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훈풍’ 다시 부는데”…삼성전자 노조 ‘생산차질 불사’ 겁박

시간 입력 2024-07-08 18:03:24 시간 수정 2024-07-08 1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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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노, 8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서 총파업 결의대회 개최
“이재용 회장, 사태 해결 위해 노조와 교섭 직접 나서야”
조합원 대다수, DS 부문 소속…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
“실적 회복 흐름 올라탔는데…AI 칩 경쟁력 확보 적신호”

8일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H1 정문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 내 최대 노동조합(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대대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창사 55년 만에 첫 ‘무임금 무노동 파업’이다.

특히 전삼노가 총파업의 목적을 ‘생산 차질’로 공개적으로 못박으면서, 24시간 가동체제를 갖춰야 하는 반도체 생산라인에 자칫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올해 2분기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로 인해 AI(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삼노는 8일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1969년 삼성전자 창립 이후 처음이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이날 투쟁사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을 후퇴시켜 막대한 손해를 끼친 김기남 삼성전자 고문을 해임하고, 정현호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부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 총수로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노조와 교섭에 직접 나서서 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사측에서 대책을 가져온다면 총파업은 내일이라도 당장 끝낼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총파업은 계속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삼노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쟁의 행위를 벌여 왔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 이후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전삼노는 올 4~5월 두 차례의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사측에 촉구했다.

그러나 삼성 노사 간 교섭이 잇따라 난항을 겪자 전삼노는 5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조합원들에게 연차를 소진하는 것을 권고하는 파업 지침 1호를 전달했다. 그리고 지난달 7일 전삼노는 조금 더 강도를 높인 연가 투쟁에 들어간 바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H1 정문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회장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이러한 노조의 단체 행동에 사측도 교섭 타결 의지를 다시 내비쳤다. 지난달 14일 중노위에 사후 조정 신청을 낸 삼성 노사는 세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에서 사측은 △노사 간 임금 협상 교섭 최종 타결 전 비조합원에 대한 임금 조정 결과 발표 지양 △일회성 여가 포인트 50만원 지급 △휴가 의무 사용일수 2일 축소(재충전 휴가 2일 미사용 시 보상) △노사 간 상호 협력 노력 등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전체 직원에 대한 휴가 1일 △2024년 연봉 사인 거부자 855명에 대한 임금 인상 등 별도 혜택을 요구했다.

지난 1일엔 삼성 노사 간 실무 협상도 개최됐다. 뿐만 아니라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부회장과의 간담회도 진행됐다. 그러나 삼성 노사는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전삼노는 생산 차질에 기반을 둔 무임금 무노동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노사 화합의 상징인 ‘무분규 청정 기업’ 타이틀이 깨지게 된 것이다.

이날 총파업 결의대회는 개회 선언에 이어 총파업 참여 현황 공개, 조합원 현장 발언, 행진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검은색 우비에 ‘총파업’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착용했다.

이 자리에서 전삼노는 호우 속에서도 6540명의 조합원이 결의대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사전에 실시한 총파업 설문 조사에 참여한 8115명 가운데 6540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에서만 5211명이 참가했다고 강조했다. 또 반도체 핵심 생산라인인 기흥·화성·평택캠퍼스에서 총파업에 나선 조합원은 4477명이나 된다고 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 뿐만 아니라 근무에 나서지 않는 등의 형태로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파업 참여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기 동탄경찰서측은 이날 결의대회 참석 인원을 3000명 수준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구체적인 총파업 참가 규모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다수의 조합원들이 파업을 이유로 근무 현장을 이탈했다면 삼성전자의 생산라인 가동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실제 결의대회 중간 현장 라이브 방송 채팅창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클린 라인이 멈췄다’, ‘연구소 계측 로트(Lot)가 다 섰다’ 등의 글이 올라 왔다. 삼성 반도체공장이 실질적인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공유된 것이다. 이를 본 참가자들은 크게 환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삼노 관계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총파업에 동참했다”며 “특히 반도체 공정 직군에서만 5000명 이상의 인원이 참가한 만큼 생산 차질은 무조건 달성될 것이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전삼노의 총파업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삼노 조합원 대부분이 DS 부문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DS부문의 직원 수는 7만4219명에 이른다. 이 중 약 10%의 직원들이 이번 파업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측은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총파업으로 자칫 반도체 생산차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3교대로 돌아간다. 단기적으로 근무조를 조정하는 등의 임시방편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는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대체 인력을 확보하기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 반도체 양산에 비상등이 켜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반도체 훈풍을 타고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이 다시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일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700억원 대비 무려 15배나 폭증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분기 영업익 10조 시대’로 다시 복귀한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긴 것은 2022년 3분기(10조852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영업익이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은 DS 부문의 실적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어서다. 메모리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AI 열풍에 따른 고성능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삼성의 DS 부문 실적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강도 높은 파업에 돌입하면서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은 삼성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큰 경영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세계 1위를 놓친 적 없던 삼성이 AI 시대 속 급부상하고 있는 HBM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경쟁사에 내줬기 때문이다.

전삼노는 이달 10일까지 1차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결의대회를 마친 전삼노는 9~10일 이틀 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 있는 삼성세미콘 스포렉스 체육관에서 조합원 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이어간다. 다만 이번 파업 이후에도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기한 총파업에 추가로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달 15일부터 닷새 간 2차 총파업에 나선다는 것이다.

전삼노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자동화와 상관없이 설비, 점검 등 관련 인원이 없으면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사측이 이달 10일까지 제시안을 가져오지 않거나 반응이 없다면 무기한 파업으로도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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