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등 국내 LCC, 해외 정비 비중 71.1%로 높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달리 MRO 역량 매우 부족
국내 MRO 시장 육성 속도 느려…정부 차원 지원 필요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사고 원인과는 별개로 정비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엔진 수리 등 중정비를 해외에 맡기는 비율이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LCC들의 해외 정비 비용은 2019년 3072억원에서 2023년 5027억원으로 4년 새 63.6% 급증했다. 특히 같은 기간 해외 정비 비중은 62.2%에서 71.1%까지 치솟았다. 항공기의 주요 결함이 의심될 때마다 10대 중 7대는 해외로 외주 수리를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10년간 LCC의 수가 늘면서 수리해야 할 항공기 수가 증가한 점을 고려해도 해외 의존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실제 전체 국적 항공사의 해외 정비 비용은 2019년 1조2580억원에서 2023년 1조9898억원으로 4년간 58.2% 증가했다. 이 기간 해외 정비 비중은 45.5%에서 59%로 상승했다.
국내 LCC들이 항공기 수리를 주로 해외에 맡기는 이유는 안전 운항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MRO(유지·보수·정비)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업계에선 일상 정비에 국한된 정비 인력 충원과 안전 투자 증대만으로는 LCC들의 정비 역량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격납고를 보유 중이며, 엔진 고장 등 중대한 기체 결함을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인 MRO 역량을 갖추고 있다. 국내 MRO 업체는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서비스가(KAEMS·캠스) 유일해 LCC들은 기체 고장 시 해외에 보수를 위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4차 브리핑에서 “일상 정비는 자체 수행하고, 중정비 부분은 MRO 업체로 보내게 된다”며 “국내에 캠스가 있지만, 슬롯이 제한돼 있어 국내에서 일부 수행하고 나머지는 해외 MRO 업체로 보낸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업계는 LCC를 포함한 국적 항공사들의 정비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정비사 수 증대 등에 더해 중대한 기체 결함을 보수할 수 있는 중정비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국내 모든 LCC가 중정비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을 감안해 정부가 항공 MRO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같은 대형 항공 사고를 일으키는 중대한 결함을 해외 정비에 기대게 되면 LCC들의 정비 부실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전 세계 항공 MRO 시장 규모는 오는 2034년 1241억달러(약 182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국내 육성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국토부는 2021년 8월 ‘항공 MRO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국내 MRO 정비 물량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상은 지난해 4월에야 MRO 클러스터인 ‘인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 기공식을 여는 데 그쳤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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