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0연속 기준금리 동결 배경은 ‘물가’ 부담…하반기 인하 시기도 불투명

시간 입력 2024-04-12 17:57:16 시간 수정 2024-04-12 17:57:16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한은 금통위원 기준금리 만장일치 동결
물가상승률 불확실성·가계부채 부담 종합적 작용
미 금리인하 기대 위축도 영향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연속 동결하고 3.50% 수준을 유지했다.

물가 경로가 평탄하지 않고 불안한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 안정이 우선순위인 한은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농산물 등 먹거리 체감 물가가 높게 치솟은 데다 최근 국제 유가도 들썩인 것도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신호를 준 만큼 운신의 폭은 커졌지만 불확실성이 커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살피며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고물가로 민간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금리를 올리게 되면 소비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국가채무는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 불안도 높아 한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며 시장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3.50%로 묶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10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조정없이 동결했다. 기준금리가 1년 이상 동결된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역대 세 번째 최장기록을 갈아치웠다.

‘울퉁불퉁(bumpy)'한 물가 경로…농산물·국제유가 불확실성 확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엔 불확실성이 높은 물가상승률이 꼽힌다. 근원 물가 상승률은 2.4%로 예상치에 부합하는 흐름이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탄치 않은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 3.4%로 올랐던 물가가 올 1월 들어 2.8%로 내려갔지만 2월부터 3.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금사과’를 포함한 실질적인 체감 물가인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11.7%로 급격하게 뛰었다. 실제로 농산물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차지하는 비중은 3.8% 내외이지만 최근 2개월 소비자물가 상승에 30% 정도 작용하면서 존재감이 커졌다. 높은 생활물가가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의 전망치(2.3%)에 부합한다는 확신이 다소 떨어진 셈이다.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올라 불확실성은 확대됐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전일 기준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6.21달러로 한은이 전망한 국제유가(배럴당 83달러)를 넘어서 국제유가 전망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2년 사이를 비교했을 때 물가 예측 불확실성은 줄었으나 국제 유가가 한은의 예상보다 더 크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봤을 때 물가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은 “금리 인하 깜빡이도 안 켰다”…미 피벗 시그널에 통화정책 운용 여력 확대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하반기 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했다. 소비 회복세가 다소 더디지만 IT경기 호조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확대됐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명분도 줄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진 점도 기준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10곳 중 4곳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한 달씩 늦췄다. 6곳은 기존 전망인 6월을 고수했지만 JP모건과 노무라는 6월에서 7월로 각각 조정했다.

주목할 건 미국의 피벗 신호에 따라 한은이 미국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은 커졌다는 점이다. 통상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국면에서는 환율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통화정책이 미국의 결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난달 미국이 피벗 신호를 확실하게 준 만큼 한은이 국내 요인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이 총재는 “지금 미국이 피벗 신호를 준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매 소비자물가 상승이 어떻게 가는지에 대한 고려가 더 크기 때문에 그것에 따라 미국보다 먼저 할 수도 있고 그 후에 할 수 있다”며 “미국의 피벗 신호가 통화정책 탈동조화 할 수 있는 여건을 더 많이 만들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