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시위 트럭’ 여의도에 다시 떴다…새 성과급 보상체계 나오나

시간 입력 2024-02-13 17:00:00 시간 수정 2024-02-13 21: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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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4일 예정 2차 타운홀 미팅까지 ‘트럭 시위’ 계속
성과급 불만 트럭시위에 직원 14% 참여…모금액만 1000만원 웃돌아
회사측 “3월 2차 미팅에서 새 성과급 보상체계 제시”

LG에너지솔루션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 타워 앞 트럭 시위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박대한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 타워 앞 트럭 시위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박대한 기자>

“회사가 앞둔 불확실한 환경을 더욱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직원들은 불철주야 업무에 매달렸다. 그러나 높은 실적에도 경영진의 일방적인 성과급 통보에 많은 직원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설 휴가가 끝나고 업무가 재개된 13일,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 타워 앞에서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노조의 이른바 ‘트럭 시위’가 다시 시작됐다. 회사측의 일방적인 성과급 조치에 반발해 시작된 트럭시위는 3월 4일로 예정된 2차 타운홀 미팅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날 트럭시위를 주도한 LG엔솔 노조측은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면서 배터리 업체들도 긴장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 하면서도, 회사측이 높은 실적에도 아무런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터무니 없는 성과급을 결정, 통보했다고 반발했다.

현재 익명의 모금으로 진행중인 트럭 시위에는 LG엔솔 직원 17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LG엔솔 전체 직원의 14%에 달한다. 이들이 십시일반 모은 자금만 1000만원을 웃돈다.

업계에서는 이번 트럭시위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과거 생산현장 이나 게임업체에서 노조원들이나 소비자들이 회사에 불만을 나타내기 위해 트럭시위가 진행된 바 있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 대기업 본사 앞에서 기업의 핵심인 연구기술사무직(연기사) 노조가 주체가 된 시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LG엔솔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그동안 높은 실적만큼이나 높은 보상체계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평가돼 왔다.  

노조측은 미미한 성과급이 트럭시위의 출발점이기는 하지만, 경영진이 회사의 절대 구성원인 직원들을 대하는 기본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LG엔솔 노조측은 “일각에서 배부른 소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걸 모르지 않는다”면서도 “성과급 통보로 촉발된 사태지만, 내부적으로 ‘관행’이라는 명분 아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경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LG엔솔 노조는 새로운 문구로 다음달 4일 2차 타운홀 미팅까지 트럭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박대한 기자>
LG엔솔 노조는 새로운 문구로 다음달 4일 2차 타운홀 미팅까지 트럭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박대한 기자>

특히 LG엔솔 노조측은 사측이 발표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는 성과지표에서 제외한다’는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LG엔솔은 북미를 주력 시장으로 삼고 생산공장을 늘려가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 조지아, 오하이오 등에 GM, 혼다, 현대차와 미국 합작공장을 짓고, 미시간, 애리조나에는 단독 공장을 운영하며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180GWh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북미에서 갖추게 되는 셈이다.

LG엔솔의 북미에서 생산능력이 증가하는 만큼, IRA 세액공제도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IRA 세액공제는 250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003억원과 비교했을 때, 1년도 안 돼서 150% 증가했다.

LG엔솔 노조는 “지난해 대규모 리콜 사태의 비용을 성과급에 반영하고 세액공제를 제외하는 건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LG엔솔의 북미 생산능력이 증가할수록 IRA 세액공제의 규모도 증가하는데, IRA 세액공제와 관련된 부분이 성과에 반영되지 않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깜깜이 보상 체계도 문제로 지목됐다. LG엔솔의 성과급 보상 체계는 크게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나뉜다. 이중 정성평가의 경우, 내부적으로도 공개되지 않고 오로지 경영진의 판단에 결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1차 타운홀 미팅에서 정성평가의 기준을 공개하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시큰둥한 반응이 LG엔솔 노조를 집결시키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엔솔 노조는 “경영진과 직원의 불통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K-배터리 3사는 인재 확보라는 특명을 떠안고 있다. 우수인재 확보만큼 인재 유출을 막는 게 중요한 상황에서 투명한 성과 체계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 하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과 같이 정책의 전환이 큰 시점에서는 회사 측에서도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며 “내부 구성원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설득과 이해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충분한 보상에도 불만이 제기된다면 그때는 회사 복지나 사회 환원 등의 행보로 경영진과 직원 사이의 간극을 좁힐 필요가 있다”며 “경영진이 직원들을 고용인의 시점에서만 보는 건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대치에 미달하는 성과급, 소통부재라는 노조측 주장에 회사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경쟁사 대비 낮은 성과급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지난 3년 동안 보상과 처우를 많이 개선해 왔다” 면서 “부족한 부문은 총보상 경쟁력을 높여 더 나은 대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소통부재에 대해서도 “이미 지난 2일 김동명 사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타운미팅을 갖고 성과급을 비롯한 처우개선, 조직문화, 소통 활성화 등 구성원들의 질문에 상세하게 설명하는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특히 LG엔솔측은 내달 4일로 예정된 2차 타운홀 미팅에서 새로운 성과급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앞서 “총보상 경쟁력을 더 높여 경쟁사 대비 보상과 처우를 경쟁사 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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