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직접 허리 숙여 사과…“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
대한텔레콤 주가, 주당 100원 아닌 1000원…주식 가액 산정 오류
‘6공 후광’·‘불법 비자금’ 등 SK 명예 실추…“상고심서 바로 잡겠다”
재판부, 판결 수정본 송달…최종현 기여분 125배, 최 회장 35.5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선고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견됐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1조 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 판단에 결정적 작용을 한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액을 잘못 산정해 치명적 오류를 범했다는 것인데, 상고심에서 이같은 오류가 해소되고 재산 분할액이 크게 감소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재산분할을 판결한 서울고법 가사2부도 최 회장 측이 주장한 수치를 반영한 판결경정결정정본을 송달했다.
최 회장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재판 현안과 관련해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의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가 판결의 쟁점인 주식 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이에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은 현재 SK㈜의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된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해 SK㈜ 주식을 부부 공동 재산으로 판단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위자료 20억원과 함께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SK의 상장과 주식의 형성 및 주식 가치 확대에 노 관장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재산 분할 비율은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확정됐다. 재판부가 두 사람의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판단하면서 35%에 해당하는 약 1조3800억원이 노 관장의 몫이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법률 대리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
2심 재판부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산정하게 된 과정에 오류가 있다는 게 최 회장측의 주장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을 주당 8원, 고(故) 최종현 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와 관련해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 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다”고 밝혔다.
앞서 1994년 고 최종현 회장은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해 11월 당시 자본 잠식 상태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이후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가는 두 차례 액면 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액면 분할에 따른 주식 가액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고 최종현 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고 최종현 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은 잘못된 결과치를 토대로 산정된 만큼 오류를 바로잡는다면 완전히 달라진 재산분할액이 도출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실제 고 최종현 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으로 볼 경우,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고 최종현 회장의 기여분은 125배로 10배 늘어나는 반면, 재판부가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선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한 셈이다.
재산분할 판단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숫자에 이처럼 결함이 있는 만큼 ‘산식 오류→잘못된 기여 가치 산정→자수성가형 사업가 단정→SK㈜ 주식을 부부 공동 재산으로 판단→재산 분할 비율 확정’으로 이어지는 논리 흐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게 최 회장측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2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 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하였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같은 심각한 오류와 더불어 ‘6공화국(6공) 유무형 기여’ 논란 등 여러 이슈들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 판단이 존중받아야 함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항소심 판결에 나타난 객관적인 오류와 잘못된 사실 인정에 근거한 판단에 대해서는 상고를 통해 바로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또한 “이번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오히려 6공과의 관계 이후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 및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상고심을 통해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설명회 자리를 직접 찾아 허리 숙여 사과했다. 당초 최 회장의 설명회 참석은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전날 밤 늦게까지 고민하던 최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날 설명회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이번 판결과 관계없이 제 맡은 바 소명인 경영 활동을 충실히 잘해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재산 분할 관련)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고 상고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SK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6공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 등 판결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SK>
최 회장은 “저뿐만 아니라 SK그룹 모든 구성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재차 말했다.
이어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6공의 후광 등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SK의 명예가 실추됐고, 재산 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까지 발견됐다고 하니 대법원에서 바로 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경영권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최 회장은 “이것 말고도 수많은 고비를 넘어 왔고, 이런 문제점을 충분히 풀어 나갈 역량이 있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위기로 발전되지 않게 예방해야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설사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막을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와 구성원들의 명예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곡해된 사실 관계를 바로 잡기 위해 필요한 일을 다할 예정이다”며 “부단한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개척 등 기업 본연의 경영 활동을 통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 회장과 SK그룹이 항소심 판결의 오류를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이날 이혼 소송 항소심을 맡았던 재판부가 판결문을 일부 정정한 것으로 나타나 그 여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측이 ‘주식 가치 산정에 있어 재판부의 치명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관련 내용을 정정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 주문까지는 바꾸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는 이날 판결 경정 결정을 내리고, 최 회장과 노 관장 양측에 판결 경정 결정 정본을 송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최 회장측이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를 벌인 이후 재판부가 1998년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액을 기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으로 판결문을 수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측이 주장한 대로 고 최종현 회장의 기여분을 125배, 최 회장의 기여분을 35.5배로 고쳐졌다.
사실상 2심 재판부가 판결문의 수치상의 오류를 정정하고 재산분할 결정에 실수가 있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모양새가 됐다. 따라서 이번 판결 경정이 상고심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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