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 AI칩도 수출 규제하나…삼성·SK로 불통 ‘우려’

시간 입력 2024-10-16 17:30:00 시간 수정 2024-10-16 17: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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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특정 국가별 AI 칩 수출 상한 설정 방안 검토
블룸버그 “사실상 중국 AI 능력 확대 억제 위한 제재”
제3국 통한 AI 반도체 중국 유입 원천 차단하려는 조치
AI 칩 수출 제한에 HBM도 역풍 우려…삼성·SK ‘비상’

미·중 반도체 갈등. <그래픽=권솔 기자>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가별로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의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에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AI 칩이 특정 국가를 우회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는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AI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로 불똥이 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미국 당국이 엔비디아 등의 AI 반도체 수출까지 규제할 경우,  AI 칩의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출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6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측면에서 특정 국가를 상대로 AI 반도체 수출에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당국자들이 엔비디아 등의 AI 칩을 특정 국가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일부 국가의 AI 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블룸버스는 “특히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페르시아만 주변 중동 국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안건은 논의의 초기 단계로, 유동적인 상황이다.

수출 통제를 담당하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엔비디아, AMD 등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도 해당 이슈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이번 제재의 표면적인 대상은 중동 등 특정 국가다. 그러나 미국이 진정으로 견제하고자 하는 목표는 역시 중국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는 한층 강화된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2022년 10월 발표된 잠정 규정에 대한 최종 규정인 해당 조치는 △AI 칩 규제 강화 △중국 기업 13곳 제재 대상 추가 △제재 우회 차단 등으로 구성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당시 미 정부는 AI 반도체에 대한 ‘성능 밀도’ 기준을 추가하고, 내부 통신 속도 기준을 제외했다. 이를 통해 AI 칩 수출 통제의 초점을 성능에 맞추면서 기술적으로 제재를 우회하는 것을 차단했다. 또 AI 반도체 제재 기준 바로 아래에 있는 일부 특정 칩을 수출할 경우, 사전에 정부에 통지할 것도 요구했다.

중국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도 가했다. 미국은 ‘상하이 비렌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와 ‘무어 쓰레드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및 그 자회사 등 총 13개 중국 업체를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했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은 직접적인 제재에서 더 나아가 제3국을 통해 중국으로 AI 칩이 유입되는 길마저 원천 차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미 상무부는 중국으로 재수출될 위험이 큰 40여 개국으로 수출할 때 추가로 라이선스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반도체 제조 장비 유형도 추가해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

국가별로 AI 반도체 수출에 상한을 설정하겠다는 미국의 조치는 이같은 대중 제재의 연장선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미 정부의 국가별 AI 칩 수출 상한 정책은 종국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한 제재들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 정부가 국가별 수출 상한을 설정하려 할 경우 포괄적인 새 정책을 발표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집행이 힘들고 외교 관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 조짐에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향후 대응 방안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미 정부가 대중 첨단 AI 칩 수출 규제를 처음 발표했을 때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 수출이 가능한 저사양 AI 반도체를 설계해 판매한 바 있다. 다만 현재 엔비디아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비단 엔비디아뿐만 아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려는 미국이 중동을 비롯한 특정 국가를 상대로 AI 반도체 수출에 상한을 설정한다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AI 칩 시장이 갑작스레 된서리를 맞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수요 둔화는 AI 칩 구동에 필수인 HBM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전 세계 HBM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K-반도체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등이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합산은 91%로, 사실상 K-반도체가 대부분의 HBM을 생산·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하며 ‘HBM 1등 굳히기’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도 올 4분기 내 HBM3E 12단 제품에 대한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향후 글로벌 HBM 시장에서 K-반도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 움직임은 HBM을 앞세워 ‘AI 특수’를 누리고 있는 삼성·SK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미국의 추가적인 대중 수출 통제는 AI 반도체 시장 뿐만 아니라 HBM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 제재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HBM 시장의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어 K-반도체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SK하이닉스 36GB HBM3E 12단 제품. <사진=SK하이닉스>

한편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정의부 싱크탱크가 엔비디아의 AI 칩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놔 관심을 모은다. 중국 현지 데이터센터에 자국 AI 반도체가 아닌 엔비디아 제품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정보통신기술원(CAICT)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에 훈련된 모델들을 국산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높다”며 “엔비디아 AI 칩을 지속 탑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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