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열풍 올라탔다”…삼성·LG·SK, FC-BGA·유리기판 ‘각축전’

시간 입력 2025-01-14 07:00:00 시간 수정 2025-01-14 09: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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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 확대…고성능·고사양 반도체 기판 수요 증가
삼성·LG, FC-BGA 사업 확대…서버용 제품 집중 강화
유리기판 차세대 게임체인저 부상…SKC 시장 선점

삼성전기, LG이노텍, SKC 등 국내 중 부품 업계가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꼽히는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와 ‘유리 기판’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IT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AI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에 필요한 고성능 기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기판은 반도체 칩을 기기의 메인보드에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한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스마크는 AI 서버·전장 시장 확대에 따라 반도체기판 시장 규모가 2024년 4조8000억원에서 2028년 8조원으로 연평균 약 14%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맞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고성능 반도체 기판인 FC-BGA를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해 전기 및 열적 특성을 높인 패키지 기판이다. 정보 전달 속도가 빨라 주로 PC, 서버, 네트워크, 자동차용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 처리 장치)에 사용된다.

LG이노텍은 지난해 12월 경북 구미4공장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향 FC-BGA 양산을 개시했다. 지난 2022년 FC-BGA 사업 진출을 선언한 후 2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최근 북미 빅테크 기업향 FC-BGA 양산을 시작했다”며 “이외 여러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구미4공장은 AI·자동화공정을 갖춘 ‘드림 팩토리’로 구축됐다. LG이노텍은 디지털제조 혁신을 통해 FC-BGA 수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AI·서버용 하이엔드 FC-BGA 시장에도 단계적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FC-BGA 사업을 조 단위 규모로 육성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LG이노텍 보다 한 발 앞선 지난 2022년 10월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해 7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AMD와 고성능 컴퓨팅(HPC) 서버용 FC-BGA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기는 현재 부산과 베트남에 하이엔드 반도체 기판 제품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는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제고, 성장 분야인 고성능 서버 및 네트워크 등 하이엔드 반도체기판 시장 입지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2026년까지 고부가 FC-BGA 제품 비중을 50%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다.

SKC 글라스 기판이 AI 데이터 센터에 적용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사진제공=SKC>
SKC 글라스 기판이 AI 데이터 센터에 적용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사진제공=SKC>

FC-BGA 뿐만 아니라 AI 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유리 기판 시장 경쟁도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유리 기판은 플라스틱 기반의 유기 소재 코어층 대신 유리 코어층을 채용한 기판이다. 기존 소재보다 표면이 매끄러워 세밀한 회로 형성이 가능하고, 열과 휘어짐에 강해 대면적화에 유리하다. 또한 중간 기판이 필요 없어 기판 두께를 25% 줄일 수 있고, 다른 소재에 비해 소비전력을 30% 줄일 수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유리 기판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곳은 SKC다. SKC는 2021년 유리기판 사업 투자회사인 앱솔릭스를 설립하고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 코빙턴 유리기판 제1공장을 준공했다. 지난 연말에는 국내 반도체 패키징 회사 중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도체과학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7500만 달러와 연구개발(R&D) 보조금 1억 달러를 지원받기도 했다.

본격적인 양산은 연내에 개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CES 2025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SKC의 유리 기판을 들어 보이며 “방금 팔고 왔다”고 언급해 SKC의 유리 기판이 미국 엔비디아에 공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KC의 뒤를 이어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유리 기판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세종 사업장에 유리 기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27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특정 고객을 언급할 순 없지만 여러 고객사와 협의 중“이라며 ”올해 2~3개 고객에 대해서는 샘플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이노텍도 장비 투자를 통해 올해 말 유리 기판 시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유리 기판은 2, 3년 후에는 통신용 반도체에서 양산에 쓰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서버용도 5년 후에는 주력으로 유리 기판이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제 장비를 투자해 올해 말 유리 기판에 대해 본격 시양산(시제품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며 “상당히 많은 업체들이 양산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단계다. LG이노텍도 늦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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