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 부문 각 사업부, 24~25일 이틀 간 개별 회의
26일 전영현 주재로 DS 부문 전체 회의 개최
극도 보안 속 필수 인원만 참석…전략 유출 방지
‘구원 투수’ 전영현, 파격적인 미래 전략 마련 가능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이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당면한 문제를 타개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글로벌 전략 회의’를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 찾기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21일 핀셋 인사로 DS 부문장에 오른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 주재하는 글로벌 전략 회의여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이번 회의에서 AI(인공지능)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뿐만 아니라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사업은 물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까지 전방위에 걸쳐 미래 전략을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 부문은 26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올 상반기 글로벌 전략 회의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통상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연다. 회의에 참석한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들은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특히 매년 6월 열리는 회의는 하반기에 대비해 연간 실적 목표와 경영 계획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다. 이에 이번 전략 회의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도 높다.
DS 부문에 앞서 한종희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DX 부문은 이달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간 수원사업장 등에서 전략 회의를 개최했다.
먼저 18일엔 MX(모바일경험)사업부, 19일엔 DA(생활가전)·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등 사업부별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어 20일에는 한 부회장 주재로 DX 부문 전체 회의가 열렸다. DX 부문 회의에는 100여 명의 국내·외 임원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전사 마케팅 및 디자인 혁신, 고객 중심 멀티디바이스 경험 활성화, 빅데이터 활용 확대 전략 등이 중점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DS 부문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지난 24~25일 이틀 간 DS 부문의 메모리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등 각 사업부는 개별적으로 회의에 돌입했다. 실무자급이 참석한 해당 회의에서는 올 상반기 사업을 되짚어 보고 하반기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6일 전 부회장 주재로 DS 부문 전체 회의가 개최됐다. 다만 DX 부문과는 달리 극도의 보안 속에 필수 인원만 참석해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전 부회장은 “판매 전략과 직접 연관된 필수 인원만 참석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DS 부문 회의에는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등 주요 임원들만 자리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회의 스타일은 신속하고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전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필요한 인원만 모여 당면한 문제를 조속히 처리하자는 복안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패권 다툼이 날로 첨예해지고 있는 만큼 경쟁사나 외부에 회의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소수만 참석시킨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 사업부문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맞닥뜨린 상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극심한 영업 적자를 맛 봤다. 지난해 DS 부문의 연간 적자 규모만 14조88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올해 들어 반도체 부문이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올 1분기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9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5800억원에서 흑자전환했다. 2022년 4분기(2700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에 반도체 부문에서 흑자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던 예년 수준에 비해선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DS 부문의 실적을 빠르면서도 견조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타개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 AI 열풍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는 HBM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회복하는 게 최대 현안이다.
현재 세계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SK하이닉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8%로, 양사 간 점유율 격차는 15%p로 더 벌어졌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 하면서 간극이 더 커졌다. 지난 3월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한 바 있다.
사실상 SK하이닉스에 HBM 패권을 내주면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톱 메모리 업체’로서의 위상에도 흠집이 생겼다.
삼성은 HBM 시장에서의 패착을 스스로 시인한 바 있다. 앞서 지난 3월 20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는 ‘HBM 시장에서 삼성이 한발 밀린 것 아니냐’는 주주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역전을 허용했다”고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잘 준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AI 메모리 시장에서 위기에 몰린 삼성은 HBM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올 4월부터 D램을 8단으로 적층한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HBM3E 12단 제품은 올 2분기 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앞으로 삼성전자는 성장하는 생성형 AI 수요 대응을 위해 HBM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리고, 공급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반도체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올 하반기 삼성의 AI 메모리 전략이 어떻게 꾸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에서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AI 시대를 주도할 파운드리 전략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AI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One-Stop) AI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객 맞춤형 반도체 수요에 따라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큰 관심을 받았다.
삼성의 신 파운드리 전략의 핵심은 ‘통합 AI 솔루션’이다. 현재 삼성은 파운드리와 메모리,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을 모두 보유해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커스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협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삼성은 이들 사업 간 협력을 본격화해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 강점을 갖춘 통합 AI 솔루션을 선보이고, 제품의 시장 출시를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활용할 경우 기존 공정 대비 칩 개발부터 생산까지 소요되는 총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7년 AI 솔루션에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소자 기술까지 통합키로 했다. AI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향후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AI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일군 주역인 전 부회장이 DS 부문의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미래 전략을 수립·전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달 깜짝 인사 당시 삼성전자는 DS 부문의 전방위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부회장을 구원 투수로 낙점 한 바 있다. 큰 숙제를 떠안게 된 전 부회장은 향후 삼성 반도체를 이끌며 기술 혁신과 조직 분위기 쇄신을 주도하고, 반도체 기술 초격차 전략과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섰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도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며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전 부회장 스스로도 삼성 반도체를 재도약 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서 “메모리사업부장 이후 7년 만에 다시 DS 부문으로 돌아오니 너무나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다”면서도 “그 사이 사업 환경도, 회사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며, 무엇보다 우리가 처한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직원 여러분이 밤낮으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저를 비롯한 DS 부문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힘차게 뛰어 보자”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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