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DS 부문 영업익 2.9조원 ‘어닝 쇼크’
HBM 경쟁력 약화·딥시크 등장에 삼성 반도체 또 휘청
“그래도 AI 메모리”…삼성, 위기 타개책 ‘HBM’ 주목
‘HBM3E’ 개선 제품, 올 2분기부터 공급 확대될 듯
올 하반기 HBM4 양산 목표…“반도체 경쟁력 강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특히 삼성 반도체의 경우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 확보에 실패한데다, 일반 범용 메모리도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리면서 3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익을 기록했다.
중국 AI 플랫폼인 딥시크발 충격으로 인해 AI 반도체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해 리스크를 정면돌파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 반도체가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공급 승인을 따냈다는 소식은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삼성은 당장 올 1분기 말부터 성능이 한층 개선된 5세대 HBM인 ‘HBM3E’를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고, 6세대인 ‘HBM4’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75조788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 67조7799억원 대비 11.8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6조4927억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29.85% 급증했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치인 7조원대에 못 미친 데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 9조1834억원과 비교해선 오히려 29.3%나 줄어들었다.
삼성이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은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부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스마트폰, PC 등 IT 수요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거세지며 삼성 반도체의 수익성은 악화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모바일 및 PC용 수요 약세가 지속되며 영업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HBM 및 서버용 고용량 DDR5 판매 확대로 D램 ASP(평균 판매 단가)가 상승해 지난해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면서도 “그러나 연구개발비 및 첨단 공정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생산 능력 증대) 비용 증가로 영업익은 전분기 대비 줄었다”고 덧붙였다.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모바일 수요 약세와 첨단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 여파로 영업익이 하락했고, 파운드리사업부도 가동률 하락 및 첨단 공정 연구개발비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2조9000억원에 머물렀다. 올 2분기 6조450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의 신호탄를 쏘는 듯했던 DS 부문은 3분기 3조8600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4분기엔 3조원선 아래로 추락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올 1분기 전망 역시 암울하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반도체 분야 약세가 지속되면서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근 빠르게 확산 중인 중국 딥시크발 충격도 반도체 실적개선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딥시크는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한 구형 칩 ‘H800’만으로 만든 자사의 AI 모델 ‘R1’이 챗GPT의 신형 모델 ‘o1’과 성능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가 고비용·고성능 반도체를 지속적으로 양산하며 AI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와중에 딥시크가 더 낮은 비용으로도 비슷하거나 더 높은 성능의 AI 모델을 구현해 내면서 엔비디아의 AI칩 독주 체제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는 AI 반도체에 필수로 탑재되는 HBM 시장의 ‘톱2’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게도 큰 위협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삼성이 HBM 부진을 빠르게 만회하고, 올 상반기부터 주요 업체에 AI 메모리인 HBM3E 칩을 공급하는 것은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에 들어가는 HBM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기술 도입에 따른 업계의 변화 가능성이 있고, 현재의 제한된 정보로는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시장의 장기적인 기회 요인과 단기적인 위험 요인이 공존하는 만큼 급변하는 시장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HBM3E 개선 제품도 계획대로 준비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을 준비 중이다”며 “기존 HBM3E 제품은 이미 진입한 과제용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개선 제품은 신규 과제용으로 추가 판매해 수요 대응 범위를 늘려갈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HBM3E 개선 제품을 고객 수요에 맞춰 램프업하는 등 올해 전체 HBM 비트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 2분기부터 HBM3E 개선 제품의 공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미국 정부에서 발표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영향 뿐만 아니라 당사의 개선 제품 계획 발표 이후 주요 고객사들의 기존 수요가 개선 제품 쪽으로 옮겨가며 HBM의 일시적인 수요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올 2분기 이후 고객 수요는 8단에서 12단으로 기존 예상 대비 빠르게 전환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6세대 HBM4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c 나노 기반 HBM4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특히 삼성의 HBM 전략은 엔비디아 공급 승인 소식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 공급 승인을 획득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의 HBM3E 8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의 HBM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AI(인공지능) 가속기 칩에 탑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서 “HBM 등 판매 확대를 통해 메모리 매출을 늘렸다”고 밝히면서도 어느 고객사에 납품했는지와 관련한 정보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D램의 경우 범용 대신 하이엔드 시장에 주력한다. 삼성은 선단 공정 램프업을 지속해 DDR4와 LPDDR4의 비중을 줄이고, HBM, DDR5, LPDDR5, GDDR7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DDR4, LPDDR4의 경우 2024년 30% 초반 수준이었던 매출 비중을 올해 한 자릿수 수준까지 축소해 나갈 계획이다”며 “DDR4와 LPDDR4 공급 과잉 이슈가 당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b 나노 전환을 가속화해 DDR5, LPDDR5X 등의 공급 비중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낸드플래시 수요는 지난 2년 간 이어진 업계 내 보수적인 시설 투자 집행과 최근 업계 전반의 감산 기조 확산으로 올 하반기 초부터 수급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 낸드는 V8과 V9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중장기 제품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서버용 고용량 V7 QLC(Quadruple Level Cell)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판매 비중을 더 확대한다는 목표다.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공개된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 <사진=오창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로봇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은 지난해 말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한 미래로봇추진단을 중심으로 다목적 첨단 로봇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류 미래 사회 문제 해소, 삶의 경험 혁신,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로봇 개발 사업의 지향점으로 설정했다”며 “제조, 서비스, 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로봇을 개발하고 핵심 기술을 고도화해 고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로봇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사의 AI 및 소프트웨어 기술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휴머노이드 같은 첨단 미래 로봇 개발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며 “자체적으로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국내 유망 로봇 AI 플랫폼 업체에 대한 투자 협력을 통해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실적 콘퍼런스콜에는 이례적으로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직접 소통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CFO가 실적 콘퍼런스콜에 참여한 것은 지난 2021년 1월 당시 최윤호 CFO가 3개년 주주 환원 정책을 설명하면서 인수합병(M&A) 준비를 공식화한 이후 4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HBM 경쟁력 약화 등으로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며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자, CFO가 콘퍼런스콜에 직접 등장해 투자자와의 소통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는 “저를 포함한 경영진 모두 현재 경영 현황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며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고, 각 사업 특성상 비즈니스 사이클에 따른 변동성은 분명히 있다”며 “사업 포트폴리오와 주요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이슈를 짧은 시간 내에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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