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31일 사흘 간 막판 협상…마라톤 회의 불구 입장 차 못 좁혀
전삼노, 임금 협상 교섭 결렬 선언…1일 이재용 회장 자택서 기자회견
“AI 열풍에 실적 회복 본격화하는데”…삼성, 반도체 생산차질 우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창립 55년 만에 사상 첫 총파업 사태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 노사가 끝장을 보자며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끝내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지난 8일 총파업 결의대회 이후 25일가량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막판 협상마저 수포로 돌아가면서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에 전향적인 변화가 없다며 더욱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갈 길 바쁜 삼성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메모리 활황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고, 특히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서 6조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 흑자를 거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전례 없던 ‘파업 리스크’와 맞닥뜨리면서 AI(인공지능) 칩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더욱이 노조가 총파업의 목적을 ‘생산 차질’로 못박고 여전히 사측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자칫 24시간 가동 체제를 갖춰야 하는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근처 한 회의실에서 최종 임금 협상 교섭에 돌입했다.
지난 29일부터 사흘 간 이어진 끝장 교섭은 정회와 휴회를 반복했다. 길고 긴 마라톤 회의에도 불구하고 31일 오후 6시 30분께 삼성 노사는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이렇게 최종 임금 협상 교섭은 결렬됐다.
전삼노 관계자는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끝장 교섭에 돌입했으나 사측은 교섭 내내 무성의와 불성실한 태도로 임했다”며 “이에 우리 노조는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막판 협상까지 결렬되면서 전삼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전삼노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사상 첫 파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 회장은 이번 사태에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2020년 이 회장이 대국민 TV 기자회견을 통해 50년 간 유지돼 오던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폐지를 선언했으나, 정작 사측은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색출해 블랙 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조합원들을 탄압하고 노동 존중을 실천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 직원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며 인재 제일을 주장했지만, 삼성의 노동 파괴 행태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고 지탄했다.

7월 22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전삼노 관계자는 “무노조 경영의 모습을 계속 답습하고 있는 삼성은 진정성 있게 노동 존중에 나서야 한다”며 “이 회장은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전삼노는 1일 서울 용산구 이 회장 자택 앞에서 이번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번 끝장 교섭이 끝내 결렬된 것은 여가 포인트 지급 등 복지 안건에서 노사가 절충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막판 협상 당시 사측은 노조의 요구대로 진전된 제시안을 전달했다. 사측안에는 △노조 총회 8시간 유급 활동 인정 △전 직원 50만 여가 포인트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2024년 연차 의무 사용일수 15일→10일 축소 등이 담겼다.
이는 전삼노가 요구한 △노조 창립 휴가 1일 보장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노조원 대상 0.5% 임금 추가 인상 등과 일정 부분 상응하는 안이다.
다만 전삼노가 협상 막바지에 삼성전자 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교섭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 협상 교섭 타결에 실패하면서 전삼노는 당분간 총파업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서는 반도체 경기호조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생산 차질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전삼노의 총파업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반도체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3교대로 돌아간다. 따라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근무조를 조정하는 등의 임시방편을 통해 생산라인을 일시 가동할 수 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데 무리가 따른다. 결국 삼성 반도체 양산에 비상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최근 AI 열풍을 타고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데, 파업 리스크로 삼성 반도체의 성장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4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685억원 대비 무려 1462.29% 폭증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긴 것은 2022년 3분기(10조852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6조45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3600억원 대비 대규모 흑자전환한 것이다.
이처럼 삼성이 어렵게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파업 사태로 기회를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큰 경영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세계 1위를 놓친 적 없던 삼성이 AI 시대 급부상하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경쟁사에 내줬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미 글로벌 HBM 시장에서의 패착을 스스로 시인한 바 있다. 앞서 지난 3월 삼성전자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는 ‘HBM 시장에서 삼성이 한발 밀린 것 아니냐’는 주주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역전을 허용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잘 준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HBM 패권을 빼앗기면서 ‘글로벌 톱 메모리 업체’로서의 위상에 흠집이 생긴 것이다.
이에 삼성은 HBM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최근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품질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노조가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면서 AI 메모리 역량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 하게 됐다.

5월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기자회견. <사진=오창영 기자>
파업 리스크 장기화로 노조의 임금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8일부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대리급은 적어도 400만원, 과장급은 500만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끝장 교섭 결렬로 추가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며 “전삼노가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을 요구하지 못하게 된 이상 조합원들만 임금 손실을 떠안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삼노와 임금 협상 교섭 타결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결렬돼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계속 노조와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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