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사, 29~31일 사흘 간 임금 협상 ‘집중’ 교섭
임금 인상률 놓고 ‘노조 5.6% vs 사측 5.1%’ 대립
성과급 제도도 핵심 쟁점…노조 “영업익 기준 책정”
창립 55년 만에 사상 첫 총파업 사태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 노사가 끝장 교섭에 나선다. 지난 8일 총파업 결의대회 이후 20여 일이 넘도록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사측의 진전된 안건을 보고 임금 협상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막판 교섭에선 노사 갈등의 주된 요인인 임금 인상률 뿐만 아니라 성과급 제도 또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5조원대 분기 영업 흑자를 내고 상반기 월 기본급의 150%를 성과급으로 지급키로 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월 기본급의 최대 75% 수준에 그친 삼성 반도체 부문과 비교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가 교섭 결렬은 물론 강도 높은 총파업을 이어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여서,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갈 길 바쁜 삼성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 간 임금 협상 끝장 교섭에 돌입한다.
막판 협상에서는 노사 간 간극이 큰 임금 인상률을 비롯해 노조측이 요구해 온 노조 창립 휴가 1일 보장,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사 양측은 임금 인상률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 중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기본 인상률 3.5%에 성과 인상률 2.1%를 더한 평균 임금 인상률 5.6%를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달 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3차 사후 조정 회의에서 밝힌 ‘평균 임금 인상률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는 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이번 끝장 교섭에선 성과급 제도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도 농후하다. 특히 지난 25일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전 임직원에 월 기본급의 150%를 상반기 ‘생산성 격려금(PI)’으로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PI는 ‘초과이익 분배금(PS)’과 함께 SK하이닉스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그동안 PI 지급률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반기별로 세운 경영 계획이나 생산량 목표치 등을 달성한 정도에 따라 결정돼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지난해 10월 변경된 ‘PI 지급 조건’이 적용됐다. 새 지급 조건에 따르면 생산량 목표 달성 시 △PI 지급률 150%(영업이익률 30% 이상) △PI 지급률 125%(영업이익률 15~30% 미만) △PI 지급률 100%(영업이익률 0~15% 미만) 등이다. 또 영업이익률이 -10~0% 미만일 경우에는 PI 지급률을 50%로 책정하고, 영업이익률이 -10% 미만이면 PI를 지급하지 않는다.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23.2%였다. 또 지난 25일 발표된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직전 분기인 1분기 대비 10%p 오른 33%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PI 지급률은 최대치인 150%로 확정됐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삼성전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삼성 반도체 직원들보다 두배 많은 성과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4일 사내망을 통해 올 상반기 ‘목표 달성 장려금(TAI)’ 지급률을 공지했다. TAI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 중 하나로, 사업 부문 실적과 평가 등을 기준으로 매년 상·하반기에 월 기본급의 100%까지 차등 지급한다.
지난해 ‘0(제로)’ 성과급을 받았던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올 상반기 기본급의 37.5~75%의 성과급을 받게 됐다. 사업부별 TAI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75%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 37.5% △시스템LSI사업부 37.5% △반도체연구소 75% 등이다.
TAI 제도가 시행된 후 2015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DS 부문 직원들은 항상 월 기본급의 100%에 달하는 TAI를 받아 왔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와 실적 감소 등의 악재로 절반 수준의 성과급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엔 더 줄어든 25% 수준에 그쳤고, 하반기엔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의 성과급은 한 푼도 없었다. 메모리사업부는 월 기본급의 12.5%를 TAI로 겨우 받았다.
그러나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DS 부문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성과급 규모는 다시 확대됐다. 실제 올 1분기 삼성전자 DS 부문의 매출은 23조140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1조9100억원을 기록하며 5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2분기 실적의 경우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DS 부문 영업익 전망치는 4~5조원대로 추정된다.
눈여겨볼 점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DS 부문의 올 상반기 영업익이 비슷한 수준인데도 성과급에선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삼노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성과급 지급 기준의 차이를 꼽는다. 사측이 성과급을 책정하는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아닌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삼고 있다는 것이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올 5월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문화 행사 당시 “이미 경쟁사인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익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노력으로 영업익을 많이 벌어들였으면 그만큼 직원들의 정당한 노동에 대해 제대로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삼노가 29일 사측의 제시안을 보고 끝장 교섭에 집중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노사가 임금 인상률, 성과급 제도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를 좁혀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삼성의 ‘HBM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파업 리스크’까지 장기화 되는 것은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반도체 시장 회복으로 경쟁 업체들이 다시 대공세에 나서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만 노조의 총파업으로 반도체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3교대로 돌아간다. 따라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근무조를 조정하는 등의 임시방편을 통해 생산라인을 일시 가동할 수 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데 무리가 따른다. 결국 삼성 반도체 양산에 비상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노조의 총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AI(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이같은 와중에 전삼노는 조합원들에게 출근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전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전삼노 관계자는 “이달 25일 오후 7시 기준 3만5560명에 달하는 전체 조합원들께서는 단결된 모습으로 ‘전 조합원 출근 금지 지침’에 동참해 달라”며 “27~28일 주말부터 무조건 회사에 출근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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