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점찍은 로봇, 삼성 새 먹거리로 키운다…“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속도”

시간 입력 2024-12-31 16:33:10 시간 수정 2024-12-31 16: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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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 콜옵션 행사
지분 17.41%→35.0% 확대…최대 주주 등극
미래 로봇 개발 협력…차세대 로봇 리더십↑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도 발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로봇 사업을 삼성의 새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로봇 플랫폼 전문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며 차세대 로봇 리더십을 제고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삼성은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로봇 제품을 개발하고, 글로벌 로봇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국내외 사업장 내 로봇 도입도 적극 추진해 업무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기존 14.71%에서 35.0%로 확대하며 최대 주주에 올랐다고 31일 밝혔다.

삼성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에 등극한 것은 양사 간 체결한 콜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3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60.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콜옵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콜옵션 대상 주식 수는 855만439주로, 전체 지분의 44.07%에 해당한다.

이날 삼성전자가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기존 최대 주주였던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2대 주주가 됐다. 2011년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창업하고, 현재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오 교수의 지분은 기존 17.37%에서 7.78%로, 10.0%가량 낮아졌다.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삼성의 러브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월 590억원을 투자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식 194만200주를 사들인 삼성전자는 같은해 3월 91만3936주를 주당 3만400원에 장외 매수했다. 278억원어치의 주식을 추가 매입한 삼성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율은 14.71%로 확대됐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해당 업체의 우수한 로봇 기술력이 향후 삼성의 로봇 사업 추진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인간형 이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하고, 사람의 팔처럼 생긴 협동 로봇, 서빙 로봇, 이동형 양팔 로봇 등 로봇 시장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벤처 기업이다. 특히 로봇에 들어가는 모든 시스템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제품 라인업 가운데 이동형 양팔 로봇 ‘RB-Y1’에 대한 관심이 높다. RB-Y1은 한팔당 7축 자유도를 갖는 양팔과 6축 자유도의 외다리, 바퀴형 모바일 플랫폼을 갖춘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복잡한 임무를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RB 시리즈’ 5종.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RB 시리즈’ 5종.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이에 업계 안팎에선 삼성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인수합병(M&A)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기술 협력을 통한 미래 로봇 제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 협력 등 성과 여부에 따라 M&A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번 최대 주주 등극을 계기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연결 재무제표상 자회사로 편입하고 미래 로봇 개발을 위한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의 로봇 리더십 강화 전략은 이 회장의 미래 비전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2021년 8월 이 회장은 로봇과 AI(인공지능), 바이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3년 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의 약속은 실제로 이행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삼성전자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 속해 있던 기존 ‘로봇 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지난해 초에는 미국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매니저 출신인 권정현 상무를 삼성리서치로 영입하고, 로봇센터의 로봇인텔리전스팀을 총괄하도록 했다.

또 올 5월엔 DX 부문 산하 로봇사업팀 연구개발(R&D) 인력을 CTO 부문으로 배치하는 조직 개편도 전격 단행했다. 미래 신사업 중 로봇 사업을 발빠르게 키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카이스트와 손잡고 로봇 특화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카이스트와 ‘삼성전자 로보틱스 인재 양성 프로그램’ 신설 협약을 맺었다. 삼성이 로봇과 관련해 대학과 채용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은 로봇 연구를 선도할 전문 인력을 선제적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로봇 특화 조직을 구축하고 우수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게 된 삼성전자는 차세대 로봇 개발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 부문장 부회장은 지난해 3월 21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삼성전자 ‘비스포크 라이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로봇은 또 하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며 “로봇 사업에 우리가 가진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고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같은달 15일 열린 삼성전자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선 “향후 본격화할 로봇 시대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다양한 로봇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강화하고, 고객 생활에서 유용함을 체험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확대할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올 9월 DX 커넥트 행사에서 한 부회장은 “그동안 ‘원삼성(One Samsung)’의 기틀을 다지고,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우리의 다음 타깃은 ‘강한 성장’이다”고 강조하고, 로봇을 핵심 신성장 사업으로 꼽았다.

한 부회장이 잇따라 로봇 사업에 대한 포부를 천명한 가운데 이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에 오른 삼성전자는 올해를 ‘로봇 사업의 원년’으로 삼고 미래 로봇 시장에서의 위상을 빠르게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확대로 삼성전자가 그동안 갖고 있던 AI, 소프트웨어 등 원천 기술을 물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시장 매출이 대부분이었던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삼성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해외 판로를 확보하는 등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 신세계 넥스페리움에 전시된 인간형 이족 보행 로봇 ‘휴보’. <사진=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대전 신세계 넥스페리움에 전시된 인간형 이족 보행 로봇 ‘휴보’. <사진=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향후 삼성전자는 자사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휴머노이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로봇 분야에서도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선진 기술은 삼성전자가 선보인 AI 반려 로봇 ‘볼리’와 보행 보조 로봇 ‘봇핏’의 차기작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출시한 RB-Y1이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과 가전 공장 등 주력 사업장에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와 관련해 일부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함과 동시에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미래로봇추진단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 CTO인 오 교수가 맡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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