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계열사 R&D 신기술 공유…난제 해결 아이디어도 논의
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 미래 경쟁력 강화 기대감 ‘쑥쑥’
구광모 “A·B·C, LG의 차세대 포트폴리오 한 축으로 육성”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가 26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 ‘LG 스파크(SPARK) 2024’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회장직에 오른 이후 지난 6년여 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AI(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LG의 양적, 질적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해 5월 열린 사장단 협의회에서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일희일비 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LG는 이러한 구 회장의 경영 기조에 발맞춰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된 ABC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LG는 미래를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고, 외부 전문가·스타트업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LG그룹은 약 3주 간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구성원과 외부 파트너사, 스타트업, 지역 주민 등이 참여하는 문화·혁신·예술 축제 ‘LG 스파크(SPARK) 2024’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LG 스파크는 개발자들과 스타트업의 연구혁신 성과를 공유하고, 과학·문화·예술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축제다. 지난해 9월 ‘DX(디지털 전환) 페어’, ‘슈퍼스타트 데이’, ‘LG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 ‘컬처위크’ 등 4개 행사가 통합돼 처음으로 열렸다. 당시 LG 스파크에는 총 4만7000여 명이 참가하며 성황을 이뤘다.
올해 LG 스파크의 포문은 ‘LG 테크페어’가 연다. LG는 이날 그룹 계열사의 R&D 신기술을 공유하고, 외부 전문가와 난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행사인 LG 테크 페어를 개최했다.
이번 페어에는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 8개사가 참여했다.
그간 LG그룹은 계열사 혹은 분야별로 기술 교류 행사를 수시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8개 계열사 R&D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연구 현황을 공유하고, 기술 난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서 인사말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LG 테크 페어에는 구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ABC 분야를 포함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모빌리티, 소재·부품 등 6개 분야 60여 개의 전시 부스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LG는 △AI 에이전트를 탑재해 자연스러운 음성 대화로 집 안의 IoT(사물 인터넷) 기기들의 연결성을 강화한 ‘AI 허브’ △이산화탄소를 전환 공정 없이 원재료로 직접 활용하는 친환경 신소재 △아토피 피부염 환자 대상 안전성과 증상 완화 효능을 크게 높인 치료제 등 주요 과제를 계열사 R&D 연구원들과 공유하고, 향후 협업 기회를 모색키로 했다.
이를 통해 LG는 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LG는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거대 AI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 학습, 판단할 수 있는 AI다.
구 회장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LG는 초거대 AI 분야에서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이달 LG AI연구원은 2021년 12월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선보인 지 2년 8개월여 만에 한층 진화한 ‘엑사원(EXAONE) 3.0’을 전격 공개했다.
LG가 이번에 공개한 엑사원 3.0은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잡았다. 최신 엑사원은 이전 모델보다 성능은 56% 높이고, 비용은 72%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그간 LG AI연구원은 AI로 인해 촉발된 소비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량화·최적화 기술 연구에 집중해 왔다. 이렇게 확보한 첨단 기술을 토대로 LG는 초기 거대 AI 모델 대비 성능은 높이면서도 모델 크기는 100분의 3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학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중 언어(Bilingual) 모델인 엑사원 3.0은 한국어 성능도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최신 엑사원은 특허와 소프트웨어 코드, 수학, 화학 등 국내외 전문 분야 데이터도 6000만건 이상을 학습했다. LG AI연구원은 올해 연말까지 법률, 바이오, 의료, 교육, 외국어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 학습 데이터 양을 1억건 이상으로 늘려 엑사원 3.0의 성능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8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CEO와 함께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바이오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LG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암이나 대사 질환(비만, 당뇨 등)과 같은 질병을 정복하는 혁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임상 과제 확대, 상업화 역량 강화 등 글로벌 경쟁력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미국 제약사 아베오를 통해 전 세계 혁신 신약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올 초에는 잭슨랩과 손잡고, 알츠하이머와 암의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분석하고 치료제 효과까지 예측하는 AI 모델 개발에도 나섰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클린테크 사업도 중점 육성하고 있다. 최근 LG는 각 계열사에 클린테크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역량을 키우고 있다. 또 바이오 소재 활용 친환경 플라스틱 및 폐배터리·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등을 개발하고,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 기술도 강화하고 있다.
