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기 용인 선영서 고 이병철 회장 37주기 추도식
‘반도체 위기’ 닥친 삼성, 호암 ‘사업보국’ 정신 되새겨
이재용, 기술 초격차 통해 반도체 경쟁력 제고 드라이브
‘삼성 반도체 미래’ NRD-K, 2030년까지 20조 투입
강도 높은 인적 쇄신 통해 조직 안정화·당면 위기 극복
자사주 매입에 10조 투입…추가 밸류업 계획 나올지 ‘관심’

반도체 경쟁력 약화로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라는 겹악재를 맞고 있는 삼성이 고(故)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별세 37주기를 맞아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되새긴다.
삼성은 호암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삼성 반도체 역량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경쟁사에 빼앗긴 ‘메모리 최강자’ 자리를 다시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말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통해 그룹을 재정비 하고, 자사주 10조원을 투입해 주가 부양을 본격화하는 등 밸류업(Value Up·기업 가치 제고)에도 시동을 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일가는 고 이 창업회장의 기일인 19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추도식을 연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겸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전례 없는 경영 위기 속 열리는 호암의 37주기 추도식은 고 이 창업회장의 사업보국 정신을 복기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고 이 창업회장은 생전 ‘기업의 존립 기반은 국가이고, 기업은 국가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삼성을 굴지의 기업으로 올려 놓은 바 있다.
특히 호암의 반도체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호암은 1982년 당시 사내 반도체 회의에서 “돈벌이를 하려면 반도체 말고도 많은데, 우리가 왜 이렇게 고생하고 애쓰느냐”며 “반도체는 국가적 사업이고, 미래 산업의 총아 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경쟁력 약화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호암의 사업보국 정신을 계승해 삼성의 반도체를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시키기 위한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18일 경기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NRD-K’ 설비 반입식. <사진=삼성전자>
실제 삼성은 이날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발걸음을 본격화 하고 나섰다.
이날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NRD-K(New Research & Development-K)’ 설비 반입식을 개최했다.
NRD-K는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건설 중인 10만9000㎡(약 3만3000평) 규모의 최첨단 복합 R&D 단지다. 2030년까지 총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2025년 중순 R&D 라인부터 본격 가동되는 NRD-K는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삼성 반도체 전 분야의 핵심 연구 기지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이 곳에서는 근원적 기술 연구부터 제품 개발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도록 고도의 인프라도 갖춰진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활용될 고해상도 EUV(극자외선) 노광 설비, 신물질 증착 설비 등 최첨단 생산 설비도 도입된다. 또한 웨이퍼 두장을 이어 붙여 혁신적 구조를 구현하는 웨이퍼 본딩 인프라 등을 도입해 최첨단 반도체 기술의 산실로 거듭날 전망이다.
삼성 반도체가 기술 초격차 전략을 추진할 핵심 거점인 NRD-K는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 속에 조성돼 왔다.
특히 이 회장은 현장 경영을 통해 NRD-K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2022년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후 택한 첫 행보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 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기공식에 참석해 “40년 전 반도체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며 “차세대 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0월 경기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미래 반도체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은 이듬해인 지난해 10월에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미래 반도체 전략을 점검했다. 당시 이 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다시 한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이 회장이 반도체 부흥의 전진 기지로 낙점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가 주목 받고 있다.
기흥캠퍼스는 1983년 2월 고 이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 이후 반도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징적인 곳이다.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하고, 1993년 메모리 반도체 1위 등을 이뤄내면서 반도체 성공 신화의 산실로 부상했다. 이에 오늘날 용인 기흥에는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국내외 소재·부품·설비 회사들이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인 기흥에 미래 기술 연구의 핵심인 NRD-K를 구축하고, 협력사와의 R&D 협력 등을 통해 첨단 기술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NRD-K를 통해 삼성 반도체 혁신의 전기를 마련하고, 기흥을 첨단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중심지로 격상시킨다는 포부다.
이날 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부회장은 “NRD-K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근원적 연구부터 제품 양산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 확립으로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50년의 역사가 시작된 기흥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 새로운 100년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은 18일 경기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NRD-K’ 설비 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다가오는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이 당면한 위기 극복, 반도체 경쟁력 회복의 마중물이 될지도 관심이다. 올해 삼성은 ‘위기 속 안정’보다 ‘과감한 쇄신’을 염두에 두고 조직과 인적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DS 부문을 중심으로 ‘칼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2020년 말에,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2021년 말에 각각 선임됐다. 재계는 삼성이 지난 3~4년 간 각 사업부를 이끌어 온 이들 사업부장에 반도체 경쟁력 약화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체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이 이미 앞서 DS 부문장을 교체한 바 있는 만큼 인사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올 5월 DS 부문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삼성의 연말 인사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삼성전자는 매년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단행한다. 다만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앞당긴 11월 말에 인사를 실시했다.
당장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인공지능) 반도체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 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초일류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AI 칩 경쟁력 확보라는 시급한 숙제를 떠안고 있다. 이에 올해도 인사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NRD-K’. <사진=삼성전자>
기술 초격차 재가동, 인적 쇄신에 이어 기업 가치를 다시 끌어 올리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도 본격 가동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10조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결정하면서 강력한 주가 방어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4만전자’로 추락했던 주가가 한동안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향후 1년 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17년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이후 7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3개월 간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한다. 장내 매수 방식으로 매입해 소각하는 자사주는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에 달한다. 나머지 7조원 규모의 자사주는 자기 주식 취득을 위한 개별 이사회 결의 시 주주 가치 제고 관점에서 활용 방안과 시기 등을 다각적으로 논의해 일정에 따라 매입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2015년 10월 중장기 주주 환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11조4000억원(약 100억 달러)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시행한 바 있다. 특히 2017년에는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의 50%도 소각했다.
당시 이같은 노력으로 삼성전자의 발행 주식 수는 2015년 말 대비 보통주는 12.4%, 우선주는 20.1% 감소했다. 대신 주당 가치가 높아지며 주가는 2015년 말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이번에 2017년보다 더 큰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한 만큼 삼성전자의 주가는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증권 시황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5만6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거래일 5만3500원 대비 5.98%(3200원) 오른 수치다.
자사주 매입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밸류업 계획이 조만간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 SK텔레콤, 포스코홀딩스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밸류업 계획을 잇따라 공개한 가운데 그간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는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자사주 매입을 계기로 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청사진을 내놓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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