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글로벌 복합 위기 돌파구 찾는다…반도체·AI폰, 경쟁력 제고 방안 나오나

시간 입력 2024-12-17 17:20:45 시간 수정 2024-12-17 17: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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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DX 부문, 17~18일 이틀 간 회의 돌입…DS 부문은 19일 개최
한종희·전영현 투톱 중심 위기 극복·미래 경쟁력 확보 대책 마련
‘AI 초연결 생태계’ 구축 주력…HBM·파운드리 위기 돌파구 모색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정기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고, 경영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 극복 및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삼성전자의 두 축인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부회장과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부회장이 당면한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한 구체적인 경영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경쟁사에 내준 삼성 반도체가 어떠한 새해 사업 계획을 마련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반도체 구동을 위한 필수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부문에서 경쟁사에 선두 자리를 내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 개편과 보직 인사를 끝내고, 이날부터 각 사업 부문별로 내년도 사업 계획 구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통상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글로벌 전략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들은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특히 12월에 열리는 하반기 회의에서는 새해 경영 전략이 주요 의제로 선정된다. 이에 이번 전략 회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태다.

글로벌 전략 회의의 포문을 연 사업 부문은 한 부회장이 이끄는 DX 부문이다. 먼저 전사와 MX(모바일경험)사업부가 이날 회의를 진행하고, 하루 뒤인 18일에는 VD(영상디스플레이·DA(생활가전)사업부가 회의를 개최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19일께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제품별 판매 확대 전략, 고환율 등에 따른 리스크 헤징 전략 등이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다.

MX사업부는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최신작 ‘갤럭시S25’ 시리즈의 마케팅 계획을 살필 전망이다.

특히 삼성은 한층 고도화된 ‘갤럭시 AI’를 통해 AI 폰 선두 주자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AI 폰=삼성전자’ 라는 인식을 글로벌 시장에 확고히 심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중국 공세에 대응한 중저가 제품 판매 확대 전략 등도 모색키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8.3%로, 세계 1위 자리 수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국 업체들의 약진도 크게 두드러졌다. 올 3분기 샤오미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3.5%에 달했고, 오포 9.1%, 비보 8.5% 등으로 나타났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3사의 점유율 합산은 31.1%로, 삼성전자를 10.0% 넘게 웃돈다.

삼성은 AI 기능을 강화한 갤럭시 스마트폰 라인업을 다채롭게 구성해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입장이다. 프리미엄 제품 뿐만 아니라 중저가 제품까지 다양한 AI 폰을 시장에 출시해 고객의 니즈를 적극 충족시킨다는 방침이다.

AI 가전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살핀다. 삼성전자는 자사 IoT(사물 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중심으로 모든 가전 기기들이 연결되는 ‘AI 초연결 생태계’ 구축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은 모바일부터 TV, 생활가전에 이르기까지 각 제품별 특성에 맞는 AI 기술을 모든 제품군에 적용하고, 이 제품들을 연결해 더 개인화된 AI 홈 경험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24’에서 “앞으로 삼성전자 제품은 ‘누가 말하는지’, ‘어느 공간에 있는지’까지 인지해 고도화된 개인화 경험이 가능할 것이다”며 “이는 AI 기반 SW(소프트웨어)·플랫폼 혁신과 보안 기술로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구현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는 삼성이 그리는 AI 홈 전략이 실현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 경험과 혁신의 확장(AI for All: Everyday, Everywhere)’을 주제로. 혁신적인 신제품과 첨단 기술을 대거 선보인다.

또한 삼성 TV 플러스와 가전 구독 서비스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가별 맞춤 마케팅 전략도 진단한다.

전 부회장이 이끄는 DS 부문은 삼성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한해 HBM을 비롯한 각 사업별 실적 부진에 대해 반성하고, 칩 역량을 근원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 반도체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올 1분기 1조9100억원이었던 DS 부문 영업익은 2분기 6조450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의 신호탄을 쐈다. 그러나 3분기 3조8600억원으로 다시 급락하면서 위기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의 견조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범용 D램 제품 공급 증가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며 “일회성 비용과 환 영향 등이 맞물리면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올 4분기 DS 부문의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삼성 반도체의 4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4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 분기 영업익이 가장 높았던 2분기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3분기에 이어 4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것은 삼성 반도체가 HBM 패권 경쟁에서 SK에 뒤쳐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HBM 분야에서 큰 부침을 겪고 있다.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미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이미 절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38%의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SK하이닉스와 비교해선 15%p나 뒤처져 있다.

AI 메모리 시장에서 위기에 몰린 삼성은 HBM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었다. 오늘날 삼성그룹을 일구는 근간이 된 기술 초격차 전략을 통해 반도체 역량을 다시 제고하고 차세대 메모리를 선점한다는 포부다.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차세대 HBM을 낙점했다. 6세대 HBM ‘HBM4’을 개발해 경쟁사를 단숨에 따라잡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하반기 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복수 고객사와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등 주요 AI 반도체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내년 삼성의 AI 메모리 전략이 어떻게 꾸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AI 시대를 주도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전략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전략의 설계자는 삼성 파운드리의 구원 투수로 낙점된 한진만 DS 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다. 한 사장은 정기 임원 인사에서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 승진됐다.

한 사장은 D램/플래시설계팀을 거쳐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말 DSA총괄로 부임해 현재까지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달 초 한 사장은 2나노 공정 수율을 개선해 내년 가시적인 실적 반등을 달성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는 실적 개선 방안 중 하나로, 2나노의 빠른 램프업(ramp-up)에 방점을 찍었다. 램프업은 반도체 제조 장비 설치 이후 양산에 들어가기까지 생산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뜻한다.

한 사장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 기반의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으나 사업화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 많다”며 “기회의 창이 닫혀 다음 노드에서 또다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사장을 중심으로 파운드리 사업 재도약에 드라이브를 건 삼성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편 이번 회의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참석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각에선 ‘뉴 삼성’을 일구고자 하는 이 회장이 새해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이번 글로벌 전략 회의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회의가 끝난 이후 경영진을 따로 만나 격려하거나 별도 사장단 회의를 소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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