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vs 박철완,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재 점화되나…“미소각 자사주 매각하라”

시간 입력 2024-03-05 07:00:00 시간 수정 2024-03-04 22: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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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파트너스 “미소각 자사주 2025년까지 소각하라” 주장
박찬구 vs 박철완 분쟁 재연 가능성, 지분차 5%P 차이
국민연금 누구 손 들어줄지 최대 변수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삼촌과 조카 간 분쟁이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에 지분을 위임하고 주주제안에 나서면서 갈등이 재연될 전망이다. 차파트너스측은 금호석유화학이 미소각 자사주를 오는 2025년까지 전량 소각할 것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차파트너스는 4일 서울 영등포구 TWO IFC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주주제안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주주제안을 한 차파트너스의 금호석화 지분은 0.03%에 불과하지만, 박철완 전 상무와 관계인들의 지분을 위임받아 지분을 10.8% 수준으로 끌어올린 상황이다.

우선, 차파트너스는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금호석유 감사위원회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와 함께, 금호석유화학이 자기주식 소각을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과 함께, 2년 여에 걸쳐 자사주 전량을 소각할 것도 요구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말 기준 18.4%(약 525만주)의 자사주를 보유한 상태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TWO IFC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차파트너스는 기업의 다양한 경영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기업 및 보유 주식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를 지향하고 있다.

이날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차파트너스는 행동주의펀드로서 장기적으로 주주가치가 있을 때만 행동한다”며 “이번 주주제안은 경영권 분쟁과 달리 소액 주주 대변이 핵심이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우선, 차파트너스측은 주주가치 훼손 방지를 위해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김 본부장은 “지배주주로 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통해 일반주주 입장에서 주주가치 훼손 행위 방지하고 견제해야 한다”며 “KB금융지주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경호 후보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일반주주를 대변할 회계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회계기준 자문위원회 위원,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KB금융지주의 주주가치를 대폭 제고한 경력을 바탕으로 금호석유화학의 주주를 대변할 수 있다는 게 차파트너스의 설명이다.

또한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 발행 주식의 18.4%에 달하는 미소각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것도 요청했다. 김 본부장은 “금호석유화학은 시가 총액 3조원 이상인 상장사 중에 미소각 자사주 비중이 세 번째로 높다”면서 “미소각 자사주의 절반은 올해 말까지 소각하고 나머지 절반은 내년 말까지 소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500만주가 넘는 자사주를 유지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박찬구 회장은 박 전 상무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는 20여년간 자사주 매입 또는 소각이 전무했다”며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과정에는 기존의 대규모 자사주는 소각하지 않고 자사주 일부를 매입·소각했다”고 말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과 OCI 간 자사주 교환에 대해서도, 박 회장이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OCI와 자사주 교환으로 의결권이 발생했다”며 “OCI가 박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작용한다면 박 회장은 0.6%포인트(P) 늘고 박 전 상무는 0.1%P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의 위임을 받은 차파트너스가 이처럼 전방위 공세에 나서면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 2021년 박찬구 회장과 지분 공동보유와 특수관계 해소를 선언한 뒤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박 전 상무가 배당 확대, 사내이사 추천, 사외이사 및 감사 추천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제기했다 주총에서 패배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선 바 있다.

이와 관련, 차파트너스 측은 이번 주주제안이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일축했다. 김형균 본부장은 “차파트너스는 사외이사 1인만을 제안했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지난 주주제안은 현 경영진과 박 전 상무 중 누가 더 경영능력이 있는지가 판단 요소였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더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인 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이 받아 들여질지 여부는 누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외국인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지에 달려있다. 

박찬구 회장 측 지분율은 현재 15. 8%로 박철완 전 상무측 지분율 10.8%과 5%포인트 차이가 난다. 결과적으로 금호석유화학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액주주(25%), 외국인(20%),  국민연금(9.2%)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누구 손을 들어 줄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차파트너스 측은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행사 한도를 3%로 제한하는 상법을 활용하면 표 대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또한 자사주 소각 역시 앞서 국민연금 등의 선례를 볼 때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균 본부장은 “지난 한 해동안 국민연금은 노보노디스크 등 해외 투자기업의 정기주총 자사주 소각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면서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에 대해서 찬성 안 하면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일반주주 친화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유리한 대목으로 꼽았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김 전 상무를 비롯한 차파트너스측의 공세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내부적으로 미소각 자사주와 관련해 10년 치 소각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미 지난 2021년 17만1847주, 2022년 98만1532주, 2023년 76만6633주를 소각한 바 있다. 소각 예정 금액을 합산하면 총 2815억원에 달한다. 또한 금호석유화학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5~10%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배당 등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입장은 서로 같다”면서도 “자사주 소각에 대한 시점과 속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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