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링 수요 높은 AI 데이터센터 해결책으로 LG 칠러 부상
차별화된 기술력 갖춘 터보 칠러, ‘국내 1위·글로벌 5위’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성장세 속 LG 칠러 매출 확대 전망
조주환 “칠러, ‘2030 미래 비전’ 실현 핵심 축 될 것”
전 세계적으로 AI(인공지능)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가 AI데이터센터의 고질적인 문제인 열관리 문제를 해소할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전략 사업으로 육성한다. LG전자는 고도화된 냉각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간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으로 주목 받고 있는 초대형 냉방 기기 ‘칠러(Chiller)’를 차세대 수출 효자 상품으로 삼았다고 2일 밝혔다.
최근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존 냉각 시스템으로는 효율적으로 열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AI 반도체가 천문학적 분량의 AI 데이터를 연산할 때 내뿜는 열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다 보니, 데이터센터 총 사용 전력의 약 45%가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쿨링에 사용될 만큼 냉각 시스템의 중요성은 매우 높아진 상태다.
이렇듯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열관리 솔루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의 초대형 냉방기기 칠러가 최적의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칠러는 차갑게 만든 물을 열교환기를 통해 순환시켜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냉각 설비다. 주로 대형 건물이나 공장 등 산업 시설에 설치된다.
LG가 차세대 전략 수출 품목으로 육성할 칠러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랐다. 대표적인 대용량 제품인 터보 칠러는 국내에서 1위, 글로벌 5위에 랭크될 만큼 우수성을 인정 받고 있다.
이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LG전자는 글로벌 칠러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용량 공랭식 칠러에 무급유 자기베어링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칠러 내부에서 고속으로 돌아가는 압축기 모터의 회전축을 전자기력으로 공중에 띄워 지탱하며 회전시키는 고난도 기술로, 기존 급유 베어링 방식보다 소음과 에너지 손실이 적은 차세대 기술로 평가된다. 해당 기술은 앞서 2022년 산업혁신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지 비용도 경제적이다. LG 칠러는 고효율 압축기와 열교환기를 사용하는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칠러의 한 종류인 LG전자 터보 냉동기의 경우, KS 인증 기준 냉난방성능계수(COP)가 업계 최고 수준인 6.5로,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친환경 기술도 장착했다. LG전자는 올 초 유럽과 북미 지역에 출시한 고효율 히트펌프 시스템인 인버터 스크롤 칠러에 지구온난화지수(GWP)가 기존 R410A 대비 3분의 1~4분의 1 수준인 R32 냉매를 적용해 환경 보호에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간편하게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설계를 통해 부품 교체나 점검 작업도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췄다.
아울러 LG전자는 칠러 등 건물에 설치된 HVAC 설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어·관리하는 BMS(빌딩관리시스템), BEMS(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와 같은 통합 솔루션까지 소프트웨어 역량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칠러 사업은 국내와 해외에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최근 3년 간 매년 15%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2022년 대비 30% 가까이 고공 성장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LG 칠러 사업도 더 가파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부터 연간 10.9%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4373억달러(약 613조1821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고려할때, 데이터센터의 열을 관리하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규모는 올해 85억달러(약 11조9170억원)에서 2030년 172억달러(약 24조1144억원)로, 두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안팎에서는 칠러 사업이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2030 미래 비전’ 실현을 앞당기는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사양의 냉난방 제품을 공급해 온 경험과 HVAC 사업의 고효율·고성능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LG전자는 칠러를 앞세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공략에 방점을 찍은 상태다.
이에 조 사장은 2030 미래 비전 발표를 통해 LG전자의 3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B2B(기업 간 거래) 역량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B2B 사업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HVAC 사업의 경우, 매출을 2030년까지 두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톱티어 종합 공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의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 의지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냉각 산업이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민간 기업과 함께 협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산업부 수출 현장 지원단은 이날 경기 평택에 있는 LG전자 칠러공장을 찾아 LG전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LG전자 칠러공장은 데이터센터는 물론 대형 상가, 오피스 시설, 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다양한 칠러 제품을 생산하는 핵심 거점이다. 주요 생산 품목은 △터보 칠러 △흡수식 칠러 △스크류 칠러 등이다.
LG는 이곳에서 칠러 제품의 설계부터 제작, 테스트, 출하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처리한다. 국내외 주요 시장에 공급하는 평택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약 1000대 수준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칠러 생산라인을 함께 시찰했다. LG전자는 이날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협력도 요청했다.
이에 안 장관은 “산업부는 AI 반도체, 전력 기자재, 냉각 시스템을 데이터센터의 성패를 좌우하는 3종 세트로 인식하고 있다”며 “수출의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 육성을 위한 정책 과제들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산업부는 데이터센터용 칠러, 항온항습기 등 냉각 시스템에 대해 연말까지 총 3500억원의 수출 보험 지원, 무역 보험 한도 2배 상향, 무역 보험료 20% 인하 등 특별 우대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무역관 등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 데이터센터 신설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발주처 초청 상담회를 열어 국내 기업의 사업 기회를 열어주기로 했다. 열관리, 서버 등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핵심기술 확보 연구개발(R&D) 사업에도 1300억원을 투입한다.
안 장관은 “확고한 수출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수출 5강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수출 성장 엔진 발굴을 준비하겠다”며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을 우리 수출의 주역으로 육성하는 등 수출 지원기관과 함께 총력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칠러는 LG전자의 B2B 성장을 끌어온 HVAC 사업의 중요한 축이다”며 “정부와의 협업과 소통을 강화해 AI 시대 칠러 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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