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韓 TV 업계에 또 악재…강화된 EU 환경 규제에 삼성·LG ‘울상’

시간 입력 2022-10-19 17:30:25 시간 수정 2022-10-19 17: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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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8K TV에 에너지 효율 기준 확대 적용
삼성·LG 제품 대다수, EU 기준 충족 못 해
“EU서 판매 가능 8K TV 한 대도 없을 것”
국내 TV 업계, 수익 급감 직면
에너지 효율 기준 맞추려면 성능 저하 불가피
“제품 경쟁력 하락, 삼성·LG에 위협”

삼성그룹 사기.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TV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악재가 날아들었다.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 강화 조치로 주력 프리미엄 모델로 키우고 있는 8K TV 판매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19일 TV업계에 따르면,  EU는 기존 4K TV에 적용하던 에너지 효율 기준을 8K TV와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TV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규정을 내년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에너지효율지수(EEI)가 0.9보다 높을 경우 EU에서의 TV 판매가 원천 차단된다.

이에 따라, TV 업체들은 EU 회원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낮은 최대 전력 소비 기준을 맞춰야 한다.

문제는 삼성과 LG의 8K TV와 마이크로 LED TV가 한층 강화된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8K TV와 마이크로 LED TV는 그동안  환경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별도의 에너지 효율 기준이 없었던 까닭이다. 이에 글로벌 TV 업체들은 환경 규제를 피해 프리미엄 제품들을 판매해 왔다.

LG전자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내년 3월부터 에너지 효율 기준이 8K TV와 마이크로 LED TV에도 확대 적용되면서, EEI를 0.9 이하로 낮춰야만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가 가능하게 됐다. 8K UHD(해상도 7680x4320) TV는 기존 4K UHD(3840×2160) TV와 비교해 해상도가 4배 더 높은 초고해상도 TV다. 화질이 매우 선명하게 구현되지만 전력 소비량 또한 비례해 증가한다. 마이크로 LED TV는 현존하는 최상급 기술이 집약된 고화질 TV지만 에너지 효율에 역행하는 제품으로 손꼽힌다.

EU의 이같은 조치에 TV 가전업계는 강력 항의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8K 연합’은 EU의 환경 규제 강화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지금 무언가 바뀌지 않으면 내년 3월 시행되는 환경 규제로 새 산업 자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8K TV의 전력 소비 제한이 너무 낮아 어떤 장치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국의 IT 매체 디지털트렌드도 “현재 제조되는 8K TV는 EU가 제안한 기준을 통과할 정도의 낮은 EEI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65인치 8K TV는 기준을 조금 넘으나 대다수 프리미엄 제품들은 기준을 통과하려면 현 EEI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당장, 규제가 발효되기 전 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EU에서 팔 수 있는 8K TV는 한 대도 없을 것이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렇듯 TV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EU는 강화된 환경규제를 밀어부칠 태세다.

삼성전자 Neo OLED 8K TV. <사진=삼성전자>

당장, 세계 TV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EU발(發) 악재와 맞닥뜨리면서 향후 실적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삼성과 LG의 TV 사업은 경기 침체에 따른 글로벌 TV 시장 위축으로, 시간이 갈수록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TV 부문 실적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해당 사업 부문의 올 3분기 실적이 손익분기점(BEP)을 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VD(영상디스플레이)·TV 판매량은 7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2분기 대비 19.0% 감소한 수치다. 판매 감소는 실적 부진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LG전자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 2분기 TV 사업을 담당하는 HE 부문이 28분기 만에 적자를 낸 바 있는 LG전자는 3분기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0%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졌다. 3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TV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삼성전자는 올해 TV 출하량 목표를 4500만대에서 42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LG전자도 2400만대에서 2100만대로 300만대 낮추고, 패널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EU가 내놓은 새로운 환경 규제는 삼성과 LG의 TV 판매를 더욱 위축시킬 전망이다.

8K TV의 성장세가 이미 꺾였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국내 TV 업체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전 세계 8K TV 보유 가구가 지난해 80만가구에서 2026년 270만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매년 약 38만가구씩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전 세계 연간 TV 출하량이 약 2억대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8K TV의 보급량은 0.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8K TV 출하량은 8만530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0% 감소했고,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선 13.0%나 줄었다. 이에 보통 신형 TV 출하량이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는 것과 달리 8K TV는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탔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영상가전 전시회 ‘CEDIA Expo 2022’에 전시된 LG 올레드 TV. <사진=LG전자>

한편 EU의 강화된 환경 규제가 시행되기까지 4개월 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TV 메이커들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EU의 에너지 효율 기준에 맞춰 8K TV의 소비 전력을 단기간에 줄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화질과 밝기가 전력 소모량을 좌우하는 TV의 특성상 성능 저하 없이 소비 전력 감축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며 “EU의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8K TV의 휘도를 비롯한 여러 성능을 낮춰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경우 QD(퀀텀닷)-OLED 등 초고화질 구현을 위한 패널 공급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장비 수급 문제, 생산 수율 문제 등의 영향으로 생산까지 지연되고 있다”며 “EU의 환경 규제로 8K TV 판매까지 얼어붙으면 글로벌 TV 시장에서의 입지마저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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