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제품 다변화로 활로 찾았지만…미·유럽 관세 철폐는 ‘위기’

시간 입력 2024-11-05 17:45:00 시간 수정 2024-11-05 17: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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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업계 빅4 총매출·영업익 4년 간 17%씩 증가
프리미엄 우유·수출·신사업 성과…저출산에도 성장

대형마트 매대에 우유가 진열된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심각한 저출산으로 위기를 맞았던 유업계가 프리미엄 우유와 비(非)우유 제품 출시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며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국과 유럽의 유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는 업계에 또 다른 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우유 시장 점유율은 서울우유협동조합(44%), 빙그레(15%), 남양유업(12%), 매일유업(11%) 순으로 높다.

저출산과 고물가 이중고에도 이들 4사의 총 매출은 2020년~2023년까지 4년 간 4조6821억원에서 5조5000억원으로 약 17.5%증가했다. 수익성도 함께 성장했다. 같은 기간 총 영업이익은 928억원에서 1081억원으로 16.5% 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이들 4사가 프리미엄 우유, 단백질 음료, 식물성 대체유 등으로 사업 카테고리를 넓혀 주요 소비자를 아이에서 성인으로 대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울러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한 것도 도움이 됐다.

먼저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는 본업에서 기회를 찾았다. 기존 우유의 소화 불량 문제를 해결한 프리미엄 우유 ‘A2플러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 것이다.

지난 2020년부터 서울우유는 A2+생산에 8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A2+는 특별한 공정으로 기존 우유에서 소화 불량을 유발하는 성분이 없애 소화기관이 약한 성인·유아도 마실 수 있는 우유다.

서울우유는 올해 연간 원유 생산량 1900t 가운데 3%를 A2 원유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8월에는 단백질음료 ‘프로틴에너지’를 리뉴얼 출시하면서 건강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라인업도 강화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의 글로벌 브랜드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또 지난 9월 단백질 전문 브랜드 ‘더: 단백’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단백질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빙그레의 대표제품인 바나나맛 우유는 2004년 미국을 시작으로 현재 중국, 베트남, 필리핀을 포함한 2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기존 초코, 딸기 우유와 달리 외국인에게 낯선 바나나와 우유의 조합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빙그레의 냉장품목군 수출액은 지난해 565억원으로 전년 449억원 대비 26% 증가했다.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빙그레의 우유와 유음료 해외 사업 역시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사업 확장을 가속화 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백미당’ 등 외식업은 축소하고 건강기능식품과 원유 납품·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타사 단백질 건기식을 대신 생산하고 커피 전문점에 원유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8월에는 ‘이너케어 뼈관절 프로텍트’를 출시하며 성인 대상 제품을 확대중이다.

매일유업도 환자식·고령친화식 시장 개척을 가속화하고 식물성 음료의 기업간 거래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타벅스차이나와 어메이징 오트·아몬드브리즈 바리스타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한 알리바바 그룹의 헬스케어 자회사 ‘알리건강’과는 자선사업 파트너십을 계약을 체결해 중국 시장에 선천성대사이상 환아들을 위한 특수분유 ‘앱솔루트 엠피에이 1·2 단계’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특히 해외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에 분유를 수출하며 시장 확장을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국내 유업계 처음으로 중국 조제분유 수출을 위한 제2공장 허가를 취득했다.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오트·아몬드·두유 등 식물성 음료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약 6%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며 “내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유업계의 미래는 순탄하지만은 않다. 한국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해외 유제품에 대해 순차적으로 관세가 완화되기 때문이다. 오는 2026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되는 유제품에는 관세가 매겨지지 않는다. 해외 유제품 수입이 늘어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신규 시장을 활발하게 개척하면서 유업계가 지난해까지 실적 방어에 성공한 모습”이라며 “다만 이제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던 시장에도 많은 기업들이 진출해버린 상황이라, 수입 유제품이 늘어나게 되면 아직 우유와 유제품 사업 의존도를 완전히 벗지 못한 기업들은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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