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5세대 HBM 양산 ‘초읽기’…“AI 시대, 메모리 칩 기선 잡았다”

시간 입력 2024-02-27 07:00:00 시간 수정 2024-02-26 17: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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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HBM3E’ 첫 번째 ‘로트’ 찍어…제품 양산 임박 시사
곽노정 사장 “계획대로 준비 중”…‘3월 양산설’ 부정 안 해
엔비디아, 첨단 AI 칩에 HBM3E 탑재키로…SK 호재 만났다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칩인 ‘HBM3E’ 양산이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르면 내달부터 HBM3E가 생산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K가 현존 최고 사양인 ‘HBM3’를 뛰어 넘는 차세대 HBM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AI 시대 HBM 리더십을 앞세워 글로벌 반도체 강자로 부상한다는 포부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최근 HBM3E의 첫 번째 ‘로트(Lot)’를 찍은 것으로 파악됐다.

로트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제품이 이동하는 단위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25개의 웨이퍼가 하나의 로트로 이뤄진다. 웨이퍼는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순서에 따라 고유의 로트 번호를 갖고, 이를 통해 각 공정별 진행 상태와 특이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첫 번째 로트를 찍었다는 것은 반도체 양산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간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중에 HBM3E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혀 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E 제품의 경우 양산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 공급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도 차세대 HBM 양산이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곽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서 열린 ‘민·관 반도체 전략 간담회’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HBM3E은 저희가 예상하고, 계획한 일정대로 양산 준비 중이다”고 강조했다.

‘3월 양산설’에 대해서는 “꼭 특정해서 말씀드려야 하냐”며 “올 상반기 중으로 봐 달라”고 답했다.

곽 사장이 HBM3E 생산 시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곽 사장이 3월 양산설에 대해 부정하지 않은 만큼 이르면 다음달부터 HBM3E가 본격 제조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게 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내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나날이 고도화되는 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구동하기 위한 고성능 HBM이 반드시 필요하다.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수록 HBM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현재 SK는 전 세계 HBM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이미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SK가 기술우위를 앞세워 향후 점유율을 더 늘려 나갈 전망이다.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첨단 AI 칩에 HBM3E를 장착키로 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11월 미국 콜로라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2023’에서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 ‘H200’을 최초 공개했다.

H200은 생성형 AI 모델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가속화하도록 설계된 AI 칩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신 LLM인 ‘GPT-4’ 훈련에 적용되는 등 전 세계 기업들이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H100’를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H200에 탑재된 메모리 반도체다. 엔비디아의 H200에는 차세대 HBM인 HBM3E이 장착된다.

H200에 들어간 HBM3E는 초당 4.8TB의 빠른 속도에 141GB의 대용량 저장기능을 자랑한다. 이는 이전 모델인 ‘A100’에 비해 거의 두배의 용량과 2.4배 더 많은 대역 폭을 제공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생성형 AI와 LLM의 가속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HPC(고성능 컴퓨팅) 성능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첨단 AI 반도체에 HBM3E 탑재를 공식화하면서 메모리 파트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에선 엔비디아와 협업 가능성이 높은 메모리 업체로 SK하이닉스를 꼽고 있다.

SK는 오래 전부터 엔비디아와 긴밀히 협업해 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성능 검증 절차를 위한 샘플을 공급했다.

당시 이안 벅 엔비디아 하이퍼스케일·HPC 담당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최선단 가속 컴퓨팅 솔루션즈용 HBM을 위해 SK하이닉스와 오랜 기간 협력을 지속해 왔다”며 “앞으로도 차세대 AI 컴퓨팅을 선보이고자 HBM 분야에서 양사 간 협업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오창영 기자>

특히 SK하이닉스의 올해 HBM3E 생산량이 이미 솔드아웃(매진)된 것과 관련해 SK가 엔비디아에 생산제품의 대부분을 공급키로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 뿐만 아니라 HBM3E까지 2024년도 생산 능력이 솔드아웃된 상황이다”며 “2025년까지도 고객사, 파트너들과 기술 협업 및 생산 능력 확대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에 SK의 차세대 HBM이 탑재될 것이라는 예측이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6개월에 걸친 엔비디아의 성능 평가를 마치고, 지난달 HBM3E 개발을 공식적으로 마친 상태다. 현재는 램프업(생산량 증대)에 들어갔고, 납품 준비까지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중 엔비디아로부터 최종 제품 품질 인증 획득 후 양산과 납품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적극 매진하고 있다. SK는 6세대 HBM인 ‘HBM4’가 2026년께부터 시장 지배적 제품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맞춰 개발·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향후 5년 간 AI 반도체 시장은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HBM 수요는 연평균 8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장밋빛 전망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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