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1.4조’ 항공보험 논의 시작…“희생자·유가족 지원 총력”

시간 입력 2024-12-30 17:45:00 시간 수정 2024-12-30 18: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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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지원 위해 직원 37명 추가 파견…총 300여명 규모
배상책임보험 관련 논의 시작…국제선 10편 등 15편 결항
기체 결함·정비 소홀은 아냐…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 필요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이 3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관련 3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이 3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관련 3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이 1조4000억원 규모의 배상책임보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며 무안 여객기 참사 유가족 지원에 속도를 낸다. 제주항공은 사망자 신원 확인과 장례 절차 마무리 이후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유가족과 긴밀히 협의할 방침이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관련 3차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앞서 지난 29일(현지시간) 오전 1시 30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B737-800 기종)은 같은 날 오전 8시 30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오전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객실 승무원 4명 등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극적으로 구조돼 생존한 승무원 2명은 각각 이대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전날 오전 서울 강서구 항공지원센터 사무실에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주재로 비상회의를 가졌다. 임원과 팀장급 직원들이 전원 소집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전날 오후 두 차례 브리핑을 가진 데 이어 이날 오전 세 번째 브리핑을 진행했다.

송 본부장은 “시신 확인 절차를 거쳐 장례식장으로 안치하는 과정에서 유가족이 원하는 방식과 절차를 존중하겠다”며 “광주와 목포, 무안 등지의 호텔 객실과 더불어 지자체의 도움으로 목포대학교 기숙사를 추가로 확보했고, 무안공항에도 임시 숙소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추가로 탑승자 가족 지원을 위한 직원 37명을 무안공항으로 파견했고, 이후에도 계속 직원을 추가 파견할 계획”이라며 “현재 제주항공 직원 300여명이 유가족과 장례 절차 등을 상의하고, 의견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은 무안공항에서 사고조사팀 6명·기체복구팀 7명·총괄지원팀 8명·탑승가족지원팀 252명 등 약 300명 규모의 현장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무안공항 2층 라운지에 유가족 대기 공간을 마련하고, 유가족을 위한 인력과 숙소 지원에 필요한 비용은 자체 부담한다. 목포대학교 기숙사 200객실과 이동 버스 4대도 편성했다.

이와 함께 유해관리팀·분향소관리팀·장례지원팀 3개 팀을 편성해 유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유족·국가기관과 협의 후 장례 지원에 나설 예정이며, 유가족 요청에 따라 장례와 관련한 직간접 비용을 일체 지급할 계획이다.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제주항공은 이날부터 배상책임보험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다.

송 본부장은 “사고기는 모두 5개의 보험사에 분산 가입돼 있고, 영국 보험사에 재가입된 상황”이라며 “사고 수습과 함께 보험사와 협의해 유가족을 최대한 예우하면서 보험 처리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 재보험사 관계자가 어젯밤 우리나라에 입국했다”면서 “구체적인 보험금 지급 방식 등을 준비하고,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고 유족들이 요청하는 시점에 보험 처리와 관련한 부분들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총 10억3651만달러의 항공보험에 가입돼 있다. 배상책임 담보 보상한도는 10억달러(약 1조4720억원)다. 항공기 자체 손상에 대한 보상한도는 3651만달러(약 537억원)다.

항공보험의 간사 보험사는 5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이며, KB손해보험(26%), DB손해보험(13%), 메리츠화재(3%), 하나손해보험(3%)이 함께 보상하게 된다. 해당 보험의 99%는 해외 재보험사에 자사의 보험책임을 이양하는 출자계약이 맺어져 있다. 재보험사는 영국의 AXA XL이다.

제주항공은 무안공항 활주로가 폐쇄되는 내년 1월 1일까지 국제선 10편과 국내선 5편을 결항할 계획이다. 환불과 여정 변경을 진행하고, 무안~나가사키 노선의 경우 육로 수송을 제공할 방침이다.

송 본부장은 “무안~나가사키 노선을 이용한 분들에 대해서는 인천으로 모시고, 다시 지상 교통편을 이용해 귀가를 지원할 것”이라며 “무안공항 폐쇄와 관련해 1월 1일까지 국제선 10편, 국내선 5편 결항 계획에 있고, 이후 운항편에 대해서는 현지 상황을 살피며 운항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지난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관련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지난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관련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송 본부장은 이날 오전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이 랜딩기어 문제로 회항한 것과 관련해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 이상이 있다는 시그널이 접수됐다”며 “해당편 기장은 지상의 정비통제센터와 교신해 별도의 추가적인 조치를 했고, 정상 작동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해당편 기장은 안전운항을 위해 회항 후 점검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김포공항으로 돌아와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해당편 승객들은 대체 항공편을 이용해 다시 제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7분께 김포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7C101편이 이륙한 직후 랜딩기어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제주항공은 즉시 이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 161명에게 랜딩기어 문제에 따른 기체 결함을 안내한 뒤 회항했고, 오전 7시 25분께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이후 승객 21명은 불안하다는 이유 등으로 탑승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은 나머지 승객을 같은 기종의 대체편으로 옮겨 타도록 했고, 오전 8시 30분께 다시 제주로 출발했다.

이날 회항한 항공편에 투입된 기종은 보잉의 B737-800으로, 전날 참사가 벌어진 기종과 같다. 제주항공은 41대의 기단 중 39대를 이 기종으로 운영하고 있다. 랜딩기어는 안전한 이착륙 등 비행 안전과 직결된 필수 장치로, 비상 착륙 시 동체가 받는 충격을 완화해 준다. 이번 참사에서는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제주항공은 기체 결함과 정비 소홀 등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냐는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과 랜딩기어 오작동 등으로 추정되고 있는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한편 희생자·유가족 지원에 주력할 방침이다.

송 본부장은 “비행기가 출발하고 도착지에 도착해서 하는 ‘중간 점검’과 하루 비행이 끝나면 하는 ‘비행 후 점검’은 일상적인 점검이고, 정기 점검 형태인 ‘A체크’가 있다”면서 “항공기가 600시간 정도 비행하면 유압 계통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점검하는 절차가 있는데, 마지막 점검일은 12월 20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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