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낸드도 살아난다…삼성·SK, 고성능 SSD 앞세워 낸드 패권 확보 사활

시간 입력 2024-07-01 17:45:00 시간 수정 2024-07-01 17: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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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LLM 학습 위한 데이터 저장 공간 필요성↑
QLC 기반 고성능 SSD 주목…삼성·SK만 유일 생산
K-반도체 기업용 SSD 시장 점유율 합산 77.8% 달해
‘글로벌 톱2’ 삼성·SK, 차세대 낸드 경쟁력 제고 박차

전 세계를 휩쓴 AI(인공지능) 열풍이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까지 메모리 업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가오는 AI 시대가 AI 반도체 구동에 필수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D램 업황을 크게 개선시킨 데 이어 그간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낸드플래시도 빠르게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LM(거대언어모델) 학습을 위해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글로벌 D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반도체가 낸드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을 제고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업용 SSD 시장 점유율은 47.4%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41.7% 대비 5.7%p 늘어난 수치다. 이렇듯 과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한 삼성은 독보적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SK하이닉스였다.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기업용 SSD 시장 점유율은 30.4%를 기록했다.

삼성과 SK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무려 77.8%에 달한다.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기업용 SSD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과점 체제 속에서 K-반도체의 SSD 매출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업용 SSD 매출은 17억8200만달러(약 2조4602억원)로, 직전 분기 대비 62.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49.3% 늘어난 11억4390만달러(약 1조5790억원)를 기록했다.

최근 삼성·SK의 SSD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AI 열풍으로 인한 고성능 SSD 수요 확대 때문이다.

그동안 낸드는 HBM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D램에 밀려 AI의 수혜를 오롯이 받지 못했다.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는 데이터 저장장치에 주로 사용된다. 이에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는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주요 빅테크의 AI 서버 수요가 예상을 크게 뛰어 넘으면서 SSD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AI 추론 단계에서 알고리즘을 빠르게 동작하기 위해선 LLM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보관할 공간이 요구된다. 이에 가장 적합한 선택지로 부상한 것이 고성능 SSD다.

특히 대용량 QLC(Quad Level Cell)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본격적으로 도입된 QLC는 셀 하나에 4자리 데이터를 담을 수 있어 동일한 칩 크기에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점은 고객사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QLC 기반 기업용 SSD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에서만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운 삼성과 SK는 고성능 SSD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글로벌 기업용 SSD 시장에서 우월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낸드 주도권을 거머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낸드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QLC 기반 V7을 생산 중인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V9 낸드 제품 개발 등을 통해 AI용 고용량 스토리지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미 삼성전자는 올 4월 업계 최초로 1Tb TLC(Triple Level Cell)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하며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의 리더십 제고에 나선 상태다. 9세대 V낸드는 업계 최소 크기 셀과 최소 몰드(셀을 동작시키는 층) 두께가 구현돼 이전 세대보다 약 1.5배 높은 비트 밀도를 자랑한다.

셀 간섭 회피 기술, 셀 수명 연장 기술을 적용해 간섭 현상을 제어하고, 제품 속도와 소비 전력, 품질과 신뢰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홍승완 삼성전자 플래시개발실 부사장은 “9세대 V낸드는 2013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3차원 수직 구조의 1세대 V낸드 이후 9번째로 단수를 높인 낸드다”며 “이전 8세대 대비 저장 공간 밀도를 1.5배 늘려 약 1Tb의 셀을 단일 칩 안에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신 설계 기술을 적용해 이전 제품보다 33% 향상된 최대 3.2Gbps의 데이터 입출력 속도와 10% 이상 개선된 소비 전력을 자랑한다”며 “더블 스택 구조의 업계 최고 단수 제품이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1Tb TLC 9세대 V낸드’. <사진=삼성전자>

삼성은 9세대 V낸드를 중심으로 전 세계 AI 서비스 실현에 기여한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현재웅 삼성전자 상품기획실 상무는 올 5월 삼성전자 뉴스룸에 게재된 ‘초거대 AI 시대의 랜드마크, 삼성전자 V낸드’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AI용 고용량 스토리지 서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삼성전자 V낸드는 고성능 스토리지로서 정확하고 빠른 AI 서비스를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현 상무는 “AI용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에 제한이 있어 단일 스토리지 서버당 고용량 메모리가 필수다”며 “체크포인트(모델 학습 과정 중 현재 상태를 저장하는 특정 지점) 유지 중요성과 멀티모달 AI 모델 확산으로 고성능 스토리지 수요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흐름의 영향으로 현재 고용량 낸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태다”며 “삼성은 QLC 기반 제품을 개발해 AI용 고용량 스토리지 시장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향후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의 데이터를 처리할 더 많은 스토리지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낸드 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다”고 예측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현 시장의 흐름을 읽고,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적기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 상무는 “삼성전자는 AI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온디바이스(On device) AI, 오토용 제품, 엣지 디바이스 등 차세대 응용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8채널 PCIe 5세대 온디바이스 AI PC용 SSD ‘PCB01’.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AI PC를 겨냥한 고성능 기업용 SSD 양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달 SK하이닉스는 온디바이스(On device) AI PC에 탑재되는 업계 최고 성능의 SSD 제품 ‘PCB01’ 개발을 마치고, 연내 양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PCB01에 최초로 ‘8채널 PCIe 5세대’ 규격을 적용해 데이터 처리 속도 등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며 “HBM를 대표로 하는 초고성능 D램에 이어 낸드 솔루션에서도 최고 수준의 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AI 메모리 분야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PCB01의 연속 읽기와 쓰기 속도는 각각 초당 14GB, 12GB로, PC용 SSD 제품 중 업계 최고 성능이다. 이는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LLM을 1초 내에 구동하는 수준의 속도다.

전력 효율도 이전 세대 대비 30% 이상 개선돼 대규모 AI 연산 작업의 안정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에 SLC 캐싱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낸드 저장 영역인 셀 일부를 처리 속도가 빠른 SLC로 동작하게 하는 기술로, PC 사용자가 AI 서비스 외 일반 컴퓨팅 작업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낸드는 한 개의 셀에 몇 개의 정보(비트 단위)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SLC(1개), MLC(2개), TLC(3개), QLC(4개), PLC(5개) 등으로 규격이 나뉜다. 정보 저장량이 늘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지만 속도와 안정성은 떨어진다. 또 SLC는 필요한 데이터에 한해 처리 속도를 높여 준다.

PCB01에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 기능도 탑재됐다. SK하이닉스 기술진은 보안 설루션인 신뢰점(Root Of Trust·ROT)을 PCB01에 내장해 외부 보안 공격과 정보 위변조를 방지하는 한편 사용자 암호도 보호될 수 있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PC 고객사와 함께 신제품에 대한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연내 양산에 들어가 대형 고객사와 일반 소비자용 제품을 함께 출시할 계획이다.

안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이번 신제품은 기존 세대 대비 성능이 대폭 개선되면서 온디바이스 AI PC용 CPU를 생산하는 여러 빅테크로부터 호환성 검증 협업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제품의 고객 인증과 양산을 순조롭게 진행해 낸드 솔루션에서도 세계 1위 AI 메모리 리더십을 공고히 하도록 힘쓸 것이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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