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미국 출장 후 글로벌 전략회의 개최…AI폰 도약·반도체 회생 카드 나오나

시간 입력 2024-06-19 07:00:00 시간 수정 2024-06-18 18: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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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부문, 18~20일 사흘 간 회의 돌입…DS 부문은 25일 개최
국내·외 임원 220여 명 참석…위기 극복·경쟁력 제고 방안 모색
‘AI 폰=삼성’ 인식 강화 주력…HBM·파운드리 위기 대책도 강구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고, 경영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삼성전자 주력 사업의 두 축을 이루는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부회장과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부회장이 위기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내놓을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지난달 21일 깜짝 핀셋 인사로 DS 부문장에 오른 전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이끌게 된 이후 처음 열리는 글로벌 전략 회의여서 업계의 시선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를 덮친 반도체 한파로 DS 부문에서만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내고, 특히 AI(인공지능) 반도체 구동을 위한 필수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부문에서 경쟁사에 선두 자리를 내주는 등 반도체를 둘러싼 현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18일부터 25일까지 각 사업 부문별로 글로벌 전략 회의를 개최한다.

삼성전자는 통상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글로벌 전략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들은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특히 매년 6월 열리는 회의는 하반기에 대비해 연간 실적 목표와 경영 계획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다. 이에 이번 전략 회의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먼저 한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DX 부문은 이달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간 수원사업장 등에서 전략 회의를 연다. 하루 전인 18일 MX(모바일경험)사업부를 시작으로 19일 DA(생활가전)·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20일 전사 등의 순으로 회의가 진행된다.

한 부회장이 주재하는 회의에는 100여 명의 국내·외 임원이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DX 부문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DX 부문 중에서도 MX사업부는 올해 AI 스마트폰 시대를 연 ‘갤럭시S24’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한 판매 전략을 구상하고,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갤럭시Z’ 마케팅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음달 26일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을 보름 앞두고, 같은달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 행사인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여는 만큼 신형 스마트폰의 판매고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마련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삼성은 갤S24에 이어 갤Z 시리즈에도 ‘갤럭시 AI’를 탑재해 AI 폰 선두 주자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AI 폰=삼성전자’라는 인식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은 사상 첫 AI 폰인 갤S24를 앞세워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되찾은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601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20.8%의 점유율로, 글로벌 시장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애플은 출하량 5010만대를 기록하며, 점유율 17.3%로 2위에 자리했다.

애플은 앞서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한 분기만에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애플은 출하량 8050만대, 점유율 24.7%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출하량 5030만대, 점유율 16.3%로, 2위에 그쳤다.

AI 폰을 필두로 애플을 따돌리고 1위 탈환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더욱 강화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특히 삼성은 올해를 갤럭시 AI 확산의 원년으로 삼고, AI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이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연내 1억대 이상의 갤럭시 기기에 갤럭시 AI를 제공해 모바일 AI의 글로벌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같은 목표에 발맞춰 삼성은 올 하반기 갤럭시 AI로 중무장한 갤Z 시리즈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워 AI 폰 주도권을 지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추격도 매섭게 전개되고 있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의 경쟁자인 애플은 자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탑재한 ‘아이폰16’ 시리즈를 올 9월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로 AI 스마트폰 시대를 연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AI 폰 대전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 제조 업체 아너도 AI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내놓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또한 아너는 이달 14일 첫 플립형 폴더블폰 ‘아너 매직 V 플립’을 출시하며 삼성의 갤Z 시리즈 추격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BC 방송은 “아너가 삼성전자 등에 맞서 고사양 폴더블폰 시장에서 도전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AI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플립6’ 등 신제품 판매 전략을 어떻게 마련할지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AI 가전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능을 앞세운 냉장고·세탁기·청소기·TV 등 AI 가전을 잇따라 내놓으며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경쟁사인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에 다소 밀리는 상황이어서 타개책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AI를 활용한 가전, TV 등 혁신 제품의 국내외 판매 증대 방안에 어떤 전략이 담길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마케팅 및 디자인 혁신, 고객 중심 멀티 디바이스 경험 활성화, 빅데이터 활용 확대 전략 등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전 부회장이 이끄는 DS 부문은 이달 25일 화성사업장에서 회의를 연다. 전 부회장이 DS 부문장을 맡은 뒤 처음 열리는 회의로, 임원 12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삼성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삼성 반도체 사업은 위기 상황을 맞은 상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극심한 영업 적자를 맛 봤다. 지난해 DS 부문의 연간 적자규모만 14조8800억원에 달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 반도체 부문이 극심한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올 1분기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9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5800억원에서 흑자전환했다. 삼성 반도체는 2022년 4분기(2700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에 영업 흑자를 달성하게 됐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던 예년 수준에 비해선 여전히 못 미치는 실적이다. 이에 DS 부문의 실적을 빠르면서도 견조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타개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AI 열풍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는 HBM 주도권을 경쟁사에 내준 것도 뼈아팠다.

현재 세계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SK하이닉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8%로, 양사 간 점유율 격차는 15%p로 벌어졌다.

AI 시대,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특히 올 3월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하며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HBM 패권을 내주면서 ‘글로벌 톱 메모리 업체’로서의 위상에도 흠집이 생겼다.

삼성은 HBM 시장에서의 패착을 스스로 시인한 바 있다. 앞서 지난 3월 20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는 ‘HBM 시장에서 삼성이 한발 밀린 것 아니냐’는 주주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역전을 허용했다”고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잘 준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AI 메모리 시장에서 위기에 몰린 삼성은 HBM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올 4월부터 D램을 8단으로 적층한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HBM3E 12단 제품은 올 2분기 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앞으로 삼성전자는 성장하는 생성형 AI 수요 대응을 위해 HBM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리고, 공급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반도체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올 하반기 삼성의 AI 메모리 전략이 어떻게 꾸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AI 시대를 주도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전략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달 12일 삼성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AI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One-Stop) AI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객 맞춤형 반도체 수요에 따라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큰 관심을 받았다.

삼성의 신 파운드리 전략의 핵심은 ‘통합 AI 솔루션’이다. 현재 삼성은 파운드리와 메모리,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을 모두 보유해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커스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협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삼성은 이들 사업 간 협력을 본격화해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 강점을 갖춘 통합 AI 솔루션을 선보이고, 제품의 시장 출시를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활용할 경우 기존 공정 대비 칩 개발부터 생산까지 소요되는 총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7년 AI 솔루션에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소자 기술까지 통합키로 했다. AI 시대에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향후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AI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6월 11일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자택에 초청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사진=삼성전자>

한편 이번 글로벌 전략 회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미국 출장 직후 열리게 됐다. 이에 이 회장의 출장과 관련한 논의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은 약 2주 간에 걸친 미국 출장에서 글로벌 IT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메타, 아마존, 퀄컴 등 IT·AI·반도체 분야의 주요 빅테크 CEO(최고경영자)와 잇따라 만났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메모리, 파운드리 부문의 기존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AI 등 첨단 분야에서 삼성과 고객사의 기술 경쟁력을 결합해 상호 윈윈하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 구축에 힘을 쏟은 바 있다.

이에 이 회장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를 통한 빅테크와의 포괄적인 협력 노력이 글로벌 전략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사업 계획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 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며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당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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