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SK서린빌딩서 열린 임시 SK수펙스 참석
“SK그룹 가치와 구성원 명예·자부심에 상처”
‘노태우 비자금 유입’ 곡해한 재판부에 유감
내실 있는 그룹 경영 매진…“솔선수범할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이 결정됨에 따라, SK그룹이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원이 최 회장 개인은 물론 SK그룹이 축적한 성장의 역사를 심각하게 훼손하면서 자칫 그룹의 안정적인 지배구조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SK그룹의 판단이다.
비상 상황에 돌입한 최 회장은 이날 그룹 긴급 경영 회의에 참석해, 이번 판결이 향후 경영에 미칠 파장 등을 점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 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SK수펙스)에 참석했다.
SK수펙스는 ‘SKMS(SK경영관리시스템)’ 경영 철학과 ‘따로 또 같이’ 문화에 기반을 둔 SK그룹의 최고 협의 기구로,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이 매월 1회 모여 그룹 차원의 공동 현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최창원 SK수펙스 의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는 최근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 개인을 넘어 그룹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만큼 그룹 차원의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경영진의 발의로 임시 소집됐다.
이번 회의에는 최 회장과 최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등 2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먼저 최 회장은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SK와 국가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대법원 상고 의지를 재차 내비쳤다. 최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 간 쌓아 온 SK그룹의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의 명예 및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으나 SK가 성장해 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이 SK에 유입돼 그룹 외연 확장에 기여했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결의 배경으로 “SK의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와 관련해 1991년경 노 관장의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회장의 부친 고(故) 최종현 회장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며 “최종현 회장이 태평양증권(현 SK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SK그룹이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과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은 이번 판결이 SK그룹의 역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간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온 SK의 가치를 폄훼한 이번 판결에 어떻게 대응할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SK의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에 대해 일부 CEO는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며 “직접 경험한 일이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몇몇 CEO들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 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다”며 “앞으로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결연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회장은 이번 판결과 별개로 당면한 글로벌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SK그룹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이번 판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며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룹 DNA인 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주요 계열사 CEO들에게는 “구성원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 모두 함께 따뜻한 마음을 모으자”고 당부하면서 “저부터 맨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CEO들은 구성원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SK의 경영 안정성을 우려하지 않도록 적극 소통하며 한층 돈독한 신뢰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최 의장은 “우리 CEO들부터 솔선수범하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며 “기업 가치 및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한편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재산을 분할할 수 있는 최선책으로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꼽고 있다.
현재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지주사인 SK㈜가 ㈜LG로부터 기업을 인수할 당시 총수익스왑(TRS) 형태로 지분을 인수했다. 이렇게 되면 그룹 지배력과 연관이 큰 SK㈜ 지분에 변화를 주지 않고도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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