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확전, 유가 100달러 ‘위태’…유류세 인하 연장, 물가관리 ‘초 비상’

시간 입력 2024-04-15 17:30:00 시간 수정 2024-04-15 17: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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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전면전 본격화…중동 리스크 고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배럴당 130달러 돌파 전망도
정유업계, 시장 흐름 예의주시…수요 위축, 마진 하락 우려
정부,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국제 유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동지역 긴장으로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유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유업계가 중동 정세와 확전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도 국내 기름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더 연장키로 하는 등 물가관리에 비상벨이 커졌다.

1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날 대비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장중 기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사상 첫 본토 보복 공격을 감행한 점이 영향을 끼쳤다. 이란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자, 13일 밤 이스라엘에 수백 대의 무장 무인기(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현지시간) 이란 측을 공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서방은 이르면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습에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국간 충돌이 격화될 경우, 유가는 더욱 가파른 속도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국가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생산 시설이나 세계 원유 수송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등에 공격을 가해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공격에 앞서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사진제공=에쓰오일>

유가 상승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국내 정유업계도 중동 정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정유사에 호재로 작용한다. 정유사의 원유 매입과 석유제품 출고 사이에는 30~40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유가가 오르면 기존에 사들인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상승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7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유가가 올해 1분기 85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실적 반등에 성공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4088억원이다. 직전 분기 영업손실 1675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 역시 1분기 47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전분기(-546억원) 대비 흑자전환 할 것으로 추정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유가급등이 오히려 정유사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고유가 구조가 지속될 경우,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정제마진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에서 원가·수송비 등을 뺀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정세 불안으로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 계속된다면 석유 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마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강하다 보니 시장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더 연장키로 했다. 2021년 11월 이후 9번째 재연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생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현재의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연동보조금을 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L)당 615원이다. 탄력세율 적용 전(820원)과 비교하면 리터당 205원(25%) 낮다. 경유와 LPG 부탄에 대해서는 37% 인하율을 유지한다. 경유는 리터당 369원(212원 인하), LPG 부탄은 리터당 130원(73원 인하)의 유류세가 2개월 더 유지된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위해 오는 17일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 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대외 불확실성에 민생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튼튼한 울타리가 되겠다”며 “민생이 최우선이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고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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