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삼성·SK D램 무섭게 추격중…그래픽용 D램 급부상, 패권 다툼 본격화

시간 입력 2024-06-16 09:00:00 시간 수정 2024-06-14 15: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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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43.9%…전분기比 1.6%p↓
SK도 0.7%p 감소한 31.1%…마이크론은 21.5%로 확대
차세대 D램 경쟁 심화 조짐…메모리 톱3 “연내 GDDR7 양산”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산호세사옥.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가 D램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신 그래픽용 D램을 앞세운 마이크론의 약진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메모리 톱2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차세대 제품 양산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1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D램 매출은 183억4700만달러(약 25조284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대비 5.1% 늘어난 수치다.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이 D램 매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올 1분기 매출 증가 폭은 지난해 3분기 대비 29.6% 증가한 4분기에 비해선 대폭 줄어들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글로벌 메모리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올 1분기 D램 매출은 80억5000만달러(약 11조969억원)로 조사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보다 1.3%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은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45.5%였던 삼성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43.9%로, 1.6%p 하락했다.

2위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올 1분기 SK의 D램 매출은 57억300만달러(약 7조8610억원)로, 지난해 4분기 대비 2.6%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D램 시장 점유율은 31.8%에서 31.1%로, 0.7%p 축소됐다.

K-반도체가 다소 주춤하는 동안,  마이크론은 추격의 속도를 올렸다. 올 1분기 마이크론의 D램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무려 17.8% 상승한 39억4500만달러(약 5조4378억원)를 기록했다. 삼성과 SK에 비해 가파른 매출 증가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의 D램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4분기 19.2%에서 올 1분기 21.5%로, 2.3%p 확대됐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마이크론이 K-반도체 기업의 점유율을 모두 흡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 감소 폭 합산은 2.3%p로, 마이크론의 점유율 증가 폭과 동일하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 내 삼성·SK와 마이크론 간 간극도 줄어들었다. 올 1분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간 D램 시장 점유율 격차는 22.4%p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26.3%p에서 3.9%p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4분기 12.6%p차였던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간 점유율 격차 역시 올 1분기 9.6%p로 축소됐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물량보다 가격을 우선하는 데 중점을 뒀고, SK하이닉스도 유사한 전략을 따랐다”며 “이로 인해 매출은 증가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론과 관련해선 “공격적인 가격 책정 전략과 견조한 서버 D램 출하에 힘입어 미국 주요 고객사에서 대량 수주하는 수혜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일각에서는 그간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칩 시장 입지가 위태로워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차세대 그래픽용 D램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GDDR(그래픽더블데이트레이트) 신제품 ‘GDDR7’ 개발을 완료했다. GDDR은 PC, 게임기 등 영상과 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초고속 D램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GDDR이 HBM(고대역폭메모리)과 더불어 다가오는 AI(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메모리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GDDR은 HBM과 비교하면 속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전력 소모가 적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IT 기기에 적합한 메모리로 평가된다. IT 기기에서 온디바이스(On device) AI를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해선 전력 효율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HBM보다 GDDR을 탑재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특히 차세대 그래픽용 D램인 GDDR7은 이전 세대보다 속도도 대폭 향상될 예정이라 성능 면에서도 HBM과 비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표준 상 GDDR7 메모리의 최대 속도는 48Gbps로, 이전 제품의 두배 수준이다.

이에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HBM과 더불어 GDDR이 AI 메모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32Gbps GDDR7 D램. <사진=삼성전자>

이같은 상황에서 마이크론은 연내 GDDR7 양산에 돌입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마이크론의 그래픽용 D램 신제품은 최대 속도 32Gbps로, 이전 제품 대비 최대 60% 높은 대역폭과 50% 이상 향상된 전력 효율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 전력도 GDDR6 대비 70%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마이크론이 D램 역량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K-반도체 역시 차세대 그래픽용 D램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SK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더욱 견고히 다져 마이크론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구상이다.

먼저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 GDDR7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개최한 ‘GTC 2024’와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GDDR7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제품은 16GB, 24GB 등 2종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최대 속도 40Gbps, 초당 160GB의 대역폭을 갖춰 업계에서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른 GDDR7으로 정평이 나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부터 GDDR7을 생산해 고객사에 본격 납품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최초로 GDDR7을 개발한 삼성전자도 올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최대 속도 32Gbps 16GB 제품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올해는 최대 속도 37Gbps 16GB 제품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삼성은 올 상반기 GDDR7을 양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고객사와의 일정 조율 과정에서 생산 시점이 늦춰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GDDR7 양산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GDDR7 신제품은 기존 GDDR6 대비 전력 효율은 최대 20%, 대기 전력은 최대 50%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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