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건설사 해외수주 3분의 1은 계열사 물량…현대엔지니어링 가장 많아

시간 입력 2024-01-31 07:00:00 시간 수정 2024-01-30 17:00:27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해외 수주액 330억달러 중 100억달러 그룹사 공사
현엔, 미국서 현대차그룹 공사 91억200만달러 수주
삼성물산·삼성ENG,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수주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규모가 3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이 중 100억달러 이상은 국내 제조사의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공장 증설 등 계열사 물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3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21개 건설사가 95개 국가에서 총 333억1398만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전년(309억8094만달러) 대비 8% 증가한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미국 수주액이 99억8000만달러로 가장 높았다. 2020년 불과 21위에 머물렀던 미국 수주가 3년만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미국 수주 비중은 2020년 0.8%에서 2021년 3.1% 2022년 11.2% 2023년 30%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수주액 중 88.5%인 91억2000만 달러는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현지 생산설비 건설공사였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등을 시행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그 결과 그룹 계열 건설사들이 공장을 신축하거나 증설할 수 있었다.

미국서 그룹사 공사를 가장 많이 수주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미국 조지아 배터리 합작공장 S-JV, L-VJ 프로젝트에서 각각 17억5000만달러, 12억달러를 수주했고, 현대 자동차 신축공장에 6억7000만달러, 현대글로비스 공장 신축공사에 1억7700만달러 등을 수주했다.

외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도 푸네 현대자동차 신축공장(1억5100만달러) 수주 등을 따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도 삼성전자와 계열사 발주한 물량이 많았다. 삼성물산은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신축공사를 2억8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베트남 삼성전기 ‘SEMV FCBGA’ 증설공사(2억1300만달러), 말레이시아 삼성 SDI 제2공장 증설공사(1억830만달러), 인도 삼성전자 첸나이 I-프로젝트와 네트워크 프로젝트(1억5000만달러) 등을 수주했다.

해외건설 수주에서 모기업이나 계열사가 발주한 공사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미국뿐 아니라 인도,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 수주한 그룹사 공사 금액은 약 118억2643만 달러다. 2020년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10.9%에 불과하던 그룹사 공사는 2021년 11.2%, 2022년 31.8%, 2023년 35.5%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건설사의 해외수주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순수하게 시공, 영업능력으로 따낸 수주가 아니라 계열사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발주처로부터 수주를 따내 우리 건설사가 지은 공장에 외국기업이 들어오는 형태가 아닌 모 기업이 해외로 진출했을 때 그룹 내 계열사가 공장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수주의 질적인 측면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그룹사 공사 수주라도 해당 국가에서 실적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건설사들의 선진국 진출에 용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헝가리, 폴란드 등 국가는 현지에서 실적을 쌓아야만 해당 국가에서 발주하는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며 “그룹사 공사 수주를 통해 실적의 밑바탕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수연 기자 / dduni@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