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필수 메모리’ HBM, 올해 수요 성장률 200% 육박
HBM 주도권 확보 나선 K-반도체, 글로벌 위상 제고 기대감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에 HBM이 전체 D램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글로벌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AI 칩 대전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체 D램 비트(bit) 용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5%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해 2% 대비 3%p 더 늘어난 수치다.
내년에는 HBM 비중이 더 크게 늘어, 전체 D램 중 1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매출 기준으로 HBM의 비중은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8%였던 HBM 비중이 올해 21%로 배 이상 늘어나고, 내년에는 30%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트렌드포스는 “HBM의 판매 단가는 기존 D램과 비교해 몇 배에 달하고, DDR5 대비 약 5배 더 높다”며 “이러한 가격 책정은 고용량 HBM을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AI 칩 기술과 맞물리면서 용량 및 매출 기준 글로벌D램 시장에서의 HBM 점유율을 크게 높일 것이다”고 말했다.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HBM이 AI 반도체를 구동하기 위한 필수 메모리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주요 빅테크들은 급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AI 분야의 정보 처리에 주로 사용되는 핵심장치인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AI 칩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GPU를 활용하면 문장생성 및 분석 등 생성형 AI 학습 등 여러 개의 연산을 병렬 방식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고도의 작업을 빠르게 해내는 고성능 GPU를 구동하기 위해선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수록 HBM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HBM 수요는 올해 20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가파르게 치솟는 수요 탓에 주요 HBM 업체들은 이미 글로벌 빅테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HBM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이미 SK하이닉스는 내년도 HBM 생산분 까지 모두 판매가 완료된 상황이다.
수요급증은 HBM 칩 가격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 HBM 가격 협상이 이미 올 2분기에 시작됐다”며 “D램 생산 능력이 제한돼 있는 탓에 공급 업체들은 미리 가격을 5~10% 인상했고, 이는 HBM2E, HBM3, HBM3E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 고객사들이 AI 수요 전망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고, 지속적인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의향도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모든 HBM 업체들이 고객사로부터 HBM3E 인증을 통과한 것이 아닌 만큼 대다수 빅테크는 안정적이고 우수한 품질의 HBM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더 높은 가격을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K-반도체 업계로서는 희소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HBM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8%로 SK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양사 점유율을 합산하면 무려 91%에 달한다.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K-반도체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HBM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이달 2일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본사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프닝 발표에 나선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사장은 “HBM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의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이달 제공하고, 올해 3분기 양산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며 “생산 측면에서 SK의 HBM은 올해 이미 솔드아웃(매진)이고, 내년 역시 대부분 솔드아웃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AI는 데이터센터 중심이지만 향후 스마트폰과 PC, 자동차 등 온디바이스(On device) AI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며 “이에 따라 AI에 특화된 초고속·고용량·저전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곽 사장은 “당사는 핵심 패키지 기술인 MR(매스 리플로우)-MUF(몰디드 언더필) 기반 HBM, TSV(실리콘관통전극) 기반 고용량 D램, 고성능 eSSD 등 각 제품별로 업계 최고의 기술 리더십을 갖춘 상태”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수요에 대응해 향후 글로벌 고객사들과 전략적으로 협업하며 세계 최고의 고객 맞춤형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SK에 전 세계 HBM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삼성도 선두 자리 탈환을 목표로 AI 메모리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었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지난 2일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에 올린 기고문에서 “D램을 8단으로 적층한 HBM3E 8단 제품은 지난달부터 양산에 들어갔다”며 “업계 내 고용량 제품에 대한 고객 니즈 증가에 발맞춰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제품도 올 2분기 내 양산할 예정으로, 램프업(생산량 확대) 또한 가속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 변화 속에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해 종합 반도체 역량을 십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 상무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초격차 달성을 위해 메모리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스템LSI, 어드밴스드패키징(AVP) 등 차별화된 사업부 역량과 리소스를 총 집결해 경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삼성전자는 견조한 생산 능력과 AI 시대에 걸맞은 최적의 솔루션을 앞세워 올해 ‘HBM 누적 매출 100억달러(약 13조6350억원) 시대’의 포문을 연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트렌드포스는 “내년에는 주요 AI 솔루션 제공 업체의 관점에서 볼 때 HBM 사양에 대한 요구 사항이 HBM3E로 크게 전환되고, 12단 제품이 증가할 것이다”며 “이런 변화는 HBM의 고용량화를 가속화할 것이다”고 내다 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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