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에 145억 기부…‘부당 주식거래’ 의혹은 여전

시간 입력 2024-07-30 07:00:00 시간 수정 2024-07-29 1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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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보통재산 수증의 건’ 등 안건 3건 의결
구연경 취득한 바이오 업체 주식 등 포함 안 돼
주식 제외 안건은 신속 처리, 주식 부당 취득 논란 키운 셈 해석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LG전자>

LG복지재단이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로부터 150억원에 육박하는 사재를 기부 받는다. 다만 최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취득했다며 부당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주식은 이번 기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재단이 구 대표의 재산 기부 안건을 의결하면서, 바이오 업체 주식과 관련된 의혹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앞서 올해 5월 이사회가 해당 주식이 포함돼 있던 재산 수증 안건 의결을 보류했던 것과 달리, 해당 주식이 제외된 이번 안건의 경우 단숨에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실제로 바이오 업체 주식 취득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29일 LG복지재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18일 열린 ‘2024 3차 이사회’에 상정된 총 3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구 대표를 포함한 이사 6명과 감사 1명 등 총 7명의 이사진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에 개최된 이사회는 다소 이례적인 장소에서 열려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2차 이사회가 서울 마포구 LG마포빌딩에서 열렸던 것과 달리 3차 이사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구 대표 개인 사택에서 개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의 한남동 자택은 고(故) 구본무 회장이 생전 거주하던 곳이다. 현재 고 구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구 대표, 동생 연수씨 등 3인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보통재산 수증의 건 △정관 변경의 건 △2024년 제1차 추경 예산 편성의 건 등이 논의됐다.

3건의 안건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보통재산 수증의 건이었다. 해당 안건은 구 대표가 현금 130억 2500만원, 토지 매매 계약 권리 14억3000만원 등 총 144억 5500만원을 지정 기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 대표측은 이번에 기부하는 사재의 용도에 대해 “LG복지재단의 신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사업비”라고 설명했다.

이사회는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논의한 끝에 해당 안건에 전원 찬성했다. 한승희 LG복지재단 이사는 “구 대표의 기부금을 보통재산으로 수증하고, 재단 신규 사업 수행을 위한 부동산 취득 제반 비용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결한다”고 말했다.

LG복지재단 ‘2024 3차 이사회’ 회의록. <사진=LG복지재단>

또 이사회는 정관 제4조(사업의 종류) 변경의 건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참석 이사 전원 찬성 의결했다. 재단에서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는 ‘자립 준비 청년 지원 사업’을 위해 정관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추경 예산 편성의 건도 참석 이사 7명 전원이 찬성해 통과됐다.

이번 3차 이사회는 두달 전 열렸던 2차 이사회와 분위기가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2차 당시 의결을 보류한 이사진들이 3차에선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이번에 이사회의 문턱을 넘은 안건 3건이 2차에서도 똑같이 상정됐었다는 것이다. 2차 이사회 당시 안건 의결이 미뤄진 것은 이사진들이 안건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5월 이사회는 구 대표가 기부 의사를 밝힌 한 바이오 업체의 주식 3만주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미공개 정보로 얻은 수익에 대한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추후 법적 문제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재계 안팎에서는 구 대표가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와 관련된 호재성 발표가 나기 전에 미리 정보를 알고, 해당 바이오 업체의 주식을 매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구 대표가 주식 기부를 결정한 바이오 업체는 윤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로 있는 BRV캐피탈이 지난해 500억원을 투자한 곳이다.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의 주가는 급등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구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전 취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2차 이사회 때 구 대표는 바이오 업체 주식 외에도 약 15억원 규모의 상장사 주식을 함께 기부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식 또한 윤 대표와 관련된 기업이 투자한 곳으로 파악됐다. 이사진들은 구 대표가 기부 의사를 밝힌 주식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해 안건을 추후 재논의키로 했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왼쪽)가 2022년 8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저신장 아동 성장 호르몬제 기증식’에서 한 어린이에게 기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LG복지재단>

그러나 3차 이사회는 두달 만에 구 대표의 재산 수증 안건을 참석 이사 전원 찬성 의결했다. 구 대표가 기부하겠다는 사재에서 부당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주식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사회에서 문제가 된 주식에 대한 기부 안건은 제외 됐지만, 구 대표의 해당 주식 취득과 관련한 의구심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이사회에서 해당 주식이 포함된 안건이 상정됐을 당시엔 이사회가 의결을 미룬 반면, 문제가 된 주식이 제외되자 안건이 일사천리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이사회 의결이 자칫 구 대표의 주식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더 명확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구 대표가 지정 기부키로 한 현금 약 130억원 중 상당 금액은 지난달 매매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 부지로부터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이태원동 주택을 지난해 5월 철거한 후, 같은해 11월 부지를 팔았다. 해당 부지를 사들인 이는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 회장은 이태원동 주택 부지를 237억원에 구입했다.

이를 통해, 구 대표는 10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남겼다. 지난 2013년 11월 구 대표는 이태원동 주택과 부지를 약 13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난해 해당 부지를 팔아 약 107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은 해당 재원을 포함해 구 대표가 기부한 약 145억원을 ‘자립 준비 청년 지원 사업’ 수행을 위한 부동산 취득에 쓴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이문종 LG복지재단 팀장은 “재단은 취업 의지가 있는 자립 준비 청년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주거 환경과 기초 교양·직업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의 부지 매입과 자립 지원시설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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