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1조4000억 자금마련 ‘비상’…“SK실트론 매각이 유일한 해법”

시간 입력 2024-05-30 20:31:36 시간 수정 2024-05-31 09: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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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최·노 이혼 소송 항소심서 노 손들어줘
위자료 20억원·재산 분할 1조3808억원 지급 판결
SK㈜ 주담대 유력…계산해보니 6000억원 확보에 그칠 듯
SK실트론 29.4% 매각 시 1조원대 확보 가능 전망
지주사 지분 변동 위험…SK실트론 매각이 유일 해법 분석
SK측 즉각 상고…“기업·주주 명예훼손”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노 관장이 승리했다. 법원이 최 회장으로 하여금 노 관장에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한 가운데 최 회장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선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담보 대출과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유력한 해법으로 꼽고 있다. 그중에서도 SK실트론 매각이 유일한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중인 SK㈜ 지분에 변동이 생길 경우 자칫 경영권이 위태롭게  되고, 해당 주식을 담보로 하는 주식담보 대출의 경우, 이미 최 회장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5000억원 가량을 대출 받은 상황이어서,  추가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2월 1심에서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금액이다. 그동안 알려진 재산 분할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특유 재산’으로 인정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던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재계는 우선, 재원 확보 방안으로 주식 담보 대출을 꼽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최 회장은 △SK㈜ 17.73%(1297만5472주) △SK디스커버리 0.12%(보통주 2만1816주)·3.11%(우선주 4만2200주) △SK케미칼 3.21%(우선주 6만7971주) △SK텔레콤 0.0%(303주) △SK스퀘어 0,0%(196주) 등을 확보하고 있다.

이 중 SK㈜ 주식의 지분 가치가 가장 높다. 이날 종가 15만8100원 기준 최 회장의 SK㈜ 지분 가치는 2조514억원에 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단순 수치상으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 분할 금액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최 회장은 SK㈜ 지분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5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은 상태다. 통상 주식을 담보로 대출 받을 수 있는 액수가 실제 지분 가치의 7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지분으로 1조원 이상의 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능 하다.

현재 최 회장은 SK㈜ 주식을 담보로 여러 건의 담보 대출과 질권 설정을 한 상태다. 보유 지분의 57.8%(749만9030주)를 담보로 제공해 총 4895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따라서 현재로는 담보로 제공하지 않은 나머지 보유지분의 42.2%(547만6442주)로만 대출이 가능하다. 회계 전문가들은 만약 최 회장이 이를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대출금은 최대 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노 관장에게 지불해야 할 재산 분할액 1조3808억원에 턱 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그렇다고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의 원천인 SK㈜ 지분을 처분할 수도 없다. 이 경우 SK그룹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최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SK(주)를 통해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SK(주)는 SK이노베이션 34.5%, SK스퀘어 30.0%, SK텔레콤 30.0%, SKC 40.6% 등 그룹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 지분도 25.87%에 불과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지분 기준은 35% 수준이다.

지배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20%도 채 되지 않은 SK㈜ 지분에 손을 댈 경우, 경영권 분쟁을 촉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버린 사태’를 겪은 바 있는 최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2003년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리며 SK의 최대 주주로 부상한 바 있다. 당시 소버린이 최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면서 최 회장의 경영 위기가 극으로 치달았다.

다행스럽게도 2004년 3월 SK㈜ 정기 주주 총회(주총)에서 긴 표 대결 끝에 최 회장이 승리하며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2005년 7월 소버린이 SK㈜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SK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는 마무리됐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때,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재산을 분할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해법으로 SK실트론 지분 매각이 거론되고 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지주사인 SK㈜가 ㈜LG로부터 기업을 인수할 당시 총수익스왑(TRS) 형태로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SK실트론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9865억원, 영업이익 3712억원, 당기순이익 3402억원 등이다. 이같은 실적을 고려해 SK실트론의 기업 가치는 3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의 지분 29.4%를 매각할 경우, 약 1조원대의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룹 지배력과 연관이 큰 SK㈜ 지분에 변화를 주기 보다는 SK실트론을 매각하는 방안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편 SK는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고, 상고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못박았다.

SK 관계자는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항소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듯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측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재판에 임했고, 상대방의 많은 거짓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박 증거를 제출하며 성실히 증명했다”면서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노 관장측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하나하나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고,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노 전 대통령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 당했다”며 “최 회장측은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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