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HD현대 등 주요 기업, 4일 오전 긴급 회의 개최
주가 하락·민관 협의 제동 위기 직면…“불확실성 가중”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여파로 재계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비상국면에 돌입했다.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되기는 했지만, 기존 글로벌 리스크에 환율 변동성과 정치 리스크 까지 가중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이 사실상 비상경영 모드로 전환한 상황이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트럼프발 리스크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SK와 LG, HD현대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상황 점검과 그룹 경영 활동 등을 논의했다.
LG도 오전 계열사별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환율과 금융 시장 동향 등을 살피고, 해외 주요 고객사들의 문의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LG는 국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어 이날 새벽 직원들에 상황이 악화될 것을 고려해 재택근무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도 이날 오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 이후 영향을 점검하고, 각 계열사별 대응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 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갖고, 환율 등 재무 위험을 집중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외에 HS효성도 이날 오전에 사장단과 관련 임원들이 모여 긴급 점검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고, 포스코홀딩스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이 있는 부서들을 중심으로 금융 시장 동향 등을 점검했다.
실제 이날 기업들은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논란으로 환율과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올해 국내 기업들이 지지부진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엄 조치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피해가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SK그룹 지주사인 SK(주)는 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고, (주)LG도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2026년까지 전량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정책 추진의 동력이 돼야 할 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던 상황이었다”며 “이번 사태로 현 정권의 리더십과 정권 유지에 빨간불이 켜지며 동력 상실 위험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패권 경쟁,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정치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돼 예상보다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본다”며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트럼프 정부 재집권이 임박한 시기에 정치적 불안까지 더해져 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특히 최근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민관 협의체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지난 2일 미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조치에 따라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국이 계엄 논란에서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반도체 특별법 등 주요 경제정책 현안들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모든 대외 일정을 취소하고 국내 산업 영향 점검에 나섰다. 산업부는 비상계엄 중이던 이날 오전 0시 안 장관 주재로 긴급 실물경제점검회의를 열고, 현황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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