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중국 반도체 기업 200곳 ‘무역 제한 목록’ 등재
엔비디아 등 AI 칩 업체,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사실상 차단돼
다음달 HBM 선적 제한 규제 발표 가능성…K-반도체도 ‘비상’

미국이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엔비디아 등 AI(인공지능) 칩 업체의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거래를 제한하는 데 이어 중국으로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출길 까지 차단될 전망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업황이 점차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 정부의 대중 제재가 강화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 AI 반도체의 대중 수출이 차단되고, HBM 관련 규제까지 본격화 한다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HBM 출하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6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새로운 반도체 수출 제한 조처를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미국 상공회의소가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인용해 “해당 규제 도입으로 최대 200곳가량 중국 반도체 기업이 ‘무역 제한 목록(trade restriction list)’에 추가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무역 제한 목록에 등재되면 미국 기업 대부분과의 거래가 차단된다. 해당 목록에 대거 이름을 올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사실상 엔비디아 등 AI 칩 업체들의 첨단 반도체를 사들일 수 없게 된 셈이다.
이같은 보도가 시장에 퍼지자 엔비디아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현지시간으로 25일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종가 기준 136.0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거래일 141.95달러 대비 4.18%(5.93달러)나 하락한 수치다. 특히 11월 6일(145.61달러)부터 13거래일 연속으로 유지해 온 140달러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미국 엔비디아 보이저사옥. <사진=엔비디아>
일각에선 일시적인 주가 하락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엔비디아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그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안보 측면에서 특정 국가를 상대로 AI 반도체 수출에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나섰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당국자들이 엔비디아 등의 AI 칩을 특정 국가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일부 국가의 AI 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번 제재 대상은 중동 등 특정 국가다. 그러나 미국이 진정으로 견제하고자 하는 목표는 중국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는 한층 강화된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2022년 10월 발표된 잠정 규정에 대한 최종 규정인 해당 조치는 △AI 칩 규제 강화 △중국 기업 13곳 제재 대상 추가 △제재 우회 차단 등으로 구성됐다. 당시 미 정부는 AI 반도체에 대한 ‘성능 밀도’ 기준을 추가하고, 내부 통신 속도 기준을 제외했다. 이를 통해 AI 칩 수출 통제의 초점을 성능에 맞추면서 기술적으로 제재를 우회하는 것을 차단했다.
또한 AI 반도체 제재 기준 바로 아래에 있는 일부 특정 칩을 수출할 경우, 사전에 정부에 통지할 것도 요구했다.
중국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도 가했다. 미국은 ‘상하이 비렌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와 ‘무어 쓰레드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및 그 자회사 등 총 13개 중국 업체를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직접적인 제재에서 더 나아가 제3국을 통해 중국으로 AI 칩이 유입되는 길마저 원천 차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미 상무부는 중국으로 재수출될 위험이 큰 40여 개국으로 수출할 때, 추가로 라이선스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반도체 제조 장비 유형도 추가해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가별로 AI 반도체 수출에 상한을 설정하겠다는 미국의 조치는 이같은 대중 제재의 연장선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후 한달여 만에 미 정부가 무역 제한 목록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등재하는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엔비디아 등 AI 칩 업체들의 첨단 반도체 수출길은 원천적으로 차단될 전망이다. 그간 엔비디아는 상대적으로 사양이 낮은 GPU(그래픽처리장치) ‘A100’과 업그레이드 버전인 ‘H100’ 등을 중국에 수출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제재는 엔비디아에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에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미 정부가 중국으로 AI 칩 수출을 막겠다며 각종 규제를 내놓으면서 주요 AI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AI 칩 시장이 대중 규제 강화로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이다.
AI 반도체 수요 둔화는 AI 칩 구동에 필수인 HBM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는 전 세계 HBM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K-반도체에도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등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합산은 91%로, 사실상 K-반도체가 대부분의 HBM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K-반도체가 AI 시대를 맞아 특수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SK로서는 미 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 조치를 피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 36GB HBM3E 12단 제품. <사진=SK하이닉스>
이런 와중에, K-반도체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직접적인 제재 조치도 임박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AI 반도체 제재의 일환으로 중국으로의 HBM 선적을 제한하는 새 규제를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적용 대상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만약 해당 수출 통제 조처가 본격화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은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중 메모리 반도체 수출 규모는 올해 1월 약 20억달러에서 9월 약 25억달러(약 3조4980억원)로, 무려 25% 증가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범용(레거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넓혀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K-반도체의 대중 메모리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기술력 한계로 고성능의 HBM을 삼성·SK로부터 대거 사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K-반도체에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 HBM을 수출할 수 없게 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추가적인 대중 수출 통제는 AI 반도체 시장 뿐만 아니라 HBM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 제재가 강도를 높이면 글로벌 HBM 시장의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고, 결국 K-반도체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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