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K-반도체, ‘트럼프 리스크’ 닥쳤다…“중국 제재강화에 ‘보조금’까지 축소되나”

시간 입력 2024-07-14 07:00:00 시간 수정 2024-07-19 09:13:49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주가 줄줄이 급락
K-반도체에 즉각 영향…SK하이닉스 3.63%↓
미 정부, 대(對)중국 수출 제재 강화 움직임
트럼프, 보조금 축소 발언…삼성·SK ‘초비상’

미·중 반도체 갈등. <그래픽=권솔 기자>
미·중 반도체 갈등. <그래픽=권솔 기자>

삼성과 SK가 메모리 반도체 활황으로 수익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돌연 미국발 비보로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제재를 더 강화할 것이란 분석과 함께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지원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큰 후폭풍을 낳고 있다.

미·중 반도체 갈등이 더 심화되고, 반도체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다시 반도체 시장이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면서, 당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요동쳤다.

18일 증권 시황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기준 종가 8만6700원 대비 0.23%(200원) 오른 8만6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비록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소폭 올랐으나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종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3.34%(2900원) 하락한 8만38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전 거래일 22만500원 대비 무려 3.63%(8000원)나  떨어진 21만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요동친 것은 지난 밤 뉴욕 증시가 받은 타격 때문이다.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1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2.77%(512.41p) 급락한 1만7996으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의 이번 낙폭은 지난 2022년 12월 15일 3.23% 이후 최대다. 대형 기술주 비중이 높은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도 1.39% 하락했다.

반도체 종목의 부진이 급락을 주도했다.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가 6.62% 떨어진 것을 비롯해 △AMD -10.21% △브로드컴 -7.91% △퀄컴 -8.61% △마이크론테크놀로지 -6.27% 등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떨어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떨어진 것은 미국의 대(對) 중국 수출 제재 강화 움직임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의 반도체 장비 업체가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허용할 경우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는 방침을 동맹국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네덜란드·일본 등 동맹국이 자체적으로 대중 제재를 강화하지 않을 경우 미국 차원에서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현재 미 정부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FDPR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사용할 경우, 수출 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된 조치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동맹국 입장에서 (FDPR은) 가혹한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동맹국에 압박을 넣으며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그간 추진해 온 대중 제재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네덜란드 정부는 미 정부의 대중 수출 제한에는 동참하고 있지만 중국 내 장비 정비 업무는 허용하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은 비록 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반입하지 못하더라도 ASML, 도코일렉트론 등으로부터 유지보수를 받은 레거시(구형) 공정을 기반으로 반도체 굴기를 지속할 수 있었다. 실제로 화웨이는 지난해 7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스마트폰 ‘메이트 프로 60’을 출시해 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에 미 정부는 FDPR과 같은 최고로 엄격한 조치 카드를 꺼내며 중국 옥죄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미국의 결정은 즉각 주요 반도체 업체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이뿐만이 아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 TSMC 등에 지급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문제 삼으면서 시장의 우려를 더 키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며 “대만은 엄청나게 부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만이 미국에 새 반도체공장을 짓도록 (미국은) 수십억달러를 주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에 지은 반도체공장을) 이후 다시 자국으로 가져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AI 특수를 타고 점차 회복국면에 있는 반도체 업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에서 전해진 겹악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먼저 미국이 FDPR 등 초강력 대중 제재 조치를 시행하게 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삼성·SK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공장을,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지)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가동 중이고, 다롄에 있는 인텔의 낸드공장을 인수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삼성·SK 등 K-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생산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지난해 7월 발표한 SK하이닉스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대응 시계가 빨라질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며 “SK는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 기반을 조정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재무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 상당 수준의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는 삼성·SK로서는 ‘탈중국’을 고려하기란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반도체 사업을 당장 접을 수 없는 상황이다”며 “미국의 대중 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중국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도체 보조금 축소 발언도 부담이 되고 있다. 

올 4월 미국 정부는 미 텍사스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건립하는 삼성전자에 보조금 64억달러(약 8조8384억원)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앞서 2021년 삼성은 미 텍사스주에 170억달러(약 23조4668억원) 규모의 파운드리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2030년까지 누적으로 약 450억달러(약 62조1225억원)를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키로 했다.

만약 트럼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가 언급한대로 추후 반도체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미 현지에 첨단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SK하이닉스 경영진들로부터 차세대 반도체와 관련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SK하이닉스 경영진들로부터 차세대 반도체와 관련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

SK하이닉스도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한다. 올 4월 SK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미 현지에 AI용 AVP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38억7000만달러(약 5조3445억원)가 투입되는 인디애나공장은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 맞춰 SK하이닉스 역시 올 4월 미 정부에 반도체 보조금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한다면 아예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반도체 갈등과 반도체 보조금 축소 움직임 등 이슈로 인해 K-반도체 주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며 “나아가 삼성·SK의 반도체 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협상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