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노조 리스크’ 닥쳤다… 임금협상 결렬 ‘파업위기’- 성과급 불만 ‘트럭시위’

시간 입력 2024-02-15 18:05:16 시간 수정 2024-02-15 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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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임금 협상 교섭서 임금 인상률 2.5% 제시
노사협의회 “수용 불가”…전삼노 “사측, 교섭 해태 중”
‘2만 조합원’ 전삼노, 쟁의대책위 발동…파업 준비 돌입
LG엔솔 성과급, 기본급의 340~380%…전년 대비 반토막
노조 “노사 불통의 결과”…회사측 “보상 체계 개선”

삼성그룹 사기. <사진=연합뉴스>

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성과급·임금협상 테이블에서 노조와 큰 갈등을 빚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반도체 한파’로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큰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놓고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고, 앞서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노조는 회사의 성과급에 불만을 품고 ‘트럭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대내외적인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기업별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는 기업과 수익을 거둔 만큼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노사간 갈등이 자칫 장기화 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특히 삼성, LG 두 기업을 필두로 성과급 및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여타 대기업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 대표 교섭권을 가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함께 ‘2024년도 제5차 임금 협상 교섭’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삼성은 노사협의회와 전삼노에 올해 임금 인상률로 예상 물가 인상률 수준인 2.5%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측의 제안에 노사협의회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삼노 또한 “사측은 여전히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며 “임금 협상에 대해 진정성이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이번 교섭에서 노사협의회는 임금 인상률 5.74%를, 전삼노는 8.1%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체 직원에게 지급하는 총 연봉 재원의 증가율을 의미한다. 기본적인 임금 인상률에 개인 고과별 인상률을 더해 정해진다.

지난해 사측은 기본 임금 인상률 2%에 개인 고과별 평균 인상률 2.1%를 더한 4.1%의 평균 임금 인상률을 책정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 공동 교섭단은 이에 반발해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임금 협상 교섭은 지난해와 올해를 병합해 진행 중이다.

회사측은 이번에 제시한 임금 인상률이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본 임금 인상률 2.5%에 개인 고과별 평균 인상률 2.1%를 더하면 평균 임금 인상률은 4.6%로,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며 “특히 상위 평가를 받은 직원의 경우 10% 가까이 연봉이 인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근로 조건 및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회사의 이같은 카드가 턱 없이 부족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삼노는 “이번 교섭에서 사측이 2.5%라는 최소한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며 성의는 보여준 것 같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제시한 8.1%와는 차이가 커 향후 집중 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이번 교섭에서 노조측이 8.0% 넘는 임금 인상률을 고수한 것은 반도체 한파로 ‘0(제로)’ 성과급을 받아든데 따른 여파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29일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린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직원들에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OPI는 사업 부문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1년에 한번 연봉의 최대 50%까지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이다. 목표달성장려금(TAI)과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꼽힌다.

그동안 DS 부문은 거의 매년 연봉의 5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아 왔다. 지난해 초에도 최대치인 연봉의 50%를 OPI로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전 세계를 덮친 반도체 한파로 이번에는 빈 봉투를 받게 된 것이다. DS 부문은 지난해 모든 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 반도체 부문 누적 적자는 14조8800억원으로 불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측 일각에선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 전삼노 노조원은 “이번 제5차 교섭에서 납득할 만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바로 결렬시켜야 한다”며 “2만명 가까운 전삼노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삼노는 이달 6일 제4차 교섭 당시 사측이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자 단체 행동을 위한 쟁의대책위원회를 발동하고, 파업 준비에 돌입한 바 있다.

전삼노가 실제 쟁의 행위에 나서게 되면, 삼성전자는 생산 부문에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삼노 조합원 수가 이날 정오 기준 무려 1만7608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고용 규모 12만877명의 14.6%에 달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삼노가 강력해진 교섭력을 앞세워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점쳐지고 또 노사간 간극도 너무 커 당분간 임금 협상 과정에서 난항이 우려된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LG도 연초 노조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3일 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LG엔솔노조)은 LG엔솔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 앞에서 트럭 시위를 재개했다. 익명의 모금으로 진행 중인 트럭 시위에는 LG엔솔 직원 17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LG엔솔 전체 직원의 약 14%에 이르는 규모다.

LG엔솔노조는 “사측이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급을 결정·통보했다”고 반발했다.

LG엔솔은 그간 우수한 실적만큼이나 예상을 웃도는 보상을 제공하는 업체로 높이 평가돼 왔다. 실제 LG엔솔 직원들은 지난해 초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기본급의 870%를 성과급으로 받기도 했다. 일부는 최대 900%까지 받았다. 그러나 올해 성과급은 기본급의 340~380%로,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성과급이 반토막 난 것은 LG엔솔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AMPC)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성과 지표로 반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LG엔솔노조는 사측의 이같은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G엔솔노조는 “지난해 대규모 리콜 사태의 비용을 성과급에 반영하고, IRA 세액 공제액을 제외하는 건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이 LG에너지솔루션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LG엔솔의 보상 체계는 크게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로 나뉜다. 이 중 정성 평가는 내부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오로지 경영진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LG엔솔노조는 1차 타운홀 미팅에서 정성 평가의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으나 이창실 LG엔솔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시큰둥하게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LG엔솔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보상과 처우를 많이 개선해 왔다”며 “부족한 부분은 총 보상 경쟁력을 높여 직원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불통 문제와 관련해선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성과급을 비롯한 처우 개선, 조직 문화, 소통 활성화 등에 대해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앞서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이달 2일 열린 제1차 타운홀 미팅에서 성과급과 관련해 “직원들이 느끼는 바에 충분히 공감하며 올 1분기 내 성과급 관련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약속했다.

재계에서도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LG 두 기업의 노사간 충돌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두 기업의 임금협상 및 성과급 보상을 둘러싼 결론이 어떻게 정리되는가에 따라 동종 업체나 여타 대기업으로 그 불똥이 확산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1년 초,  카카오, 네이버,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성과급 및 인센티브 경쟁이 당시 국내 최대 연봉을 자랑하는 SK텔레콤을 비롯해 여타 대기업으로 확산돼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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