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최태원, 노소영에 1조3800억 분할하라”…SK그룹, 지배구조 ‘위협’

시간 입력 2024-05-30 18:18:39 시간 수정 2024-05-30 20: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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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최·노 이혼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 열어
위자료 20억원·재산 분할 1조3808억원 지급 판결
노, SK 경영 활동 기여 커…‘노태우 비자금’ 인정
최, 자금 마련 고심…지분 처분 시 지배구조 위협
SK그룹측 “재판 과정·결과 편파적…상고하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일컬어지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항소심이 사실상 노 관장의 승리로 끝났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재산을 분할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자칫 SK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경영권 분쟁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즉각 유감을 표시하고, 상고하겠다고 나섰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위자료 20억원과 함께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 665억원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재산 분할 액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인해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해도 219억 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 이사장과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동안 (김 이사장이) 배우자 지위에 있는 것처럼 장기간 부정 행위를 계속해 혼인의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며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노 관장에 대해) 2019년 2월부터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소송 과정에서 부정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유책 행위에 의한 손해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3월 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떠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3월 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떠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또한 SK의 상장과 주식의 형성 및 주식 가치 증가에 노 관장의 기여가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다”고 짚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경우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이 뒤집어진 것이다.

재판부는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SK의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와 관련해 1991년경 노 관장의 부친인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 전 회장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며 “최종현 전 회장이 태평양증권(현 SK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SK그룹이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를 들어 재판부는 재산 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확정했다. 재판부가 두 사람의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판단한 만큼 35%에 해당하는 약 1조3800억원이 노 관장의 몫이 된 것이다.

재판부가 재산 분할 판결을 내리면서 두 사람의 이혼 소송 항소심은 사실상 노 관장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특히 올해 초 노 관장이 재산 분할 액수를 상향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노 관장은 올 1월 항소 취지 증액 등 변경 신청서를 내고, 재산 분할 액수를 2조원으로 상향했다. 1심 당시 요구했던 가치 유동적인 SK㈜ 주식보다 고정된 액수의 현금을 기반으로 재산 분할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보고, 항소 취지를 변경한 것이다.

또한 노 관장은 항소심 재판부의 제출 명령에 따라 회신된 최 회장의 각종 은행 금융 거래 정보 등을 토대로 재산 분할 대상을 추가 확인해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자료 청구 액수 또한 30억원으로 높였다. 지난해 11월 노 관장의 법률 대리인은 최 회장의 동거인 김 이사장을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을 마치고 나오면서 “최 회장이 김 이사장에게 쓴 돈이 1000억원이 넘는다”며 “간통 행위로 인해 상간녀가 취득한 이익이 크다면 이혼 소송의 위자료 산정에도 고려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변경된 2심 청구 내용은 ‘위자료 30억원·재산 분할 현금 2조원’ 등이었다.

3월 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 출석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3월 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 출석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특히 항소심에서는 ‘노태우 비자금’의 존재를 드러낸 노 관장의 전략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 관장은 1990년대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약 343억원이 최종현 전 회장과 최 회장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자금이 1992년 태평양증권 인수, 1994년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SK그룹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된 적 없다”면서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확인된 사실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날 2심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 분할을 판결하면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약 1조3800억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 큰 고민에 빠지게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SK㈜ 주식을 활용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점치고 있다.

문제는 혹시라도 SK㈜ 지분을 처분할 경우 SK그룹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최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SK㈜ 지분은 17.73%다. 그룹 지주사인 SK는 SK이노베이션(34.5%), SK스퀘어(30.0%), SK텔레콤(30.0%), SKC(40.6%) 등 관계사의 주요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다고 해도 최 회장 측의 SK㈜ 지분은 25.87%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지급해야 하는 자금 마련을 위해 20.0%도 채 되지 않는 최 회장의 SK㈜ 지분을 매각하게 된다면, 그룹 지배구조에도 변동이 생겨 결국 SK 안팎으로 경영권 분쟁을 촉발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날 종가 15만8100원 기준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가치는 약 2조514억원에 달한다.

한편 SK그룹은 2심 판결에 즉각 반발하고,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항소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듯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못박았다.

한편 1988년 결혼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당시 재벌 그룹 아들과 현직 대통령 딸의 결혼으로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최 회장이 김 이사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리며 이혼을 요구해 세기의 이혼 소송이 시작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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