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국내 항공사 중 정비 지연율 가장 높아
엔데믹 이후 항공기 가동률↑…정비 실태 점검 필요
제주항공, 올해 정비 인력 약 560명 규모로 늘릴 계획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2일째인 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참사 기체와 로컬라이저 둔덕에 눈이 쌓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이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높은 정비 지연율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제주항공의 정비 지연 건수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다른 항공사보다 가파르게 늘었는데, 운항 횟수 증가로 정비 필요 지점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2024년 상반기 항공사 지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지난해 상반기 운항한 5만2883편 중 536편(국내선 344편·국제선 192편)에서 정비를 이유로 지연이 빚어졌다.
이런 수치는 지난해 상반기 운항한 10곳의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높다. 전체 운항 편수가 더 많았던 대한항공(422편)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경쟁 LCC인 티웨이항공(315편), 진에어(243편), 에어부산(227편) 등을 크게 웃돌았다. 항공기 정비를 사유로 제시간에 출발·도착하지 못한 항공편이 가장 많았다는 의미다.
특히 같은 기간 제주항공의 정비 지연율은 1.01%(국내선 1.26%·국제선 0.75%)로, 전체 평균 0.64%(국내선 0.61%·국제선 0.68%)보다 0.37%포인트 높았다.
앞서 제주항공은 2023년에도 정비를 사유로 한 지연이 943건(국내선 524건·국제선 419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해 제주항공의 전체 운항 편수는 9만7000여편으로 대한항공(14만4000편)과 아시아나항공(10만1000편)에 이어 3위였으나, 정비 지연 건수는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았다. 이 기간 제주항공의 연간 정비 지연율은 0.97%로, 전체 평균 0.59%보다 높았다.

지난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를 이동하는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모습.<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연간 정비 지연 건수가 각각 63건, 74건, 43건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비 지연율도 0.05∼0.12%로 0.14∼0.16%인 각 해 평균을 밑돌았으나, 2023년부터는 유독 높아졌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는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여객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항공기 가동률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기체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제주항공의 월평균 항공기 운항 시간은 2020년 174시간, 2021년 132시간, 2022년 208시간이었으나 2023년 412시간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418시간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제한된 항공기로 지나치게 많이 운항하다가 발생하는 전형적인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함께 각 정비 지연 상황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고, 실제로 정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정비 인력을 올해 상반기 38명, 하반기 27명을 각각 채용해 약 560명 규모로 확충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 항공정비사 수는 2019년 542명에서 지난해 469명으로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최근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관련 4차 브리핑에서 “2019년에는 정비사 수가 항공가 대당 12명이었고, 지금은 41대를 기준으로 12.6명”이라면서 “대당 수치로는 2019년보다 많은 정비사 자원을 갖고 있고, 국토부 기준(12명)도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조종사는 훈련부터 양성 과정까지 매우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며, 만약 부족함이 있다면 법률 위반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며 “시뮬레이터를 통해 실제 훈련을 자체적으로 보다 더 강화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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