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중국 HBM 수출길 막히나…AI 반도체 열풍에 ‘찬물’ 우려

시간 입력 2024-08-02 07:00:00 시간 수정 2024-08-01 17:38:15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미국, 이달 말 대중 HBM 수출 통제 조치 공개할 듯
첨단 HBM 개발 속도 내는 중국, 기술 역량 확보 사활
미 정부, ‘중국 반도체 굴기’ 선제적 견제 나설듯
‘HBM 특수’ 삼성·SK, 실적 반등 동력 꺾이나 ‘촉각’

미·중 반도체 갈등. <그래픽=권솔 기자>

삼성, SK가 AI(인공지능)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대(對) 중국 반도체 통제를 더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 중국에 대한 HBM 공급이 중단될 경우, HBM 특수를 타고 최근 실적이 반등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이 이르면 이달 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 등 메모리 칩 업체들에 중국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공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신규 제재 조치는 중국 기업에 대한 HBM의 직접적인 판매를 차단하는 것이다”면서 “다만 AI 가속기와 묶음으로 제공되는 반도체의 중국 판매가 허용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다. AI 반도체를 구동하기 위한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AI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선 거대언어모델(LLM)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도와줄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GPU를 활용하면 문장 생성 및 분석 등 생성형 AI 학습 등 여러 개의 연산을 병렬 방식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고도의 작업을 매우 빠르게 해내는 고성능 GPU를 구동하기 위해선 이에 상응하는 고성능 메모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최적의 제품으로 낙점된 것이 바로 HBM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를 더 강화하는 차원에서 HBM 수출 통제 카드를 고려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H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5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단계를 출범시킨 중국은 반도체에 3440억위안(약 64조8199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기금의 대부분은 HBM 개발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HBM 개발이 거의 완료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1위 D램 기업인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칩 패키징 및 테스트 업체인 TFME(퉁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함께 HBM 샘플을 개발하고, 이를 고객사에 시연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이 개발한 HBM은 기술적 한계로 2세대 HBM인 ‘HBM2’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HBM 시장의 주력 제품은 4세대인 ‘HBM3’에서 5세대인 ‘HBM3E’로 넘어가는 단계다.

미국은 첨단 HBM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중 제재를 강화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자체 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국이 삼성·SK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HBM을 통해 직면한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만약 미국의 대중 HBM 수출 통제가 현실화 될 경우, K-반도체 진영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 SK가 글로벌 HBM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8%로 SK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K-반도체가 글로벌 HBM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주요 반도체 시장 중 하나인 중국으로 수출길이 막힌다면 AI 메모리 특수를 타고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K-반도체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반도체 한파’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K-반도체는 올해 HBM 훈풍에 힘입어 큰 폭으로 실적을 반등시켜 왔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4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685억원 대비 무려 1462.29% 폭증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긴 것은 2022년 3분기(10조852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올 2분기 영업익은 6조45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3600억원 대비 대규모 흑자전환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분기 영업익 5조원 시대를 다시 열었다.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익은 5조46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8821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직전 분기인 1분기 2조8860억원과 비교해도 89%나 급증한 수치다.

미국이 대중 제재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자칫 AI 칩 열풍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일각에선 K-반도체가 HBM을 중국에 직접 팔고 있지 않고 있는 만큼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직접 중국 업체에 판매하기 보다는 엔비디아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이들의 HBM을 장착한 중국용 AI 가속기를 만들어 팔고 있는 구조”라면서 “이를 고려할 때 미국의 추가 통제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삼성·SK의 피해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인 ‘H20’에 HBM3를 공급하고 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에 따라 중국 시장용으로 개발한 저사양의 GPU다. 중국 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첨단 AI 칩 ‘H100’보다는 연산 능력이 제한적이다.

다만 아직 새 조치가 구체화된 것은 아니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새 대중 통제 조치에는 120개 이상의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제한도 함께 담겼다. 다만 일본, 네덜란드, 한국 등 핵심 동맹국은 ‘제외(carveout)’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