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분기 삼성 DS 부문 영업익 전망치 3조5750억원
증권 업계, 기존 5조8000억원 대비 2조원 넘게 낮춰
내년 실적도 암울…연간 영업익, 10조원 낮춘 16.7조원
D램 등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삼성 주력 사업 ‘타격’
차세대 HBM 개발 집중…‘HBM4’ 앞세워 반등 도모

삼성 반도체가 올해 4분기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실적 전망치가 3분기보다도 못 미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핵심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HBM 경쟁력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PC, 스마트폰 등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3분기 대비 수익성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IBK투자증권은 올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가 7조43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직전 분기인 3분기 9조1800억원 대비 19.1% 떨어진 수치다. 당초 전망치보다도 크게 하향 조정됐다. IBK투자증권은 기존에 9조89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날 24.8%나 낮춰 잡았다.
한화투자증권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는 8조381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역시 3분기 대비 8000억원 가량 낮은 수치다.
앞서 10조6000억원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던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2조원 넘게 떨어진 8조원대의 수정 전망치를 내놓으며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증권 업계가 이처럼 앞다퉈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부진 때문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정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며 “올 한해 지속되고 있는 DS 부문의 부진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익을 끌어 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실제로 올 3분기까지 삼성 반도체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하회했다. 올 1분기 1조9100억원이었던 DS 부문 영업익은 2분기 6조450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의 신호탄을 쏘는 듯 했다. 그러나 3분기 3조8600억원으로 다시 급락하며 시장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의 견조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5세대 HBM인 ‘HBM3E’ 등에서 주요 고객사에 대한 사업화가 예상보다 지연됐다”며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범용 D램 제품 공급 증가로 인한 타격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장 올 4분기 삼성전자 DS 부문의 실적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4분기 삼성 반도체 영업익 전망치가 3조575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 봤다. 이는 기존 5조8000억원에서 2조원 넘게 낮춰 잡은 것이다. SK증권도 DS 부문의 4분기 영업익 전망치를 4조60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삼성의 반도체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되는 것은 HBM 패권 경쟁에서 SK에 계속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DS 부문은 HBM 분야에서 큰 부침을 겪고 있다. 글로벌 AI 칩 공룡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었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38%의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SK하이닉스와 비교해선 15%p나 뒤처져 있다.
위기를 느낀 삼성은 기술 초격차 전략을 기반으로 HBM 역량을 강화해 SK의 턱 밑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4Gb D램 칩을 TSV(실리콘관통전극)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H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HBM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어 10월 31일에는 올 4분기 엔비디아의 HMB3E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예상과 달리 그간 주요 고객사에 대한 HBM 사업화가 지연됐으나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이 있어 올 4분기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HBM3E 12단 제품을 먼저 개발한 삼성전자를 제치고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납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의 자존심에 큰 흠집이 생겼다. 삼성으로서는 AI 메모리 경쟁에서 밀려 최신 제품 양산에 돌입하지도 못하고, 품질 검증 마무리 여부도 확정 짓지 못하면서 자존심을 구기고 만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D램 등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도 올 4분기 실적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8)의 평균 거래 가격은 올 7월 2.1달러에서 지난달 1.35달러로, 4개월 새 35.7% 하락했다.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등 중국 업체들이 D램 생산량을 확대하며 저가 제품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HBM 경쟁력 약화,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 등 이중고에 맞닥뜨린 삼성 반도체는 당장 내년에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키움증권은 내년 삼성의 반도체 영업이익 전망치를 19조2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화투자증권도 내년 DS 부문의 영업익 전망치를 기존 25조6000억원에서 16조7280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낮췄다.
이와 관련해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모바일, PC 등 전통적인 메모리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D램은 내년 3분기부터 판매 가격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삼성 HBM3E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시장에서는 내년도에 삼성전자가 범용 메모리 수요 둔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AI 메모리인 HBM 역량을 서둘러 제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인드한 듯 삼성전자는 그간 삼성그룹을 일구는 근간이 된 기술 초격차 전략을 통해 반도체 역량을 다시 제고하고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선점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차세대 HBM을 낙점했다. 6세대 HBM ‘HBM4’을 개발해 경쟁사를 단숨에 따라잡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하반기 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복수 고객사와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HBM4 생산을 위한 선단 공정 준비가 마무리되고 계획대로 내년 하반기에 양산이 시작된다면 삼성은 엔비디아에 HBM4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따낼 수도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 ‘루빈(Rubin)’의 출시 시기를 오는 2026년에서 내년 3분기로 6개월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루빈에는 HBM4 8개가 탑재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서둘러 엔비디아의 루빈용 HBM 물량을 선점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머지않아 HBM4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누가 먼저 엔비디아에 HBM4를 납품할지 여부가 향후 AI 메모리 패권의 주인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4 파트너가 된다면 현재의 반도체 부진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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