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K-반도체로 불똥 튀나…美, 반도체 관세 카드 ‘만지작’

시간 입력 2025-02-05 07:00:00 시간 수정 2025-02-04 17: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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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철강 등 산업 부문별로 관세 부과 시사
반도체 장비 등도 포함…이달 18일께 관세 부과 가능성
K-반도체 수출 ‘초비상’…지난해 대미 수출액 107억달러
삼성·SK, 미국 내 공장 건설 추진…“관세 못 피해”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세계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전포고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반도체 등 주요 업종별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주요국에서 업종별로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당장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반도체와 철강, 석유, 가스 등 산업 부문별로 관세를 매길 것이다”면서 “이달 18일 무렵부터 (반도체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반도체 관련 장비 등도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 포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등에도 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에 업계 안팎에서는 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물가 상승이 심화하거나 글로벌 공급망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모두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관세는 미국을 매우 부강하고 강력하게 만들 것이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를 넘어서 주요 산업 부문별로 고강도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특정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특히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관세 폭탄의 타깃으로 부상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84% 급락한 116.6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같은날 인텔 주가는 0.26% 내린 19.38달러, 브로드컴은 1.60% 떨어진 217.73달러, 대만 TSMC는 4.55% 하락한 199.8달러 등을 기록했다. 이렇듯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글로벌 반도체지수도 2%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조만간 국내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33억7000만달러 대비 3배 넘게 급증한 수치다.

K-반도체의 미국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미 정부의 대중 관세에 따른 반사이익 덕분이다. 앞서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산 반도체에 25% 관세를 적용했다. 지난해 5월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반도체 관세율을 50%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중국 전자 제품의 보안 문제도 한국산 반도체의 수출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실제 미국 내 주요 대학,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서버 구축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국산에서 한국산으로 대거 교체한 바 있다.

AI(인공지능)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열풍도 한몫했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날로 고도화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첨단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흐름에 수혜주로 부상한 제품이 바로 HBM이다. AI 칩을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해선 HBM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HBM의 인기는 삼성·SK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K-반도체가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38%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삼성·SK의 점유율 합산은 91%로,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산 반도체의 인기가 연일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K-반도체의 경쟁력은 급속도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관세를 내게 할 때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지금보다 4.7~8.3%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발 반도체 관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 현지에 서둘러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K-반도체는 미국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450억달러를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키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약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 AI용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나 공장 건립에 생산라인 안정화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K-반도체의 미 현지 생산 거점이 당장 가동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결국 삼성·SK는 앞으로 수년 간 반도체 관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등 산업 부문별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설비가 부족하고, 반도체 특성상 공급망도 단시간 내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과 경쟁이 시급한 미국 및 동맹국 기업들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관세폭탄 까지 지울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장상식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이 아직 많지 않고, TSMC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이제 공장 건립 초기 단계다”며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관세를 매기는 것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자살골 같은 행위로 여겨진다”고 진단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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