K-가전의 양대 축인 삼성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미 현지에 가동 중인 가전공장이 없어 LG처럼 생산지 이전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삼성이 LG보다 관세 리스크에 훨씬 취약한 상태에 직면한 셈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유럽, 동남아시아 등 주요 생산 거점에서 TV 생산 물량을 늘리는 식으로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제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K-TV가 단기적으로 유럽과 동남아에서 생산 물량을 늘려 대응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인한 TV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는 향후 협상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변동성이 큰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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