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활황기, 사람도 투자도 몰린다”…삼성·SK, 긴축 기조→확장 모드로 대 전환

시간 입력 2024-07-04 18:02:02 시간 수정 2024-07-04 18: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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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앞다퉈 반도체 투자 나서…인재 확보전도 치열
메모리 활황세에 HBM 수요 급증…범용 D램도 부족 우려
감산 이후 생산량 회복 안 돼…메모리 공급 대란 대비해야

전 세계를 휩쓴 AI(인공지능) 열풍이 메모리 반도체 특수로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인재확충과 함께 공격적인 투자로 전환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글로벌 칩 수요가 감소하면서 단행했던 긴축 경영기조에서 고용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는 확장전략으로 전환할 태세다.

특히 AI 특수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망을 확충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D램 비트(bit) 용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에서 올해 5%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매출 기준으로는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에서 올해 21%로 늘어나고,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올해 HBM 수요는 20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에도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HBM 칩 시장에 대한 낙관론은 K-반도체에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8%로 SK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K-반도체가 글로벌 HBM 시장의 90%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메모리 칩 시장에서 이처럼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과 SK는 HBM 특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선단 공정용 웨이퍼 투입을 확대해 HBM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웨이퍼 기준 삼성전자의 D램 생산량이 올 2분기 178만5000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9만9000장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 봤다. 또 올 3분기에는 196만5000장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177만장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올 2분기 D램 생산량(웨이퍼 기준)은 직전 분기인 1분기 대비 27% 늘어난 82만장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SK하이닉스 역시 이천캠퍼스의 M16 라인과 중국 우시공장 등에서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다만 웨이퍼 투입량이 증가했다고 해서 HBM 생산량이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HBM은 최선단 D램을 적층하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웨이퍼 하나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 수가 적기 때문이다. 이에 HBM의 수요는 시간이 갈수록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양산에 주력하면서 기존 범용 D램의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더욱이 ‘반도체 한파’가 닥쳤을 당시 감산 조치로 크게 줄어 들었던 생산량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업황 부진으로 누적되는 재고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메모리 감산에 돌입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2022년 말부터 감산에 나섰고, 지난해 4월에는 삼성전자 마저 1998년 이후 25년 만에 감산을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메모리 활황세가 본격화하는데도 불구하고 감산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올 4월 열린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범용 제품보다는 고부가 HBM과 서버용 SSD 등의 비중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며 “비트 출하량 확대보다는 ASP(평균판매단가) 개선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일반 D램보다 큰 생산 능력이 요구되는 HBM 등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생산이 늘어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1분기 말 메모리 완제품 재고는 보수적인 판매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생산량을 웃돌며, D램과 낸드 모두 감소했다”며 “올해는 HBM 등 선단 공정 제품 중심으로 생산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재고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레거시(구형) 제품은 하반기로 갈수록 소진 속도가 가속화돼 연말에는 타이트한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D램 생산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생산라인.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생산라인. <사진=SK하이닉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과 SK가 반도체를 미래 성장 사업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 기술·인재 확보뿐만 아니라 메모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다퉈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삼성은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반도체에 투자했다. 올 1분기 삼성의 시설 투자 규모는 11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9조70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에 1조1000억원 등이 투입됐다. 특히 메모리의 경우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자가 집중됐다. HBM, DDR5 등 첨단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설비 및 후공정 투자가 주를 이뤘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AI 시대, 차세대 HBM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해 종합 반도체 역량을 십분 활용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초격차 달성을 위해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스템LSI, 어드밴스드패키징(AVP) 등 차별화된 사업부 역량과 리소스를 총 집결해 경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향후 삼성전자는 견조한 생산 능력과 AI 시대에 걸맞은 최적의 솔루션을 앞세워 올해 ‘HBM 누적 매출 100억달러(약 13조8110억원) 시대’의 포문을 연다는 구상이다.

SK도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키로 했다. 우선, AI·반도체 투자를 통해 △HBM을 필두로 한 AI 칩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 △개인형 AI 비서(PAA)를 포함한 AI 서비스 등 AI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더욱 정교화 하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포부다.

그 일환으로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 간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중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아울러 AI·반도체 밸류체인과 관련해 SK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SK수펙스에 ‘반도체위원회’가 신설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위원장으로 보임됐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인재 확보전도 치열하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9일까지 경력 사원을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모집 직무는 총 800여 개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신입과 경력 채용을 동시에 진행하는 대규모 채용 공고를 냈다. 전체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다.

삼성과 SK 모두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HBM 주도권을 지키고 기술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HBM과 기존 범용 D램 등 날로 높아지는 메모리 수요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메모리 활황에 발맞춰 서둘러 메모리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과 SK는 지난해 메모리 업황 침체로 설비 투자를 줄이고, 감산에 돌입했다”면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클린룸 등을 구축하는 데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D램 생산 능력을 늘리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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