AI·바이오·클린테크 등에 대한 구 회장의 관심은 절대적이다. 구 회장은 2022년부터 그룹 차원의 AI 연구 허브인 LG AI연구원과 바이오 분야 R&D 중추인 충북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클린테크 관련 기술 연구 거점인 서울 마곡 LG화학 R&D연구소 등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도 약속했다. LG는 올 3월 열린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2028년까지 약 100조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LG의 글로벌 총 투자 규모의 65%와 맞먹는 수치다.
이 중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 성장동력에 국내 투자액의 50%를 투자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구 회장은 “LG는 저성장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기 극복을 넘어, 그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미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대체 불가능한 LG만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올 한해 ‘차별적 고객 가치’와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그룹의 차세대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키워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 치료제 생산에서 항암 기능을 강화시킨 세포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차세대 게임 체인저 기술을 발굴하기 위한 융복합 R&D 워크샵도 진행됐다. 주요 계열사의 연구위원급 전문가들은 ‘물없는 친환경 세탁기’, ‘당뇨와 비만을 관리하기 위한 채혈 없는 혈당 측정 기술’ 등 여러 R&D 난제에 대해 전문 지식과 연구 노하우를 공유하며 심층 논의했다. 특히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퍼실리테이터(진행 조력자)로 참여해 워크숍을 지원했다.
A·B·C 분야 외부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미래 기술 세미나 세션도 마련됐다. LG 구성원들은 김상배 MIT 교수의 ‘휴머노이드의 기술 혁신’, 이상엽 KAIST 부총장의 ‘지속가능 플라스틱을 위한 대사공학’, 강기석 서울대 교수의 ‘차세대 배터리’ 등 강연을 통해 최신 R&D 트렌드 정보와 인사이트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LG 테크 페어에 이어 각 계열사의 DX 성과를 공유하는 DX 페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슈퍼스타트 데이, 그룹 전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모여 교류하는 LG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 LG 구성원과 가족, 산·학 인재,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까지 함께 어울려 소통하는 컬처위크 등도 잇따라 열린다.
DX 페어에서는 LG 계열사 32개사의 DX 과제 성과를 전시하고, DX 활용 우수 사례를 공유한다. 특히 최근 ‘엑사원 3.0’을 공개한 LG AI연구원의 배경훈 원장은 임직원 대상 생성형 AI ‘챗엑사원’에 대해 소개할 방침이다. 챗엑사원은 실시간 웹 정보 기반 질의 응답, 문서·이미지 기반 질의 응답, 코딩 등 업무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AI 서비스다.
또 이진규 LG엔솔 전무, 권도혁 LG생활건강 전무 등 계열사 CDO(최고디지털책임자)들은 ‘DX를 활용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다.
슈퍼스타트 데이는 그룹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의 ‘락희(樂喜)’를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재해석한 ‘플레이 퍼스트(PLAY FIRST)-즐거운 혁신이 세상을 만든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45: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40여 개 스타트업들은 미래 기술과 혁신 아이디어로 LG와의 협력 및 투자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이 자리에는 AI 기반으로 한국어 수어를 자동 번역하는 케이엘큐브, AI 기반으로 탈모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콘스탄트, 음성으로 치매를 예측하는 보이노시스 등 유망 스타트업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이 총망라될 전망이다.
또 LG가 지난 1년 간 육성해 온 그린컨티뉴 등 12개 스타트업들도 슈퍼스타트 데이에 참가해 기업, 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성과 발표회를 실시한다.

26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페어’에서 LG 구성원들이 LG이노텍의 차량용 소형 히팅 카메라 모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LG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에서는 AI·빅데이터, 모빌리티·자동차, 플랫폼·아키텍처 등 8개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이 공유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퀄컴, AW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개발자들도 참여한다.
LG 스파크의 마지막 행사인 컬처위크는 LG 구성원들과 지역 주민, 산·학 인재들이 즐길 수 있는 강연과 거리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사장은 “LG사이언스파크는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업계의 기술 발전을 이끌어 가고 있는 연구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장이다”며 “문화와 예술, 과학과 기술이 경계를 넘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LG 스파크를 지속 확대해 계열사 간 융복합 R&D 시너지를 일으키고, 차별화된 고객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LG사이언스파크만의 차원이 다른 혁신 문화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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