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 제품 학습회 세미나(SEMinar)’ 진행
IT용에서 전장·산업용으로 제품 비중 확대
전장용 MLCC 시장 2028년까지 2배 성장 전망
“원자재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 강화”
삼성전기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퍼시터(MLCC)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기존 정보통신(IT) 영역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장용 MLCC 라인업을 확대, 올해 매출 1조 규모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장용 MLCC는 기존 IT용 MLCC 대비 높은 수요와 제품 단가로 지속적인 성장세가 기대되는 분야다. 삼성전기는 전장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로봇,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산업으로도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MLCC 제품 학습회 세미나(SEMinar)’를 열고, MLCC 시장 전망과 개발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MLCC는 전자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 현상을 막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 뿐만 아니라 생활가전,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기회로가 있는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 사용돼 ‘전자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위헌 삼성전기 MLCC제품개발장 상무는 “MLCC는 전자 세트 내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신호’라는 자동차가 ‘기판’이라는 길을 지나고 있다고 비유하면 MLCC는 자동차들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제시하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MLCC 제품 크기는 머리카락 두께인 0.3mm보다 얇아 육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0.4mm*0.2mm부터 5.7mm*5.0mm까지 다양하다. 전자부품 중 가장 작은 크기지만 500~600층 유전체와 전극이 겹쳐 있는 첨단 제품으로, 단가가 높은 고부가 제품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500cc 용량의 와인잔을 0.6mm*0.3mm 크기의 MLCC로 가득 채울 경우, 3억원 수준의 가치를 지닌다.
MLCC는 삼성전기의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주력 제품 중 하나다. 삼성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의 1분기 매출은 1조23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9.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69억원으로 전체 수익의 53.8%에 달한다.
현재 삼성전기 MLCC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은 스마트폰 등 IT 세트 제품에 들어가는 IT용 MLCC다. 김 상무는 “IT 산업군 트렌드의 경우, AI 고성능화로 인해 소모 전류가 많이 증가하게 된다”며 “이럴수록 MLCC 채용 수는 증가하게 되기 때문에 개발 방향이 소형, 고용량화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기는 기존 IT 영역과 더불어 산업·전장용 MLCC 비중을 확대,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지난 2016년 산업·전장용 MLCC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2018년부터는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전장용 MLCC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전장용 MLCC는 전기차·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확대에 발맞춰 견조한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1대당 700개에서 1100개의 MLCC가 탑재되는 반면,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4000개 이상, 전기차에는 3만개 이상의 MLCC가 적용된다. 시장조사기관 TSR은 전장용 MLCC 시장이 2023년 4조원에서 2028년 9조5000억원 규모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상무는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의 점유율이 점점 확대되고 있고 자율주행 기술 레벨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자율주행 같은 경우는 소형·고용량 MLCC가 많이 필요하고, 전기차는 고온·고압용 고신뢰성 MLCC 수요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전장용 MLCC는 IT용 MLCC 대비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고사양 전장용 MLCC의 경우 150℃ 이상 고온과 영하 55℃ 저온 환경,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높은 습도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하는 만큼, 가격도 IT용 MLCC 대비 3배 이상 비싼 고부가 제품이다.
삼성전기는 MLCC의 핵심 원자재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부산사업장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해 2020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김 상무는 “전장용 MLCC 공급이 원활하게 되기 위해서는 소재 원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며 “삼성전기의 강점은 부산 공장에 원재료를 자작화 해 안정적으로 MLCC를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기는 중국 텐진에서는 차세대 전장용 MLCC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수원과 부산사업장은 연구개발 및 신기종, 원료 생산을, 중국 텐진과 필리핀 생산법인을 대량 양산기지로 운용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기는 고성능 전장용 MLCC 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올해 전장용 MLCC 사업을 매출 1조 규모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후 질의응답에서 “올해 전장용 MLCC만으로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한다”며 “과거에는 모바일 IT 위주 회사라면 이제 자동차용 부품이 회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그쪽 포션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지난 2020년 자동차 파워트레인용(동력전달계) 3종과 제동장치에 들어가는 MLCC 2종을 개발했고, 2021년에는 ADAS용 MLCC 2종을 개발했다. 2022년에는 자동차 파워트레인용 MLCC 13종 확대, 2024년에는 16V급 세계 최고용량의 ADAS용 MLCC 2종과 1000V 고압에 견딜 수 있는 전기차용 전장 MLCC 등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IT용 MLCC의 고집적화 기술과 전장용 MLCC의 고신뢰성화 기술을 결합해 미래 성장 산업인 AI용 서버, 로봇 등 산업용 제품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김 상무는 “모바일 시장에서 모빌리티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고, 모빌리티 시장 이후에는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 시장 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로봇, AI 서버용 MLCC를 준배하고 있고 현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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