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매출액 68억1000만달러…시장 전망 웃돌아
데이터센터·HBM 등 AI발 수요 확대 여파로 실적 증가
‘만년 3등’ 마이크론, 글로벌 HBM 시장 공략 본격화
삼성·SK, 차세대 HBM 경쟁력 제고…선두 자리 수성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산호세사옥.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 메모리 업계의 실적 바로미터로 일컬어지는 마이크론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소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론이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급부상하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만년 3등’ 마이크론이 추격의 속도를 올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점해 온 글로벌 HBM 시장의 패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2024 회계연도 3분기(올 3~5월) 매출액은 68억1000만달러(약 9조 39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66억7000만달러 대비 1억4000만달러 높은 수치다.
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2024 회계연도 3분기 순이익은 3억3200만달러(약 457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억달러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주당 순이익은 0.62달러로, 월가 예상치 0.51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와 HBM 등 AI발 수요 확대가 마이크론의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최고경영자)는 “강력한 AI 수요를 바탕으로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3분기에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17% 수준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며 “HBM과 같은 고수익 제품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데이터센터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D램과 낸드를 아우르는 AI 제품 포트폴리오의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D램, 낸드플래시 평균거래가격(ASP) 인상도 실적개선에 주효했다. 2024 회계연도 3분기 마이크론의 D램과 낸드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각각 13%,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실적을 거두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 회계연도 실적 발표 기준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해 K-반도체의 실적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증권 업계에서는 올 2분기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3~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1분기에는 1조9100억원의 영업익을 거둔 바 있다. 삼성전자는 7월 5일 올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은 더 밝다.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익 전망치는 무려 4조9100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1분기 2조8860억원과 비교해 약 70.1% 증가한 수치다.
올 2분기 K-반도체가 견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AI 핵심 메모리인 HBM 덕분이다.
AI 반도체를 구동하기 위해 필수로 요구되는 AI 메모리 HBM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글로벌 HBM 시장을 선점한 K-반도체가 AI발 훈풍의 수혜를 오롯이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8%로 SK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K-반도체가 글로벌 HBM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HBM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이크론이 삼성과 SK 간 2파전이었던 HBM 주도권 쟁탈전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앞서 마이크론은 세계 HBM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4세대 HBM인 ‘HBM3’를 건너뛰고, 5세대 HBM ‘HBM3E’부터 개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올 2월 HBM3E 양산을 시작한 마이크론은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로부터 공급 물량을 따내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서서히 늘리기 시작했다.
8단 HBM3E 출하에 성공한 마이크론은 내년에 12단 HBM3E를 양산 하겠다고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삼성과 SK 중심의 HBM 과점 체제를 뒤흔들겠다는 포부다.
마이크론은 “올해 연간 HBM 매출액은 수억달러, 내년에는 수십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마이크론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범용 D램 수준인 20~25%로 늘어날 것이다”고 자신했다.
이에 마이크론도 HBM을 앞세워 올 하반기 실적을 더욱 개선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4분기(올 6~8월) 매출 전망치가 76억달러(약 10조4842억원)에 달하고, 주당 순이익은 1.08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마이크론이 본격적으로 약진하기 시작하면서 삼성·SK·마이크론 간 HBM 전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HBM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었다.
SK에 전 세계 HBM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삼성전자는 선두자리 탈환을 목표로 HBM 역량을 부단히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삼성은 올 4월부터 D램을 8단으로 적층한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HBM3E 12단 제품은 올 2분기 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D램을 8단으로 적층한 HBM3E 8단 제품은 올 4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며 “업계 내 고용량 제품에 대한 고객 니즈 증가에 발맞춰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제품도 올 2분기 내 양산할 예정으로, 램프업(생산량 확대) 또한 가속화할 계획이다”고 확인했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AI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 변화 속에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해 종합 반도체 역량을 십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 상무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초격차 달성을 위해 메모리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스템LSI, 어드밴스드패키징(AVP) 등 차별화된 사업부 역량과 리소스를 총 집결해 경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삼성전자는 견조한 생산 능력과 AI 시대에 걸맞은 최적의 솔루션을 앞세워 올해 ‘HBM 누적 매출 100억달러(약 13조7850억원) 시대’의 포문을 연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는 ‘HBM 1등’ 수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올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하며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향후 SK의 HBM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사장은 지난달 2일 기자 간담회에서 “HBM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의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이달 제공하고, 올 3분기 양산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며 “생산 측면에서 SK의 HBM은 올해 이미 솔드아웃(매진)이고, 내년 역시 대부분 솔드아웃 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HBM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는 2026년 공급키로 했던 6세대 HBM인 ‘HBM4’ 12단 제품을 내년으로 앞당겨 양산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곽 사장은 “올해 이후 전 세계 HBM 시장은 AI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 수의 증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에 따른 데이터·모델 사이즈 증가로 인해 급격한 성장을 계속할 것이다”며 “불과 반년 전보다도 HBM 수요 가시성은 더욱 명확해졌다”고 전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7세대 ‘HBM4E’도 예상보다 이른 2026년께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SK의 ‘HBM 1등 굳히기’를 더욱 강화하는 핵심 역량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증권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당분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적어도 내년까지는 HBM의 수혜를 누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올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체제를 유지하면서 5세대 HBM인 HBM3E로의 세대 교체에 따른 판매 가격 상승 효과를 누릴 것으로 판단된다”며 “SK의 HBM 매출은 지난해 2조6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10조9000억원, 내년 19조6000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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