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지배구조 진단] ⑱네이버, 이해진 3% 지분에도 안정적 지배구조…소유·경영 분리 ‘책임경영’이 해법

시간 입력 2023-06-08 07:00:01 시간 수정 2023-06-07 18: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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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창업자, 네이버 지분 3.7%…실질 지배력 약해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의 투명한 지배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포털과 플랫폼을 넘어 국내 AI(인공지능) 산업까지 선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지배구조에 기반한 유연한 의사결정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창업 초기인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정착, 이사회를 중심으로 시장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기부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소유·경영 분리, 투명성 강화

네이버는 지난 2005년부터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채택해 운영하면서, 사업 전문성을 제고하고 창업자의 독단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전개해왔다.

실제, 지난해 신규 선임된 최수연 대표를 비롯해 한성숙 전 대표(2017.03~2022.03), 김상헌 전 대표(2009.03.~2017.03), 최휘영 전 대표(2005.04~2009.03) 등 경영진 모두 이해진 창업자와 친인척 관계가 없는 전문 경영인이다.

이러한 노력은 지분구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네이버 최대주주는 국민연금(8.45%)이고, 2대 주주는 글로벌 투자사인 블랙록 펀드(5.05%)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지분은 3.74%로, 3대 주주에 자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GIO의 지분이 3%대에 불과한 것을 두고 경영권이 불안정하다고 우려하지만, 네이버의 지분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괜한 걱정’에 불과하다. 네이버는 1대 주주가 확실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동안 다양한 기업들과 지분 교환을 통해 우군들을 축적해 왔다.

2017년 미래에셋증권(5000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CJ그룹(CJ ENM·대한통운·스튜디오드래곤)과 6000억원, 2021년 1월 하이브와 4000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신세계그룹과도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단행했다. 이들 우호지분과 이 GIO의 지분을 합치면 7% 수준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소액주주 및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높다는 점도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면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블랙록 펀드를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약 49.5%, 유가증권시장 발행주식총수 1% 미만 주식을 보유한 주주 비중은 66.47%에 달한다.

네이버 이사회 조직도. <출처=네이버 2022년 지배구조 보고서>

◆외부독립이사·감사위원회 통해 이사회 독립성 확보

네이버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역할을 분리함으로써 의사결정에 있어 경영진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 경영진 관리·감독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과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최소 3인, 최대 7인까지 선임할 수 있는데, 현재는 이사 7명 중 변대규 의장을 비롯한 5명(사외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은 외부 독립이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머지 사내이사 2명은 최수연 대표와 채선주 대외·ESG정책 대표가 맡고 있다.

네이버는 2012년부터 이사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의 검토를 거친 독립성이 검증된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는 사외이사 4인으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 업무수행의 적정성과 적법성을 실효적으로 감사하고 있다. 감사업무 수행을 보좌, 지원하는 업무를 별도 조직·부서를 만들어 담당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고 경영진의 부정행위 등을 견제하기 위해 매 분기 외부감사인의 감사활동 결과를 경영진의 참석없이 보고받고 협의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출처=네이버>

◆여성·주주 친화적 정책으로 지배구조 신뢰↑

이외에도 네이버는 여성 임원 선임을 통한 다양성 확보, 주주의 이익과 동떨어지지 않는 경영진 보상 체계 등으로 지배구조에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양성평등’ 부문에서 8위에 오르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 임원 144명 중 여성 임원은 25명(17.3%)에 달했다. 국내 상장법인의 여성임원 비율이 평균 5~6%대인 것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시가 총액이 50억 달러(올해 5월 기준)를 초과하는 국내 상장기업 중 유일하게 여성 CEO를 선임한 기업이기도 하다. 국내 1000대 기업 중 여성 CEO는 단 2.4%이며, 특히 창업자와 혈연관계가 없는 여성은 0.5%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기업문화가 개방적이라고 평가 받는 미국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으로, 포춘 500대 기업 중 여성 CEO의 비율은 7%에 그친다.

또한 네이버는 경영진 보상체계에 있어 주주 이익과 연계를 통해 주주 신뢰를 제고하고 있다. 경영진들의 장기주식보상은 네이버 CEO 전체 보수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으며, 최종 지급액은 코스피 200 기업 대비 네이버의 상대적 총 주주수익률에 따라 정해진다. 실제 2022 회계연도의 경우, 네이버 주가가 저조한 성과를 면치 못하면서 최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에게 지급된 장기주식보상은 전혀 없었다.

이외에 주요 계열사를 따로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하지 않고, 전체 시장 가치를 네이버 본사에 귀속하는 점도 여타 기업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단일 상장 체제는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상위 15대 그룹의 계열사 상장 현황과 비교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네이버 측은 “주주가치 증진, 환경·사회적 책임의 실현, 지속 가능한 경영모델 구현을 위해 이사회 중심의 투명하고 안정적이며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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