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 28% 확대된 약 3712억원
한국 시장 1위 중국 로보락…올해 상반기 시장 점유율 46.5%
로보락, 비싼 가격 불구 강력한 먼지 흡입·물걸레 기능 등 호평
자존심 구긴 K-가전, AI 로봇청소기 앞세워 시장 공략
LG, ‘AI 자율주행’ 청소에 물걸레 세척·건조까지 ‘올 프리 솔루션’
삼성, 진화한 ‘AI 기능’·물걸레 고온 스팀 살균 등 차별화 성공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K-가전이 중국에 밀려 주도권을 내 준 로봇청소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국내 안방까지 점령한 중국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인공지능) 기능의 로봇청소기를 앞세워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12일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약 37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2900억원 대비 28%나 증가한 수치다.
GfK는 이와 관련해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며 “자동 세척 및 건조 등 편의성을 향상시킨 제품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꾸준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청소기시장이 프리미엄 로봇청소기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지만,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사실상 중국 업체들의 독무대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1위는 중국의 로보락으로 나타났다. 2014년 설립된 로보락은 현재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1위 업체다.
올해 들어 로보락이 더 약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로보락의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46.5%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로보락이 한국 시장에서 크게 선전하고 있는 것은 올 4월 출시된 일체형 로봇청소기 플래그십 모델 ‘S8 맥스V 울트라’의 판매 증가가 주효했다.
S8 맥스V 울트라에는 강력한 먼지 흡입과 물걸레 기능은 물론 청소를 편리하게 하는 다양한 기능이 탑재됐다. 기능의 차별화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플렉시암 디자인 사이드 브러시의 독특한 로봇 팔은 좁은 틈새 등에도 잘 닿도록 설계돼 로봇청소기의 한계로 지적돼 온 모서리와 가장자리를 말끔히 청소한다. 또한 업계 최고인 1만파스칼의 흡입력을 자랑한다.
2개의 진동 모듈이 분당 4000회 돌아가며 고속으로 물걸레질해주는 것도 강점이다, 카펫 청소 시엔 장착된 모듈 리프트를 통해 걸레가 자동으로 올라가 카펫만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다.
이렇듯 강력한 기능을 갖춘 로보락 청소기는 ‘중국 가전은 저가 제품’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고가임에도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글로벌 가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안방인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로보락의 위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절치부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 기능을 앞세운 로봇청소기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LG 코드제로 오브제컬렉션 A9S’로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을 장악한 LG전자는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에 더해 물걸레 세척, 건조 기능까지 갖춘 일체형 로봇청소기 신제품 ‘LG 로보킹 AI 올인원’을 이달 15일 처음 선보인다.
LG 로보킹 AI 올인원은 청소 시작 버튼을 누르거나 예약 설정을 해두면 먼지 흡입 및 물걸레 청소부터 물걸레 세척, 건조까지 한번에 알아서 완료하는 ‘올 프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번 신제품은 라이다 센서와 RGB 카메라 등으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 도면화하는 AI 자율주행 성능을 갖췄다. 이에 약 100종의 사물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하고, 20mm 높이 문턱도 넘을 수 있다. 청소 중 카펫을 인지하면 물걸레는 들어 올리고 흡입력은 높인다.
최대 진공 1만파스칼의 모터가 만드는 강력한 흡입력으로 바닥 먼지를 빨아들이고, 분당 회전수 180rpm으로 회전하는 물걸레는 바닥 오염을 효과적으로 청소한다.
특히 LG전자는 일체형 로봇청소기의 단점으로 꼽히는 악취와 위생 관리에 집중했다. LG는 기존 올인원 로봇청소기의 페인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인 오수통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 전용 관리제를 자체 개발했다. 신제품은 물걸레 세척 시 관리제를 자동 분사하고, 열풍 건조로 관리한다.
공인시험인증기관 인터텍 실험 결과, 해당 전용 관리제를 사용하면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황화합물(메틸메르캅탄, 이황화메틸) 생성을 약 3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 로보킹 AI 올인원은 로봇청소기 분야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한 중국 실버스타그룹과 LG전자가 JDM(합작개발생산)하는 방식으로 탄생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LG전자 개발자들이 실버스타에 파견돼 함께 개발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신제품에는 LG 표준 보안 개발 프로세스(LG SDL)를 적용해 보안 안전성을 확보했다. 데이터는 암호화 처리돼 불법적인 유출 등으로부터 철저히 방어한다.
LG의 최신 로봇청소기는 가전 구독 서비스로도 이용할 수 있다. 구독 시 케어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자동 급배수 키트 및 오수통 스팀 세척, 먼지통 청소 및 먼지통 필터 교체, 기본 브러시와 물걸레 교체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독 기간 동안엔 무상 수리를 받을 수도 있다.
백승태 LG전자 H&A사업본부 리빙솔루션사업부장 부사장은 “AI 자율주행을 통한 청소는 물론 관리제를 이용한 위생까지 차원이 다른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한다”며 “고객이 가사로부터 해방되고 남은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보내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보다 먼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 왔다. 삼성은 이미 지난 4월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 자동 세척, 스팀 살균까지 가능한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국내 최초로 물걸레를 1차로 고온의 스팀과 물로 자동 세척한 뒤, 2차로 100°C 스팀 살균을 통해 물걸레의 대장균 등 각종 세균을 99.99% 없애주는 ‘물걸레 스팀 살균’ 기능을 탑재했다. 또 55°C의 열풍 건조로 물걸레를 말려 냄새와 위생 걱정도 덜어준다.
물걸레는 1분에 170회 회전하며 바닥 오염과 찌든 때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특히 청소 중 바닥 오염 구역을 인식하면 알아서 청정스테이션으로 돌아와 스팀으로 물걸레 고온 세척하고, 데워진 물걸레로 오염 구역을 한번 더 집중 청소한다.
삼성전자도 한층 진화한 AI 기능이 눈길을 끈다. 이번 신제품은 170만개의 사물 데이터를 사용한 AI 심층신경망(DNN) 모델을 기반으로 전면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다양한 사물을 인식하고 회피할 수 있다. 이에 얇은 휴대전화 케이블이나 매트도 인식 가능하다.
또 초음파 센서 등 총 5개의 센서로 바닥 환경을 감지하는 ‘AI 바닥 인식’ 기능으로 마룻바닥과 카펫을 구분해 맞춤 청소한다. 마룻바닥은 물걸레로 청소하고, 카펫은 높이에 따라 물걸레를 분리할지 또는 들어 올려 청소할지를 판단해 카펫이 젖거나 오염되지 않게 해준다.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는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와 함께 글로벌 인증 업체인 UL솔루션즈에서 IoT(사물 인터넷) 보안 안전성도 검증받았다. 이에 업계 최초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했다.
삼성이 야심차게 내놓은 비스포크 AI 스팀은 출시 25일 만에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또 출시 후 두달 간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 받으며 로보락을 맹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비스포크 AI 스팀에 이어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제품 ‘비스포크 스팀’을 추가로 내세워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스포크 AI 스팀은 국내 최초로 탑재된 물걸레 스팀 살균 기능으로 기존 물걸레 로봇청소기의 위생과 관리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며 “삼성만의 차별화된 AI 기능으로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로봇청소기 경험을 소비자에 제공해 ‘AI 가전은 삼성’이라는 공식을 넘어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비전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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