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 전기차 시장 주춤, K-배터리 ‘속도조절’…LG·삼성 ‘수익 극대화’·SK ‘흑자전환’

시간 입력 2023-12-26 07:00:00 시간 수정 2023-12-22 17: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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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 올 3분기 누적 영업익 2조 웃돌아…전년 대비 103%↑
글로벌 경쟁사와 기술 경쟁 심화…K-배터리 점유율 ‘주춤’ 우려
미 FEOC 세부사항 발표, 불확실성 해소…추가 지분 확보, 부담

올해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양한 부침을 겪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이 실적 부진에 시달렸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됐다. 중국에 대한 서방의 견제가 심화하며 지정학 리스크는 한층 더 심화됐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 악재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국내 대표 업종인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수출·설비 투자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한국경제가 급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CEO스코어데일리는 올 한해 각 산업분야를 결산하고, 내년도 주요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호조를 이어가면서 K-배터리 3사도 올해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을 거뒀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고공행진을 지속했고, SK온은 적자 폭을 줄였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지정학적 리스크, 규제 장벽 등의 먹구름까지 드리우면서, 배터리 업계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K-배터리 3사는 내년에도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질적 성장을 꾀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중국간 갈등이 더 고조되면서 K-배터리 3사의 탈중국 기조는 내년에 더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고, 미국 내 제조 설비를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K-배터리 3사는 배터리 핵심 광물부터 소재·부품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중국 중심의 공급망 체계를 새롭게 재편해야 할 상황이다. 

(왼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랜트·삼성SDI 헝가리 법인·SK온 미국 조지아 1공장 전경.<사진=각 사>

◇전기차 보급 확대, 배터리 ‘고성장’…SK온 적자 탈출 ‘주목’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전기차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배터리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K-배터리 3사는 특히 중대형 전지의 매출이 늘면서 실적을 끌어 올렸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흑자 기조를 지속했으나,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SK온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K-배터리 3사의 누적 3분기 영업이익은 2조206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1조868억원) 대비 103% 증가했다.

올해는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이 두드러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역대 실적으로 불렸던 지난해 연간 실적을 3개 분기 만에 돌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8250억원으로 전년 대비(9763억원) 86.9% 늘었다.

북미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세액공제 효과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3분기 기록한 IRA 세액공제액은 2155억원으로 처음으로 2000억원대를 돌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3개 분기 동안 누적된 IRA 세액공제액은 4267억원에 달한다.

삼성SDI는 소형전지와 편광필름이 부진했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매출이 오르며 실적을 견인했다. 삼성SDI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3216억원으로 전년(1조3172억원)과 유사한 실적을 거뒀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높은 이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각형·원통형 중대형 배터리에서 거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

SK온은 공격적인 투자로 흑자 전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온의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5623억원으로 전년 대비(-7346억원) 1723억원 줄였다.

SK온은 배터리 사업을 진행한지 2년밖에 안됐지만 분기 평균 성장률(CQGR)이 23%에 달한다. SK온이 출범한 2021년 10월 대비 생산능력은 2.2배 늘었고 국내 고용 인력은 2.4배 확보했다. SK온은 앞서 서산에 위치한 3공장 증설에 1조7000억원을 집행하는 등 생산 인프라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사와 경쟁 심화…K-배터리 3사 글로벌 점유율 ‘주춤’

K-배터리 3사가 올해 높은 성과를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심화, 미중간 패권경쟁 심화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을 ‘외국 우려 기업(FEOC)’으로 지정하는 등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춰,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 BYD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 나가고 있다.

K-배터리는 대규모 수주 계약을 따내며 성장 동력을 확보한 바 있다. K-배터리 3사의 누적 수주 잔고는 무려 1000조원을 웃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잔고가 440조원을 넘었고 SK온의 수주 잔고는 290조원에 달한다. 삼성SDI의 경우도 260조원 안팎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K-배터리 3사가 이처럼 대규모의 수주 잔고를 확보했음에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13.8%로 전년 대비(13.5%) 0.3%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SK온은 5.1%로 전년 대비(6.4%) 1.3%포인트 줄었고 삼성SDI는 4.6%로 작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과 BYD의 점유율이 각각 36.9%, 15.8%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포인트, 2.1%포인트 늘었다.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의 점유율은 감소 폭이 더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7.7%로 전년 대비(28.8%) 1.1%포인트 줄었고 SK온은 3.7%포인트, 삼성SDI는 0.7%포인트 줄었다.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눈을 돌린 탓에, 비교적 가격이 높은 삼원계(NCM) 배터리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K-배터리 3사의 점유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K-배터리 3사는 프리미엄 시장 뿐만 아니라 LFP 배터리부터 성능과 가격을 고려한 배터리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OEM 업체와 손잡고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등 배터리 제조부터 전기차 생산까지 연결성을 높여 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흑연계 음극재 제품 <사진=포스코퓨처엠>

◇미국·EU 등 자국 보호 정책 앞세워…탈 중국 기조 확대해야

K-배터리 3사의 탈중국 기조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는 각국의 보조금 정책의 핵심이 중국을 광물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것인 만큼, 중국 기업의 비중을 낮추고 제3국 광산 투자를 통해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배터리 업체들은 내년 1월부터 FEOC에서 부품을 조달하면 IRA 보조금(세액공제)을 받지 못한다. 그 이듬해인 2025년부터는 핵심 광물을 FEOC에서 조달하면 보조금을 못 받는다.

FEOC에 지정된 국가에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이 포함된다. 이들 국가 정부에 의해 소유·통제를 받거나 해당 정부의 관할, 지시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에도 해당한다. 사실상 중국에 법인을 등록한 대부분의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채굴, 가공, 제조, 조립한 배터리 셀과 핵심 소재를 사용하면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중국산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업계는 내년 중으로 중국 기업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분위기다. 앞서 글로벌 생산 인프라를 키워오던 배터리 업계로서는 재무적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내년 한해는 배터리 업계가 하방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며 “다만 2023년 보다 불확실성이 개선된 만큼, 각사별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